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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이 식수·전기로…해수전지의 재발견
2020년 6월 1일 (월) 00:00:00 |   지면 발행 ( 2020년 6월호 - 전체 보기 )

바닷물이 식수·전기로…해수전지의 재발견
생활담수화 및 조명 제품 주목…iF 디자인 어워드 수상


해수전지(Seawater Battery)는 바닷물 속 나트륨 이온을 이용해 전기를 저장하는 이차전지다. 무한한 자원인 바닷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다. 더불어 침수에 안전하고 전지 충전 과정에서 해수를 담수화할 수 있어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해수전지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활용한 다양한 연구와 제품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서 해수전지를 이용해 전기와 더불어 담수를 생산하는 제품을 개발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제품은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기까지 했다.
 
김수진 기자 자료협조 울산과학기술원(UNIST), 울산광역시
 
식수와 조명을 제공하는 ‘아쿠아시스’
친환경 에너지 개발에서 대두되는 문제점 중 하나가 바로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이 관련 기술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친환경 에너지 관련 기술개발이 오히려 또 다른 에너지 차별을 불러일으킨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때문에 많은 연구진들이 관련 기술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UNIST의 김차중 교수(디자인 및 인간공학부)와 김영식 교수팀(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이 공동 개발한 생활담수화 및 조명 제품인 ‘아쿠아시스’(Aquasis)는 주목할 만한 제품이다. 해수전지라는 친환경적인 에너지 기술을 활용해 식수와 전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이 아쿠아시스를 구상하게 된 동기는 바다에 인접해 있지만 만성적인 식수와 전력 부족을 겪고 있는 제3세계 아이들을 위해서였다고 한다. 오염된 식수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위해 ‘라이프 스트로’(LifeStraw)1)와 같은 제품이 보급되고 있다. 그런데 해안 지역이라면 바닷물을 담수화해 이러한 식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해수전지는 전기를 생산하고 저장하는 등의 과정에서 바닷물을 담수화할 수 있어 전기 공급과 식수 등 두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다.
 
해수전지는 값비싼 리튬이온 대신 바닷물 속 나트륨(소듐)이온을 이용해 전기를 저장하고 발생시킬 수 있는 장치다. 해수전지는 값비싼 리튬을 해수로 대체하기 때문에 경제성이 뛰어나고 수명이 길다. 그리고 물속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화제 위험이 낮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해수전지는 충전과 방전 과정에서 해수를 담수화하고 살균할 수 있으며, 수소 생산과 이산화탄소 포집 등과 같은 부수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아쿠아시스는 해수전지의 담수화 기능에 주목한 제품이다. 바닷물 속 나트륨 이온을 이용해 전기를 충전하는 해수전지는 충전 과정에서 바닷물을 담수화할 수 있다. 아쿠아시스는 커다란 물병처럼 생겼지만 그 구조는 크게 상단부와 하부로 나뉜다. 물병의 마게 역할을 하는 상단부는 조명과 전지로 구성돼 있고, 하부는 바닷물을 담아 두는 물병으로 사용된다. 사용자가 낮 시간동안 아쿠아시스에 바닷물을 담아 햇볕에 두면 상단부의 태양전지를 통해 전기를 충전하면서 동시에 바닷물을 담수화할 수 있다. 이렇게 약 4시간의 충전과정을 거치면 해수전지 충전과 담수화가 완료된다. 담수화 완료 여부는 LED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번 제품개발로 수인성 질병에 취약한 어린이들의 건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바닷물을 담수화함으로써 깨끗한 물을 지속해서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쿠아시스는 아이들도 손쉽게 바닷물을 담을 수 있는 크기와 무게로 디자인됐다. 특히 해수전지로 작동되는 조명을 통해 아이들이 전기 걱정 없이 독서 등의 야간 활동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장점을 갖췄다.
 
아쿠아시스는 UNIST가 보유한 원천 기술과 제품 디자인 역량을 결합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해수전지 원천기술을 보유한 김영식 교수팀과 디자인을 맡은 김차중 교수팀이 제품 개발을 위해 1년여에 걸쳐 협업을 진행했고, 이러한 노력으로 지난 3월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2020’에서 ‘프로페셔널 콘셉트’(Professional Concept) 부문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쿠아시스는 식수를 구하기 어려운 바닷가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아쿠아시스를 이용한 조명 활용 상상도
UNIST의 김영식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좌), 김차중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교수(우)

해수전지 상용화를 위한 발판 마련
지난 4월 26일 UNIST의 발표에 따르면, 포투원이 신용보증기금 ‘퍼스트 펭귄’ 기업에 선정됐다. 포투원은 이번 선정 결과에 따라 3년 간 15억 원을 보증 지원 받는다. 신용보증기금의 퍼스트 펭귄 프로그램은 우수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갖춘 성장 가능성 높은 기업을 선정해 자금조달보증을 지원하는 제도다. 그럼으로써 창업 5년 이내의 혁신기업을 선정해 신성장 개척과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도록 돕는다는 게 이 제도의 취지다.
 
세계 최초로 해수전지 개발에 성공한 김영식 교수는 정부와 울산시의 지원을 받아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동시에 한국전력공사, 한국동서발전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 받아 상용화에 노력해 왔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김 교수는 2015년에 교원창업기업 ‘포투원’을 창업하기도 했다.
 
포투원은 해수전지 개발을 위한 테스트 키트를 제작·판매하고 있으며 해양환경에 적합한 해수전지 적용 제품을 개발해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스마트 어구용 부이’(Buoy)가 있다. 해수전지가 부착된 어구용 부이는 낮 동안 태양광 패널로 충전해 어장의 GPS 위치정보 및 온도정보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침수 시 자동으로 경보신호를 보낼 수 있는 구명조끼에 응용하는 등 다양한 제품 개발이 진행 중이다.
 
해수전지는 바닷물을 활용한 만큼 바다에서 그 활용 가치가 특히 높다. 2018년에 UNIST가 해수전지를 사용화한 첫 번째 제품 역시 항로표지용 등부표다. 등부표는 항로의 수역, 장애물 표시를 위해 고정해 놓은 해양구조물이다. 야간에도 항로를 표기해야 하는 등부표는 종전까지 납축전지를 사용해 왔다. 문제는 납축전지가 무거워 부표의 중심을 잡기가 어렵고 침수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바닷물이 유입되면 전지를 사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황산과 납 등이 유출돼 오염문제도 발생한다. UNIST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를 해수전지를 활용해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바닷물을 사용해 충·방전하는 해수전지는 침수의 위험이 없고 부표 아랫부분에 설치가 가능해 무게중심을 잡는데도 용이하다. 배터리 교체 수요가 적어지기 때문에 유지관리에도 큰 도움이 된다. 제품은 지난 2018년 열린 ‘제19차 국제항로표지협회 콘퍼런스 산업전시회’에 출품되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정부도 해수전지의 미래 가치에 주목하고 관련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경제·금융 관련 4개 부처가 대통령에 보고한 ‘2020년 업무추진 계획안’ 중 ‘지역 활력 프로젝트’ 분야에 해수전지 산업을 포함시키며 정부 지원을 약속한 상황이다.

현재 해수전지 연구를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곳은 울산광역시다. 울산시는 난 2018년부터 오는 2023년까지 해수전지 기반 해수담사화 플랜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모두 219억 원이 드는 이 사업은 해수자원화전력시스템연구센터 구축(2019년 기공)과 10 ㎾h급 해수전지 ESS 실증 및 담수화 시스템 실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지난해 열린 해수자원화전력시스템연구센터 기공식에서 “해수 자원화 기술이 해양 생태계에 적합한 수중 로봇, 어구용 GPS 부이, 해수 담수화 사업 등 전 산업분야에 해수전지 기술이 널리 확대될 수 있도록 행정·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제주도도 해수전지와 해수자원화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1월 유니스트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공동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두 기관은 단기간에 사업화가 가능한 해수전지 기반의 소형 해양기기 분야를 중심으로 실증·보급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바닷물이 닿으면 작동해 위치를 표시하고 구조신호를 알릴 수 있는 구명조끼와 어구용 GPS 부이 등이 최우선 적용 분야다. 경상북도도 유니스트와 손잡고 어구용 GPS 부이 등을 이용한 울릉도·독도 해역 내 해수 자원화 연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영식 교수는 “신용보증기금의 도움으로 해양환경에 적합한 해수전지 제품 개발과 상용화에 한층 속도가 붙게 됐다”며 “대학에서 개발된 기술이 실험실을 넘어 넓은 바다 위의 더 많은 사람들에 도움 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과 제품 생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철호 울산광역시장(우측)
등부표에 적용된 해수전지 모습
해수전지와 연결된 램프가 등부표상에서 점등된 모습

해수전지, ESS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해수전지는 에너지저장장치(ESS)의 블루오션을 개척했다는 측면에서 유의미한 평가를 받고 있다. ESS는 주로 에너지 밀도가 높은 리튬 이온으로 구성한 이차전지로 만들어진다. 이때 전지 양극 재료로 지금까지 코발트산 리튬을 많이 사용해왔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ESS 시장 확대로 코발트와 리튬 가격이 3~4배 가까이 급등하고 있어 대체재가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배터리 양극 소재는 100% 수입하고 있어 가격 부담도 상당하다. 최근 전기자동차와 분산전원이 확대되면서 에너지저장장치의 대용량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폭발과 화재의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전 세계 연구진들은 그 대안으로 나트륨이온 전지를 주목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UNIST가 바닷물을 활용해 전기를 저장하고 생산하는 해수전지를 개발한 점은 원천기술 확보라는 관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로써 전 세계 친환경 에너지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UNIST는 한국전력 및 동서발전과 해수전지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공동연구를 각각 진행해왔다. 그 성과로 지난 2018년 동서발전에서는 10 ㎾h급 ESS 시범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했으며 UNIST 내 해수전지 전용 연구센터 건립도 현재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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