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 과학서 바라본 선악의 메커니즘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사냥개들>에는 독특한 캐릭터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배우 우도환이 연기한 ‘건우’는 모든 이들로부터 호감을 살만한 인물이다. 그의 선한 마음과 성실함은 그만큼 매력적이며 온갖 역경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된다. 바로 이 점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요즘 같은 세상에는 어떤 누구도 선함과 성실함을 미덕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세상을 살아가는데 불편할 뿐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실에 대해 누구도 틀렸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냥개들>(김주환, 2023)은 당당히 이렇게 묻는다. 선함과 성실함이 이 세상 최고의 가치가 아니라면 그 어떤 것들이 가치 있다는 말인가. 이번호에서는 드라마의 주인공 건우와 그의 대척점에 서 있는 빌런 명길(박성웅 역)의 캐릭터를 뇌 과학을 통해 분석해보고자 한다.
정리 편집부 자료 넷플릭스, IBS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 (출처 : 넷플릭스)/<사냥개들>의 한 장면
건우가 복서로서 성공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카페를 운영하는 홀어머니를 호강시키켜 드리기 위해서다. 길을 지나가다 술 취한 승객이 버스 기사를 폭행하려 할 때 그냥 지나치지 않고 특유의 강함으로 그 무뢰한을 아주 예의 바른 방법으로 제압한다. 하지만 어머니가 악덕 사체업자의 사기행각에 휘말리는 크나큰 시련을 겪는다. 건우는 복서로서 다져진 강인함으로 홀로 이들에 맞서 보지만 역부족인 것을 느낀다. 복싱을 하며 만난 우진(이상이 역)의 도움을 받아 사채로 생긴 과도한 빚을 갚아보려고 하지만 너무 큰 액수라서 돈을 구하기 쉽지 않다. 그 과정에서 과거 악명 높던 사채업자였지만 지금은 모든 것을 청산하고 무이자로 돈을 빌려줘 힘든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는 최 사장(허준호 역)을 만나게 된다.
‘선함·성실함’이 최선의 가치라고 말하다
최 사장은 명길과도 인연이 깊다. 명길은 최 사장의 부하 직원이었으며, 최 사장의 사업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 행동을 자주 했었다. 최 사장이 사채업에 대한 환멸을 느껴 모든 사업을 접으려고 하자 명길이 그를 급습해 금고를 빼앗으려고 음모를 꾸민다. 최 사장은 그를 막아보려고 홀로 맞서지만, 명길과 무지막지한 힘을 소유한 범이(태원석 역)에게 당하며 척추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입는다. 이후 명길은 비열한 수법으로 조직을 장악하고 최 사장에게서 배운 방법이라며 악랄하게 사채업계를 장악한다.
너무나 매력적인 건우 캐릭터 가난한 청년 건우가 명길을 무너뜨릴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가진 선함과 성실함 그리고 사회적인 연대였다. 건우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늘 친절하고 잘 웃는다. 선악을 구분하는 자신만의 확실한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우진과 첫 만난은 인상적이다. 결승에서 그가 KO 패 시킨 우진에게 먼저 다가가 밥을 먹자고 제안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안해서다.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둘의 공통점이 해병대라는 것이 드러난다. 사실 이 드라마를 관통하는 유대의 핵심은 해병대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말이 있고, 해병 전우회도 상당히 큰 단체다. 그들 사이에는 끈끈한 유대 관계가 있다. 소소한 재미로 사용되는 하나의 장치일지는 모르지만, 해병대에서도 강조하는 정신이 인내와 관계가 아니었을까 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들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드라마에서 인간 군상은 이러한 해병대의 미덕을 잘 지키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분류된다.
건우는 최 사장과 면담에서 자신의 강점을 ‘선함과 성실함’이라고 강조한다. 최 사장은 이런 말과 행동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를 간파하고 그를 돕기로 결정한다. 1차로 명길에게 패한 건우와 우진은 복수를 위해 스스로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하고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조력자들을 찾아 나선다. 둘만의 힘으로는 명길을 이길 수 없다. 재미있는 것은 술을 먹지 못 할 것 같은 건우가 극의 후반에는 못 먹는 게 아니라 안 먹는 것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는 설정이다. 이 설정이 중요한 이유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 비록 그 방법이 상당히 비이성적이고 야만적으로 비춰지는 ‘술 많이 먹기’일지라도 건우는 특유의 성실함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한다. 그 힘을 바탕으로 새로운 조력자들의 도움으로 복수에 성공할 수 있었다.
뇌 신경세포 자극해 사회성 강화 가능할까 건우는 사회성이 매우 좋은 캐릭터다. 뇌 과학에서는 인간의 행동이 뇌의 어느 부분에서 기인하는지를 규명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가령 뇌의 어떤 부분을 자극하면 치매를 치료할 수 있을까하는 연구들이 있다. 최근 과학정보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기초과학연구원(IBS)은 상대를 인지하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역할을 하는 신경세포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뇌 속 해마 CA1 영역이 타인과의 상호작용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을 포함한 사회적 동물은 다른 개체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살아간다. 상호작용 과정에서 서로 다른 개체를 인식하고 이전 상호작용으로 축적된 그 개체와 관련된 정보를 끄집어낸다. 그리고 새로운 정보를 통합하는데, 이러한 능력은 사회적 관계를 수립하는 데 기본이 된다. 드라마 캐릭터인 건우에 비춰보면 그는 해마의 CA1 영역이 좀 더 발달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건우의 ‘선함과 성실함’은 뇌의 어는 영역에 의존하고 있을까. 사실 여기에는 긍정과 부정이라는 가치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다른 뇌 영역과 연계돼 건우의 행동이 이뤄지지 않았을까.
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이창준 단장) 이도윤 연구위원 연구팀은 생쥐 행동 실험과 뇌 신경 이미징 기술을 이용해, 상대방이 누구인지를 인식할 때 활성화되는 개체 인지 신경세포와 인식된 개체와 관련된 가치 정보를 신경세포가 해마의 CA1 영역에 존재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위해 생쥐가 개체 간 차이를 구분하는 행동 실험 장치를 새롭게 고안했다. 회전하는 원판 위에 고정된 두 마리의 생쥐 중 한 마리가 무작위적 순서로 실험 대상 생쥐에게 제시된다. 특정 한 마리가 제시되는 경우 장치에서 물이 실험 대상 생쥐에게 보상으로 공급되며, 다른 생쥐가 제시되는 경우는 그렇지 않다. 일명 ‘Go-NoGo 실험’이다. 연구진은 이 실험으로 생쥐가 개체를 구분하는지를 확인하고, 실험 동안에 생쥐의 뇌 신경세포 활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생쥐는 짧은 시간 서로의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 개체를 구별할 수 있으며, 이것은 해마 CA1 상단부 영역이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이 해마 CA1 영역에 신경억제물질을 주입해 해당 영역을 억제하였을 때, 실험 대상 생쥐가 제시된 쥐들을 구별하지 못했다. 또한, 뇌 심부의 신경세포 활성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2광자 현미경(Two-Photon Microscopy)을 이용해 서로 다른 생쥐를 구별해 인지하는 신경세포가 CA1 영역에 있음을 규명했다.
나아가, 연구진은 개별 개체와 연관된 가치 정보를 처리하는 신경세포도 해마 CA1 영역에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사회적 경험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 평가를 특정 개인의 가치 정보(긍정, 부정 등)와 연관시키고, 그 가치를 갱신하는 것은 사회적 관계 형성에 중요하다. 예를 들어, 특정 개인과 우정을 쌓는 데에는 상대와 교류하는 것이 얼마나 즐겁고 보람이 있었는지 평가하는 것이 필수적인 것과 같다.
이번 연구를 이끈 이도윤 연구위원은 “긍정적 또는 부정적 상호작용을 통해 얻은 개인에 대한 가치 정보가 우리 뇌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저장되는지를 최초로 밝혔다”며 “우리 뇌가 다양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라고 밝혔다.
‘명길’이 만들어진 뇌의 메커니즘 드라마는 악(惡)의 힘이 굉장히 세다는 것을 강조한다. 최 사장과 의리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는 두 칼잡이 두영(류수영 역)과 양중(이해영 역)을 명길이 가장 악랄한 방법으로 살해한다. 최고의 무술 실력을 갖춘 두 명을 쓰러트리는 그 야비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비인간적이다. 이어 최 사장의 목숨까지 빼앗은 명길. 건우와 우진도 큰 상처를 입고 일단 뒤로 물러난다.
건우가 다시 일어나 명길과 맞설 수 있었던 것은 앞서 말했던 것과 같이 선함과 성실함 때문이었다. 건우와 명길, 두 캐릭터의 행동 패턴은 극과 극으로 표현된다. 일반적으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악당은 어느 한 곳에 경도돼 있기 마련이다. 명길의 경우 돈 이외에 가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그의 심복인 범이는 예외다. 드라마에서 괴력을 가진 것으로 설정돼 있지만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있지 않다. 내용을 통해 추측할 수 있는 것은 범이 또한 명길에게 과도하게 집착 또는 충성하는 성향을 갖는 캐릭터다.
인간은 누구나 ‘반추(反芻)’를 한다고 한다. 반추는 부정적 생각이나 감정을 되새기는 것을 가리키며 사람마다 반추 경향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뇌 과학에서는 인간의 어떤 행동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영역이 있고 뇌의 연결성에 따라 다양한 행동 패턴이 나타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문제는 어떤 연결성이 사람을 반추하게 만드냐다. 이에 따라 사람은 건우가 될 수도 있고 명길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는 어려운 뇌 과학의 영역이지만, 건우와 명길이라는 극과 극의 캐릭터가 충돌하는 <사냥개들>에서 분명히 극(劇)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된다. 선과 악이 탄생하는 배경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만한 실마리를 제공해 줄 수도 있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최근 IBS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우충완 부단장(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뇌의 활동 패턴을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fMRI)으로 측정해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을 활용해 반추 정도를 예측할 수 있는 뇌 연결 지도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뇌의 여러 영역 중에서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1) 영역이 반추와 연관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중에서도 어느 영역이 연관돼 기능하는지 그리고 그 영역과 다른 뇌 영역의 어떠한 관계성이 개인의 반추 경향을 나타내는지 알려진 바가 없었다.
연구팀은 시간에 따른 뇌 영역 간의 상호작용을 수치화한 동적 연결성(Dynamic connectivity)을 분석해 시간적 지속성이 두드러지는 반추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그리고 실험 참가자들의 휴식 상태 중 뇌를 스캔해 디폴트 모드 네트워트 20개 영역의 활동 패턴을 측정하고 머신러닝을 통해 각 영역 간 동적 연결성의 유효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반추와 관련성이 있다고 알려진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 내에서도 배내측 전전두피질(Dorsomedial prefrontal cortex)과 연결된 영역의 동적 연결성만이 반추를 예측을 하는데 중요한 요소임을 밝혀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반추를 예측할 수 있는 뇌 연결 지도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국내 실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뇌 연결 지도를 이용해 참가자 개인의 반추 경향을 예측할 수 있었으며, 나아가 다양한 인종 및 언어의 해외 실험 참가자들에 대한 실험에서도 반추 경향 예측에 성공했다. 이로써 반추를 예측하는 뇌 연결 지도가 다양한 환경의 사람들의 반추 정도를 예측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우충완 IBS 부단장은 “이번 연구로 배내 측 전전두피질과 다른 뇌 영역 사이의 연결성을 분석해 개인이 평소 얼마만큼 반추하는지 예측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라며, “해당 뇌 영역 간 연결성은 건강한 사람뿐 아니라 우울증 환자의 우울 정도와도 관련 있음을 밝혀내 우울증의 메커니즘을 밝히고, 증상의 진단 및 치료 등 임상적 활용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언제나 좋은 마음으로 선택한다” 마지막 8화에서는 건우는 우진에게 “형 나 사냥개가 된 것 같아”라고 고백한다. 건우는 선함과 성실함이라는 더 강한 힘으로 명길을 제압한다. 가치적 판단 기준에서는 선의 승리일지는 모르지만, 본질은 선과 악 모두 폭력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건우와 우진은 이제 이 잔인한 게임에서 탈출하려고 한다.
명길을 물리치고 되찾은 돈(금궤)는 복지재단을 만드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건우와 우진은 약간의 보상을 받는 것에 만족한다. 그리고 다시 복서로서의 삶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한다. 이 같은 결말은 극 초반의 최 사장이 건우에게 했던 말과 같은 울림을 선사한다. “우리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좋은 마음으로 이겨내자고 한 말이야”이러한 ‘좋은 마음’은 과연 어떤 것일까. <사냥개들>은 폭력성이 강하지만 인간의 선함이 얼마나 강력한지, 우리가 사는 사회가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되기 위해서는 서로 좋은 마음을 먹는 것이 중요하다는 착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드라마다.
1)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사람이 휴식 상태에서 아무런 인지 활동을 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영역으로, 휴지 상태 네트워크(Rest state network)라고도 한다. 자아성찰, 자전적 기억, 사회성과 감정의 처리 과정, 창의성 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nerg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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