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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에너지 전환 정책을 둘러싼 논쟁
2020년 4월 1일 (수) 00:00:00 |   지면 발행 ( 2020년 4월호 - 전체 보기 )

에너지 전환 정책을 둘러싼 논쟁
에너지 전환, 과연 우리가 가야할 방향은?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중장기 전력 수요를 전망하고 이에 따른 전력 설비를 확충하기 위해 2년 주기로 수립된다. 2002년 제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시작으로 총 8차례 수립됐으며, 예정대로라면 제9차는 2019년 말에 수립됐어야 하지만 아직도 소식이 없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둘러싼 공방이 뜨겁다. 에너지 전환 정책의 내용을 다시금 되짚어보고, 일각에서 제기하는 문제점과 이에 대한 반박을 정리해 봤다. (메인 사진: 국회기후변화포럼은 2019년 8월 27일‘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준비 상황과 과제는?’이란 토론회를 개최했다.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올해 안에 수립될 예정이다.)
 
전화영 기자
에너지 전환 정책

2017년 10월, 정부는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발표했다. 에너지 정책의 기본 방향을 원전의 단계적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로 삼았다. 2017년 12월에 발표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2019년 6월에 발표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도 이 같은 내용을 반영했다.
 
정부는 OECD 국가들이 원전과 석탄의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경제성을 중심에 둔 발전원 구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발전원 구성은 안전과 환경에 대한 고려가 미흡하고 국내외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가 어려우므로 국내 수급 여건이 안정된 지금을 에너지 전환의 적기로 내다봤다.
 
에너지 전환 정책의 핵심 내용을 꼽자면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 중지 ▲원전의 단계적 감축 ▲재생에너지 확대 등 세 가지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 중지: 경제성을 바탕으로 빠르게 증가해 온 석탄 발전이 최근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2017년 9월, 정부는 2022년까지 미세먼지 국내 배출량을 30% 감축한다는 미세먼지 관리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이 중 발전 부문에서는 30년 이상 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등을 통해 석탄 발전의 비중을 줄이고 운영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는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미세먼지 관리 종합 대책 발표 이후, 매해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봄철(3~6월) 가동을 일시 중단하고 있으며, 2019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처음으로 겨울철 가동도 일부 중지했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지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명시돼 2020년 3월 시점 총 6기(2.6 GW)의 조기 폐지가 예정돼 있다. 한편,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중 발전 부문에서 19.9% 감축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전의 단계적 감축: 정부는 에너지 전환 로드맵에 따라 원전을 2017년 24기에서 2022년 28기, 2031년 18기, 2038년 14기 등으로 단계적 감축한다고 밝혔다. 신고리 5·6호기는 공론화 결과에 따라 공사를 재개하되, 신한울 3·4호기를 비롯한 신규 6기의 건설 계획은 백지화했다. 노후 원전은 수명 연장을 금지하고, 월성 1호기는 전력 수급 안전성 등을 고려해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원전의 단계적 감축과 더불어 사용후핵연료 문제도 언급했다. 정부는 중장기 관리시설 및 원전 내 임시 저장시설 해결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부지 선정부터 번번이 난항을 겪는 등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내에서 임시 저장하고 있는데 포화가 임박한 상황이다.

특히 2018년 12월 시점에서 원전 포화율이 90.3%에 달한 월성 원전은 앞으로 1~2년 이내에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가득 차게 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 1월, 월성 원전 부지 내에 2단계 맥스터(사용후핵연료 조밀건식저장시설)* 건설을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의결하면서 일단은 숨통이 트였다. 2단계 맥스터는 7기의 구조물로 구성되며, 저장 용량이 1기당 2만4,000다발로 총 16만8,000다발을 저장할 예정이다.
 
재생에너지 확대: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20%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른바 ‘재생에너지 3020’이다. 나아가 2040년에는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을 30~35%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은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발전 원가는 내림세를 보이며, 재생에너지에 대한 신규 발전 설비 투자도 집중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17년 자료에 의하면, OECD의 신규 발전 설비 투자 중 75.8%, 전 세계적으로는 신규 투자의 67.5%를 재생에너지가 차지했다. 정부는 특히 태양광과 풍력에 집중해 2030년이 되면 신재생에너지 전체(58.5 GW)의 88%를 태양광(33.5 GW)과 풍력(17.7 GW)에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경제성 평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2018년 6월 이사회를 열어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이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른 후속 조치였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1월 10일 제113회 회의를 열고 월성 2단계 맥스터 건설을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의결했다.

한수원은 조기 폐쇄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 월성 1호기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2011년) 및 경주 지진(2016년) 이후 강화된 규제 환경과 최근의 낮은 운영 실적 등을 감안할 때 계속 가동에 따른 경제성이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경제성을 놓고 말들이 많다.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려고 경제성 평가를 고의로 축소, 왜곡, 은폐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먼저 불거진 논쟁은 경제성을 평가한 시기를 두고서였다. 한수원은 2015년 1월부터 3년간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따졌는데, 2017년 5월부터 정비·보수 명목으로 장기간 원전을 세워놓고 경제성이 없다고 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정부와 한수원은 월성 1호기가 장기간 발전 정지 중에 있고 가동률이 떨어진 것은 2017년 5월 계획예방정비 과정에서 원자로 건물 부벽 콘크리트 결함 등이 새롭게 발견돼 정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가동 중단 이전인 2016년에도 설비 고장에 의한 발전 정지, 경주 지진으로 인한 설비 점검 등으로 월성 1호기의 이용률은 53.3%로 낮은 상황이었다고 언급했다. 안전 규제가 점점 강화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향후 예상 이용률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기 어려운 데다 매년 적자가 누적되는 월성 1호기의 재무적 부담과 경영상 불확실성 해소의 필요성 등을 함께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후로도 경제성 평가에 의문을 품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됐다. 월성 1호기의 계속 가동 이익 축소, 원전 이용률 변경, 전력 판매 단가 전망치 축소 등이 그것이다.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는 3차례에 걸쳐 각기 다른 수치를 보여준다. 먼저 원전 이용률은 85%→70%→60%로, 전력 판매 단가는 60.82원/㎾h→60.76원/㎾h→55.96원/㎾h로 점점 낮춰 산정됐다. 이처럼 이용률과 판매 단가가 떨어지니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할 때의 이익 역시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2018년 3월 3,707억 원이었던 계속 가동 이익은 그해 5월에 1,778억 원이 됐다가 최종 평가에서는 224억 원이 됐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먼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관련한 경제성 평가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3,707억 원, 1,778억 원, 224억 원이라는 데이터는 각각 이용률 85%, 70%, 60%에서 산정한 결과로 경제성 평가에 사용하기 위한 합리적인 변수를 찾아내고자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평가 결과가 달라졌을 뿐, 이를 단순 비교해 경제성을 조작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이용률 60%는 평가 시점 기준 월성 1호기의 최근 3년, 5년, 10년 이용률 평균 실적(57.5%~60.4%)을 고려한 것이며, 추가로 최소 20%에서 최대 85%의 이용률 구간별 경제성 평가도 시행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3,707억 원, 1,778억 원의 결과는 2017년 판매 단가를 적용해 도출했으나 최종 경제성 평가 결과는 회사의 중장기 재무 전망 수립에 반영되고 정부 및 해외 신용평가기관 등에 제공하는 ‘한전의 구매계획기준에 따른 판매 단가’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현황


한편 2019년 9월, 국회는 한수원이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로 한 결정에 문제가 있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했다. 국회법 제127조의2에 따르면 감사원은 감사 요구를 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감사 결과를 보고해야 하며, 이 기간 내에 감사를 마치지 못했을 때는 2개월의 범위에서 감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감사원은 2019년 12월 말에 감사 기간을 2개월 연장한 이후 지금껏 감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한전의 적자는 에너지 전환 정책 탓?

일명 탈원전 정책이라고도 불리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한전 및 발전 자회사의 실적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한결같이 나오고 있다.
 
올해 2월, 한전은 2019년 잠정 영업 실적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19년 연결기준 매출은 59조928억 원, 영업 손실은 1조3,566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매출은 1조5,348억 원, 영업 이익은 1조1,486억 원 감소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기록한 영업 손실 2조7,981억 원 이후 11년 만에 최대 규모 적자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저조한 원전 이용률 때문에 한전이 1조 원대의 영업 손실로 적자를 냈다며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정부는 2019년 원전 이용률은 70.6%로, 이는 2018년 대비 4.7%p 상승했으며, 한전이 약 5조 원의 영업 이익을 기록한 2017년(71.2%)과는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반박했다. 한전 역시도 설명자료를 내고 최근 70% 초반대의 원전 이용률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및 경주 지진의 후속 조치로 내진 성능에 대한 안전 기준을 강화한 이후 격납 건물 철판 부식, 콘크리트 공극 발견 등 과거 부실시공에 대해 2016년 6월 이후부터 시작된 원전 정비 일수 증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보정 조치이지, 탈원전 정책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한전은 전기 판매 수익 하락과 신규 투자에 따른 감가상각비 증가, 기후·환경 관련 비용 증가를 영업 손실의 증가 원인으로 분석했다. 비교적 혹서와 혹한 일수가 적어 냉난방 전력 수요가 감소하면서 판매 수익은 전년 대비 9,000억 원 감소했으며, 온실가스 배출권 비용, 감가상각비 등은 전년 대비 2조 원 증가했다.
 
에너지 전환과 전기요금의 향방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결국 국민에게 부담을 가중시키고 전기요금 인상을 가져온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최근 한 언론보도는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팀이 전기료 인상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전기료 단가가 2017년 기준치 대비 2030년까지 23%, 2040년까지는 38% 인상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정부의 발전량 예상치를 그대로 적용했으며, 특히 이 수치는 최대치에 대한 전망이 아니라 최소 증가분임을 강조했다. 순수 발전 단가만을 변수로 잡았기 때문에 각종 부대비용을 합하면 인상 금액은 더 올라간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 요인 분석 결과는 전제 조건과 분석 방법 등에 따라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원자력정책센터 연구팀의 결과를 객관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아울러 정부는 제8차 전력수기본급계획 수립 이후 변화된 여건을 감안해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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