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초전도 케이블이 태동한 배경을 보면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00년대 중반 미국 전역의 전력 회사는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맞춰 전력망을 신규로 설치해야 함에도 민원 문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뉴욕 북쪽 지역에 자리한 몇몇 전력 회사만,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했을 뿐이다. 사실, 이들 전력 회사는 서로 협력하며 전력망을 새로 설치하지 않고도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바로 고온 초전도(HTS) 케이블기술이다. 기존 전력 케이블보다 굵기가 3분의 1이나 작은데도 5배 이상 송전하는 기술이다.
글 존 모스코빅Jon M. Moscovic,《National Grid》
고온 초전도(HTS : High-Temperature Superconductor) 전선은 동일한 직경의 기존 전력선에 비해 5배나 더 많은 전류를 흘려보낸다. 당시 미국의 SuperPower와 National Grid, 일본의 Sumitomo Electric Industries, 영국의 The BOC Group 등은 HTS가 머지않은 장래에 실용화돼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며 신규 선로의 필요성을 줄일 수 있을지, 그 여부를 판단하고자 HTS 실용화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수행해 왔다. HTS 케이블 기술은 같은 용량의 기존 케이블보다 훨씬 가느다란 케이블을 통해 송 · 배전할 수 있고, 훨씬 친환경적이라는 점에서 전력 수요가 폭주하는 도시 지역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HTS 케이블의 특징 HTS 케이블은 세라믹 기반 초전도 와이어로 만들며, 극저온(-200℃)에서 냉각하면 저항(Impedance)이 매우 작아진다. HTS 케이블은 두가지 유형 즉, 온유전체溫誘電體와 냉유전체冷誘電體가있다. 당시 프로젝트에 냉유전체 케이블을 사용했다. 이것은 고압이며 유체가 채워진 전통적 온유전체 케이블에 비해 전류 용량이 더 크고, 임피던스가 더 작고, I2R 손실이 거의 없고, 케이블 외부에 전자기장이 없다. 350m, 34.5㎸ HTS 케이블은 2006년 7월 뉴욕주 올버니에서 National Grid 사의 송전 시스템을 완전히 통합해 송전하기 시작했다. 세계 최초로 실험실, 산업 시설, 변전소 등이 아닌 실제 전력망에서 지하 HTS 케이블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다. 또한, 지하 HTS 케이블 간 접합도 선보임으로써 앞으로 HTS 케이블을 장거리에 걸쳐 설치할 수 있음을 확인케 했다. 당시 매사추세츠 주, 뉴햄프셔 주, 뉴욕 주, 로드아일랜드 주의 400만에 육박하는 수요자에게 전력을 공급하는 National Grid 시스템에 설치한 이 케이블은 한 해 동안 시범 기간을 거쳤다. 정비, 신뢰성, 기존 전력망과 호환성 등 신기술을 도입하며 전력 회사의 현실적인 우려 사항을 평가한 것이다. 이 기간 프로젝트 팀은 제2단계 작업에 착수해 기존 HTS 케이블 30m 구간을 2G HTS라 불리는 차세대 HTS 와이어로 만든 동일한 길이의 케이블로 교체했다. 2007년 후반기 케이블을 모두 설치하면, 그 성능을 시험하기로 한 것이다.
HTS 케이블 설치 HTS 케이블은 2000년에 뉴욕 주 렌셀러 공대(Rensselaer Polytechnic Institute)에서 MBA 과정을 밟던 두 학생의 아이디어에서 비롯했다. 그들이 다니는 두 회사인 National Grid와 SuperPower가 협력해 새로운 유형의 지하 전력 케이블을 선보인 것이다. SuperPower는 이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뉴욕 주 연구개발공사(NYSERDA)와 미국 에너지부(DOE)에 제안했다. NYSERDA는 이 프로젝트에 600만 달러를, DOE는 1,350만 달러를 지원했다. 두 학생 중 National Grid의 테리 오브라이언은 자기 회사가 송전 분야에서 많은 경험과 전문성이 있고, SuperPower에서 불과 서쪽으로 24㎞ 떨어진 위치에 있기에 이 프로젝트의 주관 업체로 참여하려고 노력했다. HTS 케이블을 설치하고자 7군데를 고려했다. 대부분 토지 사용권 문제에 걸리거나 선로 전류가 적은 곳이었다. 물류의 편리함과 선로 전류의 적합성을 고려해 뉴욕 주 올버니의 National Grid 서비스센터를 선정했다. 인부들은 HTS 케이블 설치를 위해 땅을 파고 드릴 작업을 하는 도중 광고판, 중계탑 하부 기초, 옛날 건물 벽, 수도관 등 몇 가지 장애물을 만났다. 어떤 장애물은 수평 방향 드릴(HDD)을 사용해 극복하거나 피해야만 했다. HDD를 사용하면 장애물이나 민감한 부분 밑으로 뚫고 들어가도록 드릴 헤드를 원격으로 조정할 수 있다. 광고판이나 중계 탑 하부 기초처럼 중요한 시설물은 드릴로 더욱 깊이 작업해야 하는데, 주로 이러한 곳에 HDD를 사용했다. 맨홀처럼 두 HTS 케이블이 접합하는 곳과 케이블이 90도로 꺾이는 곳에 열린 참호를 만들어야 했다. 땅을 파는 도중 만난 다른 장애물로 폐기한 수도관, 하수관, 옛날 건물 자취 등이 있었는데 지상으로 캐냈다. 이러한 유형의 장애물은 일반 지하 케이블 공사 때도 늘 접하는 것이다.
HTS와 기존 XLPE 케이블 HTS 케이블은 XLPE 지하 케이블이나 가공선架空線에 비해 몇 가지 이점이 있다. HTS 케이블은 XLPE 케이블보다 300배, 가공선보다 800배 작은 임피던스를 갖는다. 냉유전체 HTS 케이블의 인덕턴스는 기존 케이블보다 6배, 가공선보다 21배 작다. HTS의 커패시턴스는 기존 케이블보다 약간 작고, HTS 케이블은 같은 직경의 기존 케이블보다 5배 정도 더 많이 송전한다. HTS 지하 케이블을 확산시키기 위한 숙제는 비용을 낮추는 것과 극저온 처리와 관련해 좀 더 경험을 쌓는 것이다. 다음은 HTS 케이블 시범 사업을 통해 파악한 이점이다.
큰 전류 용량 | 전력 수요가 폭주하는 지역에서 아주 효과적이다. 200A 용량의 전통 케이블이 담긴 도관에 HTS를 넣으면 1000A 정도로 용량이 증가한다. 땅을 파서 새로운 도관을 여러 개 묻지 않아도 폭주하는 전력망에 여유를 주고, 이 구간을 지나는 도선수도 줄일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 이것이 유일한 현실적 대안인 상황도 있다.
작은 임피던스 | 기존 전력망의 전류 부하가 심한 케이블로부터 HTS 케이블로 전류를 이전시킬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주변 장비의 스트레스를 줄여 시스템 전체의 신뢰성을 높인다.
통행권 확보 | 이미 묻힌 닥트를 사용하기에 공사 관련 인허가를 취득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인다. 또한, 각종 환경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데 드는 노력도 줄인다. 아주 적은 EMF | HTS 케이블은 원천적으로 주변에 있는 금속체에 맴돌이 전류를 유도시키지 않으며, 통신 선로에 장애도 주지 않는다.
左지하 전력 설비 고온 초전도 케이블을 점검하는 National Grid 사 직원들. 右케이블을 극저온으로 유지하기 위한 극저온 냉동 시스템(CRS).
비용 절약 | HTS 케이블은 저항성 손실이 작아 장기적으로 비용 절약 효과가 있다. 물론 HTS는 비교적 복잡한 신기술이기에 본격적으로 보급을 확산하려면 다음과 같은 숙제를 풀어야 한다. ▲비싼 초기 비용 - HTS 케이블 설치에 드는 초기 비용이 전력 회사가 통상적으로 지하 케이블 매설에 사용하는 비용을 훨씬 웃돈다. 이것은 HTS 케이블의 확대 보급을 저해하는 걸림돌이다. 다른 신기술과 마찬가지로 사용이 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 비용은 크게 떨어질 것이다. ▲표준 케이블 길이 - 현재 HTS 케이블은 각 프로젝트마다 그 길이를 맞춰 제작한다. HTS가 신기술이기에 지금은 제작에 제한 요소가 있다. HTS 케이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보편적으로 적용하면 이 문제점도 극복할 것이다. ▲극저온 냉동 시스템(CRS) - 시범 사업에서 케이블을 극저온으로 유지하기 위해 CRS가 필요하다. CRS는 대중이 쉽게 장비에 다가가도록 작은 건물 내에 설치했다. 물론, 지지대 없이 세워둔 액체 질소 탱크로 말미암아 공간도 더 차지하고 안전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러나 설치가 간편하게끔 추가적으로 설계에 노력을 기울이면 CRS의 크기도 기존 맨홀 내에 설치할 정도로 작아지고 안전에 대한 우려도 불식시킬 것이다. ▲HTS 케이블 접합 - 최초에 하는 모든 일이 그렇듯이 HTS 케이블 접합부는 상당한 공간과 작업 시간을 요한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크기와 작업 시간이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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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S 케이블은 시범 사업 기간 중단 없이 정격 전력을 공급했으며, 특별한 문제점도 없었다. 이점이 많은 HTS 케이블은 비용이 내려가기 시작하면 설치가 늘어날 것이다. DOE는 이 기술의 시장 규모를 2020년까지 300억 달러로 추정했다. 그러나 현재 HTS 케이블은 지하 전력 설비에만 한정돼 있다. 이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면 향후 HTS 케이블의 사용이 늘어나 가공선에도 적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 고온 초전도 케이블은 우리나라 한국전기연구원 조전욱 박사 연구팀과 LS전선이 공동 연구를 통해 2005년 9월 일본 도쿄전력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번째로 개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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