 우주용 동위원소전지 개발과 우주실증 성공
미국·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우주 탐사 시 전력원 활용 기대 지구에서 38만km 떨어진 달은 밤이 14일 동안 이어지며 영하 170 ℃까지 온도가 떨어지는 극한환경이다. 14일 동안의 밤에는 태양전지를 작동할 수 없고, 영하 170 ℃의 극저온은 태양전지에서 발전한 전기를 저장하는 이차전지를 방전시키고, 전자기기를 망가뜨린다. 이런 우주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동작할 수 있는 전력 공급원은 동위원소전지, 일명 원자력전지가 유일하다. 이에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우리나라 기술력으로 동위원소 전지의 개발과 우주실증에 성공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는 달 탐사 임무 기간을 2주 이상으로 늘릴 수 있는 핵심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우주개발 후발국에 기술 수출 가능성도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글 최종숙 기자 자료 한국원자력연구원
동위원소전지는 방사성동위원소의 붕괴에너지를 전력으로 변환하는 장치로 동위원소의 붕괴열의 열전소자를 통해 전력을 생산한다. 수명이 매우 길고 신뢰성이 높으며 단위질량 당 에너지밀도가 높아 특별한 경우 효용성이 뛰어난 장치다. 이번 연구는 국내 최초의 우주 원자력시스템으로 동위원소전지의 우주선 발사환경 안전성과 우주환경 신뢰성 확보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또한 히터를 동위원소 열원으로 교체 시 즉시 우주용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동위원소전지라는 디자인 국가적 유산을 확보하게 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우주용 동위원소전지 시제품
 누리호 성능검증 위성 탑재 모습누리호로 실증 성공한 동위원소전지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자체 기술로 우주용 동위원소전지를 개발하고 지난 6월 21일 발사한 누리호 성능검증위성에서 실증에 성공했다고 지난 9월 8일 밝혔다. 이는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다.
동위원소전지는 방사성동위원소가 붕괴하면서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세라믹으로 이뤄진 절연기판과 전극, P형과 N형의 열전소재로 구성된 열전소자에 전달해 전기를 만든다. 열전소자 양 끝에 온도 차이가 발생하면 전류가 흐르는 열전현상을 이용한다. 동위원소전지는 태양, 바람, 연료 등의 외부구동원이 필요 없는 전력발전기의 형태로,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해 공급한다. 이에 장수명 구동원인 방사성동위원소가 자체 내장돼있다. 또한 극저온, 고온, 극지, 심해, 우주와 같은 극한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한다는 장점이 있다. 수명도 40년 이상으로 매우 길어(Pu-238 반감기: 88 년) 별도의 충전 및 교체 없이 장기간 구동이 가능해 심해나 우주 같은 극한환경에서 사용하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불어 단위질량 당 에너지밀도가 높아 적은 양으로 많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한다.
 동위원소전지의 원리
이에 원자력연구원 홍진태 박사 연구팀은 2016년부터 달 탐사용 동위원소 전지를 개발했다. 자체 기술로 120 ㎽의 전력을 생산하는 시제품 제작에 성공했다. 연구원이 개발한 동위원소전지는 지름 8.5 ㎝, 높이 12.75 ㎝, 무게 750 g의 원통형 구조로 방사성동위원소 열원, 열전모듈, 열제어 구조체로 구성돼 있다. 누리호 성능검증위성 시험에서는 지구 저궤도에서 방사성물질 사용을 금하는 UN 국제규범에 따라 방사성동위원소 열원이 아닌 전기 히터를 사용했다. 또한 연구팀은 누리호 탑재 전 지상에서 다양한 시험을 시행했다. 저온의 진공상태를 모사한 우주 환경 온도 시험, 우주선 발사 시 발생하는 강력한 진동을 견디는 우주선 발사 진동시험, 탐사선이 발사체에서 분리될 때 발생하는 극심한 충격에 대비한 우주선 페어링 충격 모사시험을 거쳤다. 이어 우주에서 발생하는 강한 감마선을 견디는 감마선조사시험을 시행하는 등 각종 우주 환경을 모사해 성능을 검증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홍진태 박사가 동위원소전지 시제품으로 우주환경온도 시험을 하고 있다.
누리호 성능검증위성 시험은 지난 7월 11일, 7월 26일 두 차례 진행됐다. 우주 환경에서 정상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지와 함께 동위원소전지의 안전성 및 신뢰성을 검증했다. 이러한 시험 결과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동작하는 것을 확인했으며, 1, 2차 시험 모두 목표 전기출력 120±50 ㎽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극저온의 달 표면에서 이차전지의 방전을 막고 전자기기를 보호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정도다. 이번 실증 시험으로 연구원이 개발한 동위원소전지는 우주 환경에서 검증한 이력을 뜻하는 ‘우주 헤리티지(heritage)’를 확보하게 됐다. 연구진은 이후 3개월, 1년 6개월 동안 장기 시험을 통해 동위원소전지의 우주방사선 환경내구성을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개발한 동위원소전지 시제품(왼쪽)과 동위원소전지 모형(오른쪽)한국원자력연구원은 향후 방사성동위원소 열원을 탑재한 동위원소전지를 제작할 예정이다. 또한 달 탐사선 탑재를 목표로 다양한 규격의 동위원소전지를 개발하는 한편, 화성 및 외행성 탐사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킬 계획이다. 연구를 이끈 한국원자력연구원 홍진태 박사는 “우리나라의 동위원소전지가 우주에 한 걸음을 내디딘 만큼 우주에서 안정적으로 사용될 수 있게 되기까지 중단 없는 연구개발이 가능하도록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Energ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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