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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로 타오르는 한국의 인공태양(KSTAR), 세계 핵융합 주도 한다
2020년 6월 1일 (월) 00:00:00 |   지면 발행 ( 2020년 6월호 - 전체 보기 )

1억 ℃로 타오르는 한국의 인공태양(KSTAR), 세계 핵융합 주도 한다
세계 최초 1억도 8초간 운전 성공, 핵융합로 손상 막는 기술 개발도 
현대중, 핵융합연 진공용기 구현…ITER 축소판 KSTAR로 기술선도 
 
태양은 에너지의 근본이자 생명 그 자체다. 지구상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 대부분이 바로 태양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직접 인공태양을 만들면 무한한 에너지 사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핵융합’기술은 이러한 물음에서 비롯했다. 핵융합은 태양이 에너지를 내는 원리를 활용해 에너지를 얻는 기술이다. 현재 거론되는 미래 에너지 중 가장 궁극적인 것으로 손꼽히는 핵융합 기술은 방사성폐기물과 같은 환경오염이 없고 적은 원료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어 ‘꿈의 기술’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번 호에는 핵융합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국가핵융합연구소 면면을 들여다보았다.
 
김수진 기자 자료협조 국가핵융합연구소
 
KSTAR, 핵융합 연구를 선도하다
국가핵융합연구소(이하 핵융합연)는 핵융합 연구의 최전선을 달리고 있는 가장 ‘핫’한 곳이다. 핵융합연의 핵심 장치는 바로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다. KSTAR는 국내 기술로 개발된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로 태양에너지 원리인 핵융합반응이 일어나는 초고온 플라즈마 실험을 수행하는 시설이다. 2008년에 처음으로 플라즈마를 발생시키는 데 성공한 후, 관련한 각종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
 
현재 KSTAR는 세계 핵융합 연구의 선두적 역할을 수행 하고 있다. 실제로 KSTAR는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이 공동으로 개발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 ITER (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 장치의 약 1/25로 제작됐는데 ITER 완공 때까지 건설 및 운영에 필요한 기초실험 기술 자료를 상호보완적으로 제공하며 관련 기술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국가핵융합연구소 KSTAR 설비 정면 모습

세계 최초 1억 ℃ 플라즈마 8초 연속 운전
최근 KSTAR 연구진이 핵융합 상용화의 꿈에 한 발짝 다가섰다. 1억 ℃ 초고온 플라즈마 운전을 세계 최초로 8초 이상 유지하는 데 성공한 것. 세계 모든 핵융합 연구장치에서 1억 ℃ 수준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5초 이상 유지한 것은 한국이 최초다.
 
초고온·고밀도 상태인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을 인위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핵융합로 안에 중수소(Deuterium)와 삼중수소(Tritium)를 넣고 가열해야 한다. 일정한 고온에 다다르면 수소원자는 핵과 전자가 분리된 플라즈마 상태가 되는데 헬륨으로 융합되면서 질량 일부가 에너지로 변환된다. 이때 방출되는 막대한 에너지를 전기 등으로 활용한다는 것이 핵융합에너지 기술의 요점이다.
 
하지만 핵융합 핵심인 플라즈마의 안정적 유지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충분한 가열장치와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안정적인 운전모드가 필수지만 기술적 한계 때문에 그동안 많은 실패를 겪어왔다. 때문에 이번 실험은 이러한 한계를 넘어섰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핵융합연에 따르면 실험에서 차세대 플라즈마 운전모드 중 하나인 내부소송장벽(Internal Transport Barrier, ITB) 모드를 플라즈마 형상 및 밀도 제어로 안정적으로 구현했다. 또한 중성입자빔가열장치 KSTAR 가열장치의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플라즈마 중심부를 효과적으로 가열하는 기술 적용을 통해 성공적인 실험을 이끌었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에는 1억도 플라즈마를 10초 이상 운전한다는 계획이다. 윤시우 KSTAR 연구센터장은 “이번 성과는 본격적인 초고온 운전 실험 단계에 들어선 KSTAR가 다른 장치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초고온 플라즈마의 장시간 운전기술 개발에 선도적인 성과를 확보했다는 것을 보여준 것”라고 연구 의의를 밝혔다.
전년 대비 2019 캠페인 ~1억도 초고온 플라즈마 실험 성과 비교 그래프
2008년 구현된 KSTAR의 최초 플라즈마 no.1020

플라즈마 붕괴 완화 기술 검증도
초고온 플라즈마 장시간 운전성공에 이어 핵융합로 손상을 막을 기술도 개발됐다. 지난 4월 KSTAR연구센터가 ITER 장치 운영단계에서 계획 중인 ‘플라즈마 붕괴 완화 기술’의 실제 효과를 KSTAR 장치에 설치된 대칭형 산탄 입자 주입장치(SPI: Shattered Pellet Injector) 2기를 활용해 검증했다.
 
플라즈마 붕괴 완화 기술은 핵융합로 운영 중 갑작스러운 이상 상황 발생 시에도 초고온 플라즈마가 지닌 방대한 에너지를 짧은 순간에 안전하게 해소해 장치 손상을 막는 기술이다. 이는 ITER 장치의 핵융합 운전단계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핵융합 상용화 핵심 과제이자 난제 중 하나였다.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위해서는 핵융합로 내부가 초고온 플라즈마를 생성하고 오랫동안 유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1억 ℃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가 갑자기 붕괴하면 엄청난 에너지가 한꺼번에 쏟아져 핵융합 장치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이를 해결할 방법으로 플라즈마에 인위적으로 불순물을 주입해 플라즈마가 붕괴할 때 분출되는 에너지가 한 곳으로 집중되는 것을 막고 고르게 분산시킬 수 있는 붕괴 완화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ITER 장치에서는 미세한 얼음 입자(아이스펠릿)를 고속으로 주입할 수 있는 SPI 수십 기를 동시에 사용해 플라즈마 에너지를 분산하고 핵융합로의 손상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활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방식의 효과가 그동안 실험적으로 검증되지 못해 여전히 ITER 운영의 불확실 요소로 남아있었다.
 
이에 KSTAR 연구진들은 지난해 ITER 국제기구와 플라즈마 붕괴 완화 효과에 관한 공동 연구 수행을 결정하고 미국 오크리지 국립연구소와 협력으로 대칭형 SPI 장치 2기를 KSTAR 장치에 설치했다. 고에너지 플라즈마 발생이 가능하며 ITER에서 계획하고 있는 대칭형 SPI 실험이 가능한 핵융합 장치는 KSTAR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연구진들은 지난 플라즈마 실험 기간에 실제 이를 활용한 플라즈마 붕괴 완화 실험을 수행한 결과, 기존 1대의 SPI 장치를 활용할 때보다 복수의 대칭형 주입장치를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 효과적이고 균일한 에너지 분산이 가능해 붕괴 완화 효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무엇보다 플라즈마 붕괴 완화 단계에서 전자의 밀도가 기존 대비 2배 가까이 높아지면서 장치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키는 폭주 전자의 발생을 차단하는 효과를 얻었다.
 
연구진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까지 2기의 SPI를 활용해 다양한 플라즈마 붕괴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ITER에서 연구사업을 수주해 개발한 4종류의 붕괴 완화 진단장치를 활용해 관련 실험 데이터를 확보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ITER 플라즈마 붕괴 완화 기술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검증을 수행하게 된다.
 
유석재 핵융합연 소장은 “이번 성과는 KSTAR의 뛰어난 장치 특성과 연구역량을 바탕으로 핵융합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선도적인 연구 성과를 얻은 대표 사례”라며 “ITER의 성공적 운영을 위한 사전 연구뿐 아니라 향후 핵융합실증로 개발을 위한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계속 도전적인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ITER 장치 산탄형 펠릿 개념도
현대중공업과 국가핵융합연구소가 개발한 진공용기

국제핵융합실험로 진공용기 첫 완성
성공적인 핵융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플라즈마 발생과 저장 환경이 완벽해야 한다. 때문에 이를 위한 ‘진공용기’(Vacuum Vessel) 기술은 핵융합 성공 열쇠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에서 ITER 핵심품목인 진공용기 첫 번째 섹터(섹터 6번)가 지난 4월 완성돼 주목을 끈다. 이번 진공용기 최초 섹터 완성은 현대중공업과 핵융합(연) ITER 한국산업단이 지난 10여 년 간 수많은 기술적 난제를 극복한 결과다.
 
9개의 섹터로 나뉘어 제작되는 ITER 진공용기는 최종 조립 시 도넛 모양의 초대형 구조물로 높이 13.8 m, 외경 19.4 m, 총 무게 5,000톤에 달한다. 그중 이번에 완성된 섹터 6번(11.3 m, 폭 6.6 m, 무게 400톤)은 진공용기 조립 설치의 기준점으로, 가장 먼저 설치된 후 다른 섹터들의 조립 설치가 순차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전체 9개 섹터 중 가장 먼저 제작되는 만큼 각종 기술적 난제들을 먼저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ITER 건설 과정의 ‘아이스 브레이커’로 불리기도 했다.
 
핵융합로의 가장 안쪽에 위치하는 진공용기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1억 ℃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발생시키고 유지할 수 있도록 고진공 환경을 구현하는 그릇 역할을 한다. 또한 핵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성자를 차폐하는 방사선 1차 방호벽 역할과 블랑켓, 다이버터 등 핵융합로 주요 내벽 부품들을 정밀하게 고정하는 플랫폼의 역할도 수행한다.
 
특히 진공용기는 3차원 형상을 갖는 특수 스테인리스 강 소재의 이중격벽 구조물로 완벽한 진공 상태 구현을 위해 제작 과정에서 최고의 기술적 난이도와 엄격한 품질관리를 요구한다. 총 1 ㎞에 달하는 60 ㎜ 두께의 특수 스테인리스 강을 용접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내벽 부품을 정밀하게 조립할 수 있도록 수 ㎜ 이하의 공차를 준수해야 하는 등 정밀한 성형과 용접 기술을 필요로 한다. 또한 100% 정밀 비파괴검사가 요구되는 프랑스 원자력 안전규제 준수를 위해 주요 용접부를 완벽하게 검사할 수 있는 새로운 비파괴 검사기술이 개발 적용되기도 했다.
 
이번에 완성된 진공용기는 ITER 건설지인 프랑스로 운송, 7월초부터 조립될 예정이다. 현재 총 9개의 ITER 진공용기 섹터 중 4개 섹터는 현대중공업에서, 나머지 5개 섹터는 유럽연합(EU)에서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당초 우리나라에서 조달을 책임지고 있는 2개 섹터 외에 EU에서 조달을 맡은 섹터 중 2개를 추가로 수주한 바 있다.
 
ITER 한국사업단 정기정 단장은 “이번 진공용기 성공적 완성은 뛰어난 기술 역량을 지닌 현대중공업이 ITER 국제기구 및 한국사업단과 긴밀한 기술 협력을 통해 이루어낸 대표적인 거대과학기술 성공 사례”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까다라쉬에서 건설 중인 ITER 모습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란?
ITER은 핵융합에너지의 상용화 가능성을 실증하기 위한 초대형 국제협력 R&D 프로젝트로 한국과 미국, 일본, EU 등 총 7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핵융합반응을 통한 500 ㎿급의 열출력을 발생하는 장치를 개발해 전기생산 가능성을 실증할 계획이다.
 
현재 7개국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프랑스 남부 카다라쉬에 핵융합실험로를 건설 중이다. 완공 후 18년간 운영하고 5년의 방사능 감쇄 기간을 거쳐 해체할 계획이다. ITER에 들어갈 주요 장치는 참여국에 할당해 각 국에서 제작·조달 후 프랑스 현장에서 조립한다. 한국은 초전도 도체와 진공용기 본체 등 9개 주요장치를 제작, 조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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