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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꿈의 신소재 ‘그래핀’, 상업화 기지개 펴다
2020년 8월 1일 (토) 00:00:00 |   지면 발행 ( 2020년 8월호 - 전체 보기 )

꿈의 신소재 ‘그래핀’, 상업화 기지개 펴다
높은 강도와 전도성으로 적용 분야 무궁무진해


그래핀(Graphene)이 ‘만년 유망주’꼬리표를 뗄 수 있을까. 흑연에서 떼어낸 가장 얇은 층인 그래핀은 그물 구조 덕분에 강철보다 약 200배 강하고, 구리보다 전기가 훨씬 더 잘 통하할 뿐만 아니라, 유연성을 갖춘 소재로 산업 전반으로 적용될 수 있는 꿈의 소재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도띠와 원자가띠 사이의 에너지 간격인 띠틈(band gap)을 열기가 어렵고 대량생산이 쉽지 않다는 단점 때문에 2004년 발명 후 10년이 넘도록 실상용화하지 못한 상태다. 상용화 기술만 확보하면 신소재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에 관련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유의미한 연구들이 발표되며 그래핀 산업에 훈풍이 불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주목할 만한 한국 그래핀 연구를 소개한다.
(메인 사진 : 활성화된 구겨진 형상의 그래핀(A-CG) 합성과정 모식도. 그래핀 산화물이 포함된 액정으로부터 에어로졸 공정에 의해 제조된 구겨진 종이공 형상의 그래핀 산화물과 이를 저온 열처리에 의한 부분 환원 및 산화 공정을 통해 활성화 그래핀을 제조하는 공정 개요도를 나타낸 그림)
 
김수진
자료협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UNIST,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AIST
 
그래핀은 탄소 원자로 만들어진 2차원 물질로, 벌집 모양의 구조다. 순수 2차원 그래핀은 한 층 구조이지만 보통 최초 그래핀 공정 시 층의 개수에 따라 한 개 층부터 여러 층을 가진 그래핀이 관찰된다. 단층 그래핀의 두께는 탄소원자 1개분인 0.3 ㎚로 얇지만 강도는 다이아몬드와 비슷한 수준을 자랑한다. 실제로 그래핀 시트를 겹쳐서 ㎜ 수준의 두께로 만들면 2 톤짜리 자동차를 지지할 수 있을 정도의 강도가 발생한다. 또한 높은 전도성도 그래핀의 장점으로 손꼽힌다.
 
현재까지 이뤄진 그래핀 개발은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그래핀 합성 분야와 생산된 그래핀을 적용해 기존의 재료를 대체해 성능 개선하는 응용분야로 진행되고 있다. 높은 강도와 전도성까지 갖춘 그래핀의 응용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특히 투명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소재다. 반도체 공정에 적용가능한 대면적 합성기술과 그래핀으로 회로를 구성할 수 있는 패터닝 기술을 통해 투명 디스플레이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투명 전극과 넓은 표면적과 안정적인 결합 구조를 활용한 이차전지 전극 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음극 및 양극재에 그래핀을 첨가해 고용량·고출력을 구현할 수 있어 금속산화물 기반 전극(ITO) 대체재로 기대되며 관련 연구가 진행 중이다. 
 
칼륨 및 나트륨 이온 전지용 활성 그래핀
그래핀을 칼륨과 나트륨 이온 전지용 소재로 적용한 응용기술이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개발됐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장희동 박사 연구팀과 미국 조지아공대 이승우 교수팀은 에어로졸 공정으로 제조된 구겨진 종이공 모양의 그래핀 산화물을 부분 환원 및 저온 열처리 활성화 과정을 통해 칼륨 및 나트륨 이온 전지용 소재에 적용하는데 성공했다. 현재 널리 활용되고 있는 이차 전지인 리튬 이온 전지의 대체재로 높은 효율과 안정성을 갖고 있는 칼륨 및 나트륨 이온 전지의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그래핀이 새로운 전극 물질로서 주목받는 중 이뤄낸 연구 결과인 만큼 의미하는 바가 크다.
 
연구팀은 구조·화학적으로 안정한 구겨진 종이공 형상의 그래핀 결정 구조를 조절해 활성화함으로써 칼륨 및 나트륨 이온 전지에 적용했다. 활성 그래핀을 사용한 이온 전지는 높은 저장 용량, 고속 충방전 및 장시간 안정성 등의 우수한 물성을 나타냈다. 
 
특히, 이번 연구에 사용한 활성 그래핀은 에어로졸 공정으로 제조된 구겨진 종이 공 형상의 그래핀 산화물을 부분 환원 및 저온열처리를 통해 활성화한 것으로 세계 최초로 시도된 것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제조된 활성 그래핀의 전기화학 특성 평가한 후, 밀도함수 이론 분석을 수행했다. 그 결과 적용된 기술이 칼륨 및 나트륨 이온 전지로 모두 매우 우수한 물성을 나타내고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칼륨 이온 전지는 가역 정전 용량이 340 ㎃hg-1이었고 나트륨은 280mAhg-1이었으며 8,000 사이클 이후에도 높은 안정성을 유지했다.
 
기존 연구들에서는 칼륨 및 나트륨 이온 전지의 전극물질로 흑연을 적용한 연구가 수행됐으나 충·방전 시그 속도가 저하돼 장시간 사용할 경우 효율과 안정성이 낮아졌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그래핀을 사용한 연구가 시도됐지만, 그래핀 시트 간의 재적층 현상으로 인해 우수한 물성의 결과물을 얻지 못했다. 이에 연구팀은 재적층이 발생하지 않는 구겨진 종이공 형상의 물성이 좋은 활성 그래핀을 제조해 한계를 극복했다.
 
그래핀 전극 기반 ‘유연 유기 태양전지’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박혜성, 양창덕 교수팀은 ‘그래핀 기반 고성능 투명 유연 전극’을 개발했다. 그래핀의 우수한 전기 전도성과 내구성을 해치지 않도록 새로운 제조기법을 고안해 그래핀 전극의 단점을 보완했다.
 
그래핀 전극은 ‘유기 태양전지’의 상용화를 앞당길 구성요소로 주목받는다. 태양전지는 태양광을 받아 전자를 만들어내는 ‘광활성층’과 전자의 통로 역할을 하는 ‘전극’, 전체 전지 구조를 유지하는 ‘기판’ 등 여러 층으로 이뤄진다. 유기 태양전지는 광활성층으로 가볍고 유연한 유기물을 사용하므로 차세대 태양전지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딱딱한 전극을 사용하면 유연하고 가벼운 태양전지를 구현하기 어려워진다.
 
그래핀 전극은 가볍고 유연한 데다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고 내구성도 좋아 유기 태양전지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소재로 손꼽혀왔다. 그러나 그래핀이 원자 한 층 수준으로 얇아서 전극 기판으로 옮길 때 지지층이 필요했다. 보통 지지층으로 전기가 안 통하는 고분자 물질을 쓰는데, 이들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아 전기 전도성을 떨어트리는 문제가 있었다. 또 기판 위에 그래핀을 고정하는 힘이 부족해 굽히거나 외부 힘을 반복적으로 가하면 떨어지기도 했다.
 
공동연구팀은 그래핀을 옮기는 지지층을 기판으로도 사용하는 새로운 제조법으로 ‘기판 일체형 그래핀 전극’을 개발했다. 이 전극을 유기 태양전지에 적용한 결과 15.2%의 광전변환효율(태양광을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효율)을 기록했는데, 이는 이제껏 개발된 유연한 유기 태양전지 중 가장 높다. 이 태양전지는 또 5,000번의 굽힘 시험 후에도 초기 효율의 98% 이상을 유지하는 우수한 기계적 내구성을 보였다.
 
이번에 개발한 기판 일체형 그래핀 전극의 경우 ‘고온공정’이 필요한 다른 전기 소자에도 적용할 수 있다. 기존 그래핀 전극의 기판으로 이용되는 물질은 고온에서 변형됐으나, 폴리이미드 소재는 400℃ 이상의 고온도 견딜 수 있어 변형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폴리이미드/그래핀 일체형 투명 전극 제작 공정 모식도

그래핀으로 늘어나는 리튬 이온배터리 개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광전하이브리드연구센터 손정곤 박사 연구팀은 신축성이 없는 기존의 배터리 전극이 늘어날 수 있도록 전극 소재만으로 신축성 구조체를 제작하고 신축성 젤 전해질과 패키징을 결합해 신축성을 가지면서도 높은 용량을 갖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제작했다.
 
스마트 밴드와 같은 고성능 웨어러블 기기나 몸속에 삽입하는 페이스메이커와 같은 이식형 전자기기의 시장이 빠르게 커짐에 따라 에너지를 저장하는 부분도 몸의 피부나 장기와 비슷하게 말랑말랑하고 늘어나는 형태로 만들어질 필요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기존 배터리는 단단한 무기물 형태의 전극 소재가 부피의 대부분이다. 또한 전하를 뽑아 전달하는 집 전체와 분리막 등 다른 구성 요소들도 신축성을 가져야하며 액체 형태의 전해질이 새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연구팀은 신축성이 없는 소재에서 구조적으로 신축성을 가지는 아코디언의 구조에 주목했다. 입자 형태의 단단한 배터리 양극·음극 활성 소재 각각을 잘 잡아주면서도 전도성이 매우 높은, 보자기 역할을 하는 원자 두께의 그래핀과 나노 크기의 노끈인 탄소 나노튜브를 복합화해 벌집 구조의 뼈대를 제작했다. 이렇게 만든 벌집 모양의 ‘활성 소재·그래핀·탄소나노튜브’ 복합구조체를 김밥을 말 듯 압축해 아코디언처럼 늘리고 줄일 수 있게 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전극은 신축성을 위해 에너지 저장에 의미 없는 소재를 첨가하지 않았고, 모든 소재가 에너지 저장과 전하 전달에 참여한다. 이 배터리는 기존의 늘어나지 않는 배터리 수준의 우수한 에너지 저장 용량(5.05 ㎃h/㎠)을 보였다.
 
연구팀은 제작한 구조체에 신축성 젤 전해질과 공기와 수분을 차단하며 전해질이 새지 않게 하는 늘어나는 패키징 소재를 같이 조립했다. 이를 통해 배터리를 구성하는 모든 부분에서 50% 이상의 높은 신축성 및 500번 이상의 반복적인 잡아당김에서도 성능을 유지하는 기계적 안정성을 확보하면서도 공기 중에서의 장기 안정성까지 확보한 신축성 리튬 이온 배터리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최근 웨어러블이나 신체 부착형 소자 개발에서 신축성을 가지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으로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했다.
 
얼음 기둥을 통해 그래핀 용액을 그래핀 벌집 구조체로 제작한 후, 이를 김밥을 마는 듯한 전방향 압축 공정을 통해 안쪽으로 굽어지고 늘어나는 배터리 전극 구조체를 제작하고, 신축성 젤 전해질과 신축성 패키징을 통해 신축성 배터리를 제작하는 공정

비메모리 반도체 성능 향상에도 역할 톡톡
비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한층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그래핀 연구가 시선을 끌고 있다. 지난 5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물리학과 조성재 교수 연구팀이 그래핀으로 자기장, 자성체 없이 스핀 전류를 생성하고 검출하는 실험에 성공해 차세대 그래핀 스핀 트랜지스터 개발의 토대를 마련했다.
 
그래핀은 전자의 스핀 확산 거리가 길어, 전자스핀을 정보화하는 분야인 스핀트로닉스 응용에 큰 기대를 받아왔다. 하지만 전자의 스핀과 전자의 궤도가 상호작용하는 스핀-궤도 결합 에너지가 매우 약해 스핀 전류를 직접 생성하거나 검출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조성재 교수 연구팀은 그래핀에 스핀-궤도 결합이 매우 큰전이금속이자 디칼코게나이드 물질인 2H-TaS₂를 접합해 그 인접효과로 그래핀의 스핀-궤도 결합을 100배 이상 증가시키는 데 성공했고 이어 ‘라쉬바 효과’를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라쉬바 효과란 강한 스핀 궤도 결합으로 그래핀과 같은 2차원 물질 내부의 전기장이 자기장으로 전환되는 효과를 말한다. 이것을 이용해 스핀 전류를 생성, 검출하는 효과를 ‘라쉬바-에델스타인 효과’라고 부르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이 효과를 그래핀에서 최초로 구현했다.
 
라쉬바 효과가 그래핀에 유도되면, 라쉬바-에델스타인 효과에 의해 전하 전류와 스핀 전류가 상호 전환이 가능하다. 자기장이나 자성체 없이 그래핀에 전류를 흘려줌으로써 스핀 전류를 생성시킬 수 있고 그래핀 층에 흘러들어오는 스핀 전류를 전하 전류 혹은 전압 측정을 통해 검출할 수 있는 것이다.
 
조 교수 연구팀은 또 트랜지스터의 단자 사이에 인가되는 전압인 게이트 전압으로 그래핀 이종접합에 생성되는 스핀 전류의 크기와 방향을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추후 자기장, 자성체 없이 동작 가능한 그래핀 스핀 트랜지스터의 초석을 마련한 획기적인 연구 성과로 평가받는다.
라쉬바-에델스타인 효과 측정을 위한 소자 개략도(위), 각각의 그래핀 영역의 밴드구조(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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