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까지 설계 수명을 연장해 가동 중인 고리원전 1호기 해체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IAEA는 해체 계획을 원전 건설 시점에 마련하고, 운영 중에 갱신할 것을 지침으로 권고했다. 고리1호기 해체 비용은 최대 9,860억 원으로 추산하는데, 이 비용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원전 해체 충당금을 현행 부채가 아닌 바로 쓸 수 있는 적립금으로 전환해야 한다. 고리1호기 해체 방식과 비용 등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연구가 전무한 실정이다. 원전 해체 방식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과정에 착수해야 한다. 관련 기구 구성이 시급하다.
강창일 국회의원 Profile 제주 출생(1952년생) · 오현고, 서울대 국사학과, 동경대학 문학박사 · 배재대학교 일본학과 교수 · 17, 18대 국회의원, 지식경제위원회 위원, 독도영토수호대책위원회 위원장,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바다와 경제 국회 포럼 대표의원, 한일의원연맹 사회문화위원장,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前)
우리나라에서 원자력발전소 폐로(Decommissioning)와 관련한 연구 및 공론화 과정은 원자력 산업 발전에 비해 전무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최초 원전인 고리1호기는 2007년에 30년 설계수명을 다했지만, 정부와 한수원은 안전성 문제와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10년 수명 연장 결정을 통해 폐로를 2017년으로 미뤘다. 문제는 수명 연장만 결정한 채 폐로와 관련한 활동 계획 및 프로그램을 전혀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원전의 폐로는 기술, 비용, 방사능 위험이 따르므로 원전 운영만큼 철저하게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 IAEA의 권고 지침에 따르면 원전 건설 허가를 신청할 때 해체 계획과 안정성 평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세계 5위 원자력 국가인 우리나라는 이 권고지침을 지키지 않고 있다. 전 세계 원전의 평균 설계 수명은 22년에 불과하다. 2011년 7월말 기준으로 전 세계 원전 중 129기가 영구 정지로 폐로 절차에 들어가, 그중 17기는 이미 해체된 상태다. 국가별로 미국이 28기로 가장 많으며 독일(19기)과 일본(9기) 등이 뒤를 잇는다. 해체 방법인 폐로 방식은 즉시 해체, 지연 해체, 영구 밀봉으로 구분한다. 각국은 기술, 재정, 사회적 합의 등 여러 과정을 거쳐 폐로 방식을 결정한다. 폐로 비용은 노형, 용량, 폐로 방식, 기간 등에 따라 달라질 뿐만 아니라 각국의 여러 환경 조건에 따라 편차가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 설계 수명을 연장한 고리1호기와 내년 11월 설계 수명을 다하는 월성1호기 등 노후 원전의 폐로는 심각한 현안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설계 수명을 연장한 노후 원전에서 가장 먼저 일어났다. 노후 원전일수록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고리1호기 반경 30㎞ 이내에 320만 명이 밀집해 있다. 특히 고리1호기는 우리나라 전체 원전 사고율의 20%를 차지할 만큼 안전성에 결함이 많다. 2007년 설계 수명을 연장할 때 안정성이 문제가 되자, 온갖 편법과 로비를 통해 재가동했다. 후쿠시마 방사능 재앙에서 보듯이 원전 사고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다. 따라서 노후 원전의 해체 계획과 절차를 수립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이 보고서를 통해 각국의 폐로 현황과 절차 등을 살펴보고, 고리1호기의 폐로 비용을 추정하고, 정부의 폐로 정책에 대해 평가 및 제언을 하고자 한다. 다만, 우리나라에 폐로와 관련한 연구 자료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작성한 것이므로, 폐로 비용 추정에 유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밝힌다.
세계 원전 폐로 현황 원전 폐로란 원전 시설과 부지를 방사선 안전성 측면에서, 그 시설이 들어서기 전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뜻한다. 국내법은 원전 폐로에 대한 규정을 따로 마련하지 않고 있다. 미국 원자력법은 당해 원자력 시설을 고유 기능으로부터 안전하게 제거하고, 자산 활용을 무제한적 또는 제한적으로 허용하기 위한 수준까지 잔류 방사능을 감소시키며, 운영허가를 종료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폐로 방식은 나라별로 약간씩 다르지만 IAEA에 따르면 지연 해체(Deferred Dismantling or Safe storage), 즉시 해체(Immediate Dismantling), 영구 밀봉(Entombment) 등 세 가지다.
지연 해체 | 발트 60이나 세슘 137과 같은 핵종의 반감기인 30∼60년간 당해 시설을 폐쇄하고 안전하게 보관하는 방식이다. 노동자의 피폭 위험과 방사성 물질 유출 위험을 상대적으로 줄이기 위한 방식이다. 그러나 핵폐기물 처리와 해당 구역 유지 등에 대한 불확실성과 비용이 증가할 수 있어 핵 산업계에서 선호하지 않는다.
즉시 해체 | 운전 정지 즉시 해체 작업을 시작해 빠른 시일 완료하는 방식으로 유지비와 안전 관리비가 적게 든다. 하지만 작업 과정과 수송 과정에서 피폭 위험이 가장 크다. 이 방식으로 폐로한 미국 양키로Yankee Rowe 원전(179㎿)의 경우 폐로 과정에서 방사능 오염수가 인근 강으로 유입됐으며, 방사성 물질이 방사성 오염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본 원전 부지 지역 또는 부지 밖으로까지 확산됐다.
영구 밀봉 | 콘크리트와 같은 구조물로 완전히 밀봉하는 방식이다. 안전 보관 최대 기간이 60년인 데에 비해 이 방식은 300년까지 연장된다. 미국 핵규제위원회는 과거에 장기간 보관하는 과정에서 수명이긴 핵종이 주변의 강과 호수, 바다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높기에 반대했다. 그러나 최근 즉시 해체 방식에 비해 수송비 등 최고 40%까지 비용을 절감하기에 허용하고 있다.
모든 폐로 방식의 공통점은 폐로 즉시 고준위 핵폐기물인 사용 후 핵연료를 제거한다는 점이다. 제거한 사용 후 핵연료는 해당 부지 냉각 수조에서 최고 5년간 보관해야 한다. 주요 국가의 폐로 방식을 보면 프랑스 · 독일 · 일본 등은 즉시 해체 방식을, 영국 등은 지연 해체 방식을 택한다. 해체 방식은 폐로에 대한 준비, 재정, 기술, 주민 수용성 등을 고려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여기에 대한 정책적 결정이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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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말 기준으로 전 세계 원전 중 폐로 절차에 들어간 원전은 129기다. 이 가운데 17기 원전은 이미 해체를 완료했다. 국가별로 미국 28기, 독일 19기, 일본 9기 등으로, 원전을 먼저 시작한 국가일수록 원전 해체 과정에 많이 들어갔다. 노형별로 보면 GCR(가스 냉각로)이 38기, PWR(가압 경수로)이 34기다. 해체 이유는 설계 수명 만료가 가장 많다.
고리1호기 폐로 비용 추정 원전 폐로 비용은 노형, 용량, 폐로 방식, 기간 등에 따라 달라진다. 이 밖에도 국가별 여러 조건에 따라 편차가 크게 날 수 있다. 폐로 비용을 추산한 자료들을 보면 그 결과를 알 수 있다. 최근 대표적인 연구 사례는 2003년 OECD Nuclear Energy Agency에서 발표한 자료다. 이 보고서는 14개국 79개 원전의 철거비를 분석했는데, 국가 · 용량 · 노형 등에 따라 약 10배에 이르는 가격 편차를 보인다. 2001년을 기준으로 한 단가는 93~909달러/㎾로 나타났다. 다른 연구는 국제에너지기구(IEA : International Energy Agency)에서 2001년 발간한《Nucler Power In OECD》에서 추정한 자료를 통해 볼 수 있다. 이 보고서도 폐로 비용의 변동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연료를 포함하지 않은 비용으로 한 기당 3억~5억 달러 수준이다. 미국 전력 회사 PG&E는 보유한 2200MW Diablo Canyon 2기의 영구 폐지비용을 12억 달러로 추산했다. 이 보고서에 우리나라 고리1호기의 경우, 설비 용량당(㎿) 폐로 비용을 약 101만 달러(1999년)로 보았다. 고리1호기 전체 설비 용량으로 계산하면 약 6억 달러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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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2005년 한수원의 <원전 폐로 정책 및 중장기 계획 수립을 위한 사전 연구>에서 고리1호기의 폐로 비용을 추산한 바 있다. 이 연구에서 미국 NUS 사의 경수로 원전 해체 비용 추정과 해체 관련 활동 계획 체계화 프로그램인 NANDS를 이용했다. 그 결과 1995년 1월 불변 가격을 기준으로 고리1호기 폐로 비용(즉시 해체 방식)을 약 1.88억 달러로 추산했다.
하지만 보고서에서 지적하듯이 우리나라 원전의 폐로 비용을 제대로 추정하려면, 국내 상황을 제대로 고려한 비용 산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또한, 현재는 15년이 지난 상황과 전무한 폐로 경험 등 각종 변수를 고려할 때, 이 비용 추산은 유효성이 떨어진다. '<표> 국내 원전 해체 비용 충당금 추정 비용'과 같이 현재 우리나라 정부는 공식적으로 원전 폐로 비용에 관해 2003년도 불변가격으로 원전 철거비 충당금을 호기당 3,251억 원을 제시하고 있다. 지식경제부 고시 제2008-227호에도 이 같은 비용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원전별 부지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원전별로 해체비용을 산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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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1호기 주요 현황 - 국내 첫 번째 핵발전소 : 1977년 6월 19일 최초 임계, 1978년 4월 29일 상업 운전 개시. - 설계 수명 : 30년 - 원자로 : 웨스팅하우스 사(미국) - 발전기 : G.E.C(영국) - 사용 연료 : 저농축(2∼4%) 우라늄 - 용량 : 578㎿
고리1호기 노형인 PWR(가압 경수로)형 폐로 비용은 OECD 2003년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320달러/㎾다. 편차가 있지만 용량당 폐로 비용은 대략 200달러/㎾에서 500달러/㎾로 집계했다. 이 비용 추산은 10년 전 기준이기에 다른 추가 요인을 제외하고라도 현재 물가 상승률 등을 반영해야 한다. 이를 고리1호기 용량(58만 7000㎾)으로 계산하면 187,840,000달러다. 2001년 당시 환율(1월 2일 1259.7원 기준)로 계산하면 약 2,366억 원이다. 10년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 36.8%(2001~2011년)를 반영해 계산하면 약 3,236억 원이다. IEA 보고서를 기준으로 2011년 비용을 추산하면 9,860억 원에 달한다.
원전 폐로 비용에 추가될 위험성과 불확실성 고려 사항 - 가동 또는 폐로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사건과 사고 - 프레임워크 상태를 변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결정 - 폐로 공사 시점에서 가용할 수 있는 원자력 지식 - 방사성 폐기물의 관리, 저장, 처분 비용의 예기치 못한 증가 - 일반적인 경제 발전
※ 출처 : Wuppertal Institute, <Comparison among different decommissioning funds methologies for nuclear installations>, 2007
과거에 지은 원전일수록 폐로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과 용량이 작은 원전일수록 용량당 단가가 높다는 점에서 고리1호기는 평균 비용을 상회할 것이다. 추산해 본 고리1호기 폐로 비용은 약 2,023억 원에서 9,860억 원까지 4배가 넘는 편차를 보인다. 한편, 정부의 호기당 폐로 비용 추정가 3,251억 원은 OECD 기준 평균값의 현재 예상 비용인 3,236억 원과 비슷하다. 하지만 고리1호기의 노후화 정도나 IEA의 보고서 등을 고려하면, 이 액수보다 훨씬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원전 인근에 주민이 많이 산다는 점에서 주민 보상 등 사회적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추산할 때 비용보다 실제 철거 공사 과정에서 비용이 더 늘어날 수 있다. 미국의 PWR 방식 Haddam Neck(설비 용량 587㎿) 원전의 경우 추산 당시 7.19억 달러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약 12억 달러가 든 것으로 나타났다(Lisa Song,Decommissioning a Nuclear Plant Can Cost $1Billion and Take Decades, 2011. 6. 13. REUTER). Haddam Neck 원전은 1968년에 상업운전을 시작한 오래된 원전이라는 점도 요인이지만, 대체로 실제 원전 해체 공사비는 예상치 못한 변수들로 추산가보다 늘어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전 철거비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원전 건설 관련 인건비가 10년간 1.6∼2.5배 상승했다(건설물가변동센터 직종별 평균 임금자료). 따라서 폐로 비용은 10년간 물가 상승률 36.8%보다 더 늘어날 것이다. 만약 즉시 해체 방식으로 결정하면, 노동자의 피폭 위험이 대폭 증가하므로 노동 시간 단축, 피폭 저감 장비, 인건비 상승 등의 비용이 추가된다.
우리나라의 폐로 준비 상황 해체 계획 우리나라 <원자력법>에 발전용 원자로 및 관계 시설을 해체할 때, 해체 계획서를 제출해 승인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그 시점을 명시하지 않았으며, 수명을 다한 폐로 대상 원전이 있음에도 실제 계획은 없다. 올해 7월 IAEA의 통합 규제 검토(IRRS) 수검에서 해체 계획서에 대한 계획 수립 및 갱신 요건 제정을 권고 받았다. IAEA는 건설 허가 신청 시 해체 계획서를 제출하고, 가동 기간 중 갱신, 영구 정지 시점에 최종 해체 계획 및 안전성 평가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권고했다. 이러한 IAEA 지침을 전혀 지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영구 정지 후 2년 이내에, 일본은 해체 착수 30일 전에 해체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와 영국은 건설 운영 허가 신청 시 해체 관련 사항을 함께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원전의 폐로 과정은 운전 종료 시점에서 해체 공사 이전 단계까지 2년 정도 걸린다. 물론 해체 경험이 있으며, 기술이 발달한 미국의 경우다. 우리나라는 관련 절차나 규정,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았으므로 해체 방식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원전 해체 단계 공사에 들어가기 전에도 상당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관련법 조항 등을 신설해 해체 계획 마련이 실질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가동 중인 각 원전에 대해 지금이라도 해체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기간을 정해 계획을 갱신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건설 계획 중인 신규 원전에 대해 반드시 해체 계획서를 사전 제출하도록 법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사후 처리 기금 우리나라는 원전 사후 처리를 위해 방사성 폐기물관리 비용(방사성 동위 원소 및 중 ·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사용 후 핵연료 관리 부담금, 원전 해체 충당금 등을 적립하고 있다. 이 가운데 원전 해체를 위한 비용은 한수원에서 적립해 관리하고, 방사성 폐기물과 사용 후 핵연료 관리 부담금은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에서 관리한다. 2011년 6월 30일 기준 적립한 방사성 폐기물 관리 비용은 4,043억 원, 사용 후 핵연료 관리 부담금은 4조 8,310억 원, 원전 해체 충당금은 4조 9,555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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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적립 비용의 대부분을 부채로 충당하기에 실제로 재원이 필요한 사업 시행 시점에서 자금을 마련해 지출하는 구조다. 따라서 현재는 장부상 부채이기에 재정상 압박이 안 되지만, 미래에 재정 부담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원 마련이 어려울 경우, 이는 사업을 미루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이 문제 때문에 그동안 적립금 전용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한수원의 2011년 3월 기준 재무 상태를 보면, 앞으로 폐로 비용이 발생할 원전의 비유동 자산이 약 33조 8,000억 원인 반면 유동 자산이 4조 2,000억 원이고, 당장 갚아야 할 유동 부채가 1조 8,000억 원에 장기적으로 갚아야 할 비유동 부채가 15조 7,000억 원이다. 당기 순이익은 3,000억 원에 불과하므로 원전 해체 충당금을 당장 적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원전 건설비로 자본이 몰리는 가운데 원전 해체 비용을 갑자기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 닥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재처럼 재원 관리를 사업자가 직접 담당하는 것보다 기금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별도 주체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사고나 정책변화 등의 요인으로 원전의 조기 폐로 등에 대비해 부채로 충당해 적립하는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폐로 비용은 실제 소요 비용에 알맞아야 하며, 필요할 때 사용하도록 마련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원전 해체 충당금을 호기당 3,251억 원의 폐로 비용 기준으로 적립하고 있다. 하지만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한 번도 해체 계획서를 제출한 적이 없으므로, 이 비용이 타당한지 제대로 검토해야 한다. 아직 폐로 경험이 없기에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폐로 방식에 대한 연구를 비롯해 초기 준비 비용과 시행착오 등으로 말미암아 상당한 비용이 들 것이다. 또한, 각 원전마다 해체 계획을 수립해 그 비용을 추산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비용을 반영해 원전해체 충당금을 갱신해야 한다.
결론 한수원 자료에 따르면 세계 원전 해체 시장 규모는 앞으로 60년간 약 3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원전 한 기 짓는 데 약 3조 원의 비용이 든다면, 100기 건설비와 맞먹는다. 후쿠시마 사고이후원전은 사양길로 접어드는 추세고, 각국은 신규원전건설 계획을 보류하거나 취소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한다면 신규 원전 확대 사업에 집중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원전산업내에서도 거꾸로 가는 길임을 알 수 있다. 원전 폐로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폐로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과 다양한 변수를 고려할 때 폐로 비용은 예상보다 상승할 것이다. 고리1호기는 이미 설계 수명을 다했지만 10년을 연장해 가동 중이며, 월성1호기도 2012년 설계 수명을 다한다. 하지만 폐로해야 할 원전이 있음에도, 이에 대한 계획 마련뿐만 아니라 연구조차 거의 없다. OECD와 IEA에서 진행한 10여 년 전 보고서에 근거해 추산한 고리1호기 폐로 비용은 최소 2,023억 원에서 최대 9,860억 원이다. 이 비용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물론 증가할 수 있다. 정부는 호기당 폐로 비용을 3,251억 원으로 추정하는데, 실제 고리1호기 폐로 비용은 이를 훨씬 상회한다. 또한, 이것은 사용 후 핵연료 및 중 · 저준위 폐기물 처리 비용을 제외한 것이므로 실질적인 원전 사후 처리 비용은 더 많이 든다. 문제는 현재 정부나 원전 운영자인 한수원 차원에서 폐로에 관한 그 어떤 구체적인 계획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폐로에 대한 국내 연구 용역보고서는 한수원이 원자력환경기술원에 의뢰한 <원전 폐로 정책 및 중장기 계획 수립을 위한 사전 연구(2005)>와 <중수로 원전 해체 현황 평가 기술 개발 및 검증(2010)> 등이 거의 전부다. 하지만 이 연구 역시 실질적인 폐로 계획이 아닌 일반적인 현황을 보여주는 정도에 불과하다. 설계 수명이 끝난 원전이 있음에도 해체 계획서를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은 원전 해체에 대한 안일한 준비 상태를 그대로 보여준다. 지연 해체를 할 것인지, 즉시 해체를 할 것인지도 발전소 인근 지역은 물론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시간까지 고려할 때, 설계 수명 연장 기간이 끝나는 2017년까지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IAEA에서도 해체 계획을 건설 시점에서 마련하고, 운영 중에 갱신할 것을 지침으로 권고했다. 정부와 한수원은 하루빨리 고리 1호기부터 해체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원전 건설과 운영이 지역 주민과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만큼이나 폐로 과정이 미치는 영향도 클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우리는 원전의 안전한 폐로에 대한 역량을 모으고 키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공사 참여 노동자와 지역 주민에게 방사성 물질 노출로 인한 피해가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또한, 지역 주민이 입는 경제적 피해에 대한 보상 등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운영 사업자, 관련 전문가, 지역 주민, 시민 사회 단체 등이 참여해 원전의 안전한 폐로 절차에 관한 방법과 계획을 논의할 수 있는 틀거리가 필요하다.
글 강창일<국회의원>
참고 자료 -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환경기술원, <원전 폐로 정책 및 중장기 계획 수립을 위한 사전 연구>, 2005. 12. - 이근대 박정순, <사후 처리 비용과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 평가>, 에너지경제연구원, 2005. - 한국수력원자력㈜ 기획기술처, <국내외 원자로 해체 현황>, 2011. 9. - 한국수력원자력㈜ 홈페이지, 재무제표, 2011. 3. 31. - Lisa Song, <Decommissioning a Nuclear Plant Can Cost $1Billion and Take Decades>, 2011. 6. 13. REUTER. - World Nuclear Association, <Decommissioning Nuclear Facilities>, 2011. 7. - Wuppertal Institute, <Comparison among different decommissioning funds methologies for nuclear installations>, 2007. - OECD Nuclear Energy Agency, <Decommissioning Nuclear Power Plants>, 2003. - International Energy Agency, <Nucler Power In OECD>, 2001. - International Energy Agency, <Status of the Decommissioning of Nuclear Facilities around the World>, 2004. - Nuclear Information and Resourse Service, <Decommissioning the Nuclear Power Industry : Rubble, Rubble, Toil and Trouble>, 200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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