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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뿌리 4.0 마스터플랜’발표
2020년 9월 1일 (화) 00:00:00 |   지면 발행 ( 2020년 9월호 - 전체 보기 )

‘뿌리 4.0 마스터플랜’발표
뿌리산업 범위 10년 만에 전면 개편

정부가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3D프린팅과 로봇 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최근 제조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경쟁력 확보를 위해 ‘뿌리산업’ 범위를 10년 만에 전면 개편하면서 관련 산업을 포함한 것.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정세균 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뿌리 4.0 경쟁력강화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소재 범위를 6개로 늘리고 기술 분야도 14개로 확대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뿌리기술은 부품·장비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소재를 가공하는 기술로 금속 소재를 활용한 주조, 금형 등 6대 공정기술을 의미한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위축된 제조업 활성화와 이를 통한 국가 경쟁력을 위한 것이다.

김수진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끊어진 ‘글로벌 가치사슬’…자국 생산으로 ‘회귀’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제품 생산 방식이 변하고 있다. 그동안 자동차, 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산업은 글로벌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GVC)로 작동돼 왔다. GVC란 두 개 이상의 국가가 참여하는 생산 네트워크로, 글로벌 기업이 비용 절감을 위해 생산과정을 나눠 각각 가장 효율적인 국가에 배치하는 것을 말한다.

국제무역연구원이 지난 2월 발간한 ‘글로벌 가치사슬의 패러다임 변화와 한국무역의 미래’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무역에서 GVC가 차지하는 비중은 74%로, 1990년 이후 지난 30년간 세계무역 성장세를 주도해 왔다. 실제 애플의 GVC에는 45개국 1,049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고, 한국의 자동차 회사도 중국 수출용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 일본으로부터 엔진을 수입하는 등 GVC는 현재 글로벌 무역에서 가장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기 후 GVC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교통·통신 발달에 따른 운송비 감축과 관세 하락 효과가 한계에 달해 추가적인 해외 생산기지 확보 유인이 감소한 것이 이유로 손꼽힌다. 여기에는 세계 최대 생산 및 조립기지였던 중국이 제조 강국으로 변화한 점과 미·중 간 무역 갈등도 한 몫 했다.

현재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본국으로 제조공장을 회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가장 활발히 진행 중인 국가다. 보호무역을 내세우며 세금감면과 리쇼어링 비용 지원, 고숙련 노동자 훈련 등의 정책을 꾸준히 지원해 월풀(Whirpool), 제너럴모터스(GM), 포드(Ford) 등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공장을 자국에 재설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가운데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유행은 GVC에 대한 인식 변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많은 기업들이 무역량 급감으로 소재·부품을 원활하게 공급받지 못하면서 자국 내 생산에 다시 눈을 돌리게 됐다.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이라 믿었던 GVC가 오히려 기업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2017년 기준 한국의 GVC 참여율은 55%로 OECD 주요국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의존도가 오히려 높아지는 추세다. 그러던 중 지난해 일본이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품목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면서 그간 무관심했던 국산화 필요성이 높아졌고 여기에 코로나19로 부품 수급이 어려워진 대기업들이 국내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며 제조·생산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정부, 뿌리산업 살려 국가 경쟁력 확보한다
한국은 제조업 비율이 월등히 높은 국가로,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27.8%에 이른다. 제조업 강국이라고 불리는 독일(21.6%), 일본(20.8%)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중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열처리, 표면처리 등 공정기술을 활용한 뿌리산업 분야의 비중은 전체 제조업의 7.6%를 차지한다. 낮은 비율 같아도 자동차, 조선업, 반도체 등 국가기반 산업과 관련이 깊은 만큼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다.

제조업 활성화는 GVC 경제위기 돌파구로 손꼽힌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경제가 얼어붙은 현 상황에서 제조업 비율이 높은 국가가 경제 위기를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시티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캐서린 만(Catherine L. Mann)은 최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제조업과 기술 기업을 보유한 국가의 경우 ‘V자형 경기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며 “한국과 대만이 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업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발표한 ‘뿌리 4.0 경쟁력 강화 마스터플랜’은 국제 무역 환경 변화에 발맞춰 국내 제조업 부흥을 유도하고 국가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정부는 4차산업 혁명에 대응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유지하며 관련 산업의 첨단화를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소재와 공정기술의 다각화와 공급망 강화, 고부가가치화를 중점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뿌리산업 활성화를 위해 10년 만에 제도 개편에 나섰다. (사진: pixabay)

◆ 자금·인력·마케팅 지원
정부는 가장 먼저 코로나 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뿌리기업에 대한 긴급지원에 나선다.

매출 증대를 위해 마케팅과 원자재 수급 및 기술 애로를 중점 지원한다. 산학협력 R&D를 지원하고 올해 뿌리 특화단지 지원사업을 마케팅과 해외자재 수급 분야를 중심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뿌리기업에 대해 대출 지원규모를 1,000억 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자동차 상생특별보증 프로그램(4,200억 원), 철강 상생협력 펀드(1,000억 원) 등 업종별 상생기금 중 일부를 활용해 해당 분야의 뿌리기업을 지원한다.

인력 부족에도 팔을 걷어붙인다. 비전문 인력비자(E-9) 외국인력을 숙련기능인력 비자(E-7-4) 전환 시 고용추천서 발급요건을 완화한다. 또 단계별 스마트 제조혁신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해 스마트공장 지원사업 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 핵심소재 늘리고 하이테크 기술분야 지원
4차산업 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뿌리산업 개편에도 손을 댔다.

기존 금속 1개였던 핵심소재를 세라믹, 플라스틱 등 6개로 다원화하고 기존 뿌리기술(6개)에서 8개를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 사출·프레스, ▲ 3D 프린팅(분말성형 등), ▲ 정밀가공, ▲ 엔지니어링 설계 등 공정기술 4개와 ▲ 산업지능형 SW, ▲ 센서, ▲ 로봇, ▲ 산업용 필름·지류 등 해당 분야를 제조하거나 뿌리산업에 활용되는 기술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업종별 특화대책도 마련했다. 금속 중심 6개 분야에는 공동폐수시설, 스마트공장 확대 등을 통한 공급 안정화와 고부가 가치화에 집중 지원한다. 또 로봇 등 하이테크형 뿌리기술의 경우 R&D와 인력양성 등에 집중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중 해외 의존도가 심한 센서의 국산개발과 뿌리산업분야 로봇활용공정, 고기능성 산업용 필름과 하이테크 지류 개발이 눈에 띈다. 이 밖에도 관련 제도도 전면적으로 개편, 법령 개정을 통해 뿌리산업의 범위와 금융지원의 근거를 마련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 경영 안정화 지원
뿌리기업 경영 안정화를 위해 원자재 수급에 정부가 발 벗고 나선다. 뿌리기업 특화단지 중심으로 원자재 공동구매 등 사전조사 후 내년 베트남 등 신남방 국가와 ‘밀크런’ 조달체계를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희소금속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지속해서 운영하고 뿌리산업에 주로 활용되는 산화텅스텐 등 희소금속을 비축하는 것을 검토한다.

또한 주요 원자재의 비축시설 구축과 수요기업과 뿌리기업 간 GVC 동반진입 지원, 해외 주요 기업·대학과의 국제공동 연구 활동 강화, 수출바우처 지원, 지적재산권 분쟁 지원에 나선다. 이 밖에도 납품단가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납품단가 조정 우수 대기업에 대해 정부R&D 과제 신청 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 고부가가치 산업 주력
뿌리산업의 주요 경쟁요소인 기술, 공정, 입지, 인력 등을 첨단화해 고부가가치 산업을 탈바꿈하는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부품·제품 제조와 공정 기술간 융·복합 등 관련 R&D를 추진한다. 또 지능형 시스템을 구축해 용접로봇, 정밀가공 등 지능형 설비제어 가능공정을 발굴, 지능형 장비와 부품 개발 연구를 추진한다. 또한 스마트공장 인프라 구축사업과의 연계를 통해 데이터 규격, 형태 등 표준화 협력을 추진하고 사람과 협업하는 지능형 협동 로봇 보급에도 나선다. 밀양형 일자리 산단에 친환경 지능형 설비를 구축하고 공동폐수시설과 편의시설 구축에 나선다. 전문인력 양성에도 힘쓴다. 폴리텍대학 등과 함께 인력을 양성하고 중장년 인력양상 과정을 지자체 등과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오래된 산업 아닌 오래 살아남아야 하는 산업”
한편 뿌리산업의 가시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관행화된 대기업과의 수직적 하도급 관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뿌리산업에 속한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데 이에 따른 마진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 10곳 중 6곳이 제조원가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실례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9 뿌리산업 백서’에 따르면 국내 용접장비 및 기자재 업체는 대기업과의 종속 관계로 경영압박에 노출돼 있고 낮은 단가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 중인 중국과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아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열악한 경영 환경은 기술발전 저해로 이어지고 있다. 2017년 산업기술 조사수준에 따르면 국내 뿌리 기술 수준은 독일과 일본 등을 100으로 놓고 볼 때 85.4점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저임금 상승과 중국의 저가 정책,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 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개발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인력 부족도 걸림돌로 손꼽힌다. 오랜 시간동안 한국사회에서 뿌리산업은 3D 업종으로 인식되며 젊은 층 유입이 급감했다. 뿌리기업 종사자 수 49만 명 중 40·50대가 57%에 이르는데 그중 20·30대는 30%에 불과하다. 부족 인력은 외국인 노동자가 채우고 있는 실정으로 뿌리기업 종사자 10명 중 1명꼴로 그 비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주조업계 한 관계자는 “오랜 경험을 통해 익히는 분야인 만큼 기술 발전을 위해서라도 젊은 인력이 꾸준히 유입돼야 하는데 열악한 작업환경, 낮은 인건비 등 때문에 젊은 층들은 기피한다. 외국인 노동자가 늘어나긴 하지만 대부분이 단기적인 비숙련공이며 기술을 익힌다고 해도 결국 자국으로 돌아가게 된다”며 “기술인이라는 자부심만으로 버티기에는 어려운 상황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 보다 확실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nerg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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