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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알아서 고치는 똑똑한‘ 자가치유’ 기술
2020년 11월 1일 (일) 00:00:00 |   지면 발행 ( 2020년 11월호 - 전체 보기 )

알아서 고치는 똑똑한‘ 자가치유’ 기술
미래의 소재 기술…전선부터 인공피부·배터리까지
최근 글로벌 기업 ‘애플’이 깨진 액정을 스스로 수리하는 ‘자가 치유 기능’을 특허 출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화제다. 폴더블디스플레이가 탑재된 기기에 적용할 이 기능은 사용자가 설정한 시간에 맞춰 휴대폰이 접혀 있는 동안 보호 레이어를 알아서 수리한다. 이처럼 먼 미래 이야기라 생각했던 자가 치유 기술이 어느새 현실이 되고 있다. 자율적으로 수명을 제어하는 자가치유 기술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선정한 ‘2019년 10대 미래 유망기술’중 하나로 뽑히기도 했다. 이번호에서는 최근 연구 개발 동향을 소개한다.
 
김수진 기자 
자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북분원 구조용 복합소재연구센터, UNIST, 성균관대
 
2000년 중반부터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자가치유 소재 개발은 특히 유럽과 미국 등에서 여러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 시장 규모도 매년 큰 폭으로 성장 중이다. 지난해 1억 4,000만 달러를 기록한 자가치유 소재 시장은 연평균 95.0%의 성장률로 2026년까지 2억 2,200만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도 최근 관련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복합소재 특성상 발전 가능성이 많아 정부도 지원을 늘리고 있다.
 
스스로 균열 고치는 스마트한 전선
자가치유 소재는 금속이나 플라스틱 등의 물질에 치유기술을 접목해 손상 시 스스로 복구할 수 있도록 한 고분자 신소재를 의미한다. 최근 고분자, 세라믹, 금속 등 소재를 다양화해 연구가 이뤄지고 있고, 전자기기 및 의료기기, 건축물 등 각종 분야에 응용이 가능하다. 자가치유 소재는 고장이나 파손을 예방하거나 부품의 수명을 연장해 관련 비용의 지출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고장이 나거나 손상됐을 때 사람이 직접 고치기 어려운 우주나 심해, 혹은 깊은 지하공간에서의 활용도가 높다. 특히, 지하에 매설된 중간접속함에도 필요한 기술이다. 국내에는 13만 8,700여 개의 송전 케이블 중간접속함이 매립돼 있다. 이들 접속함은 높은 전압 때문에 균열이나 누전 발생 확률이 높지만, 문제가 생겨도 외부를 감싼 금속 때문에 초음파나 엑스레이 투과가 어려워 들여다보기도 어렵다. 2001년부터 2014년까지 43회나 고장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바로 이러한 난점을 극복하기위해 정용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북분원의 구조용 복합소재연구센터장 연구팀은 대한전선과 KCC, 숭실대, 경기대와 공동으로 균열을 단 몇 분 내로 자가 치유하는 154 ㎸ 중간접속함 소재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중간접속함에서 전선을 감싸 방전을 막는 실리콘에 자가치유 고분자가 든 캡슐을 넣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실리콘에 균열이 생기면 캡슐이 터져 에폭시 수지와 가교물질이 나와 균열을 메우고 굳혀주는 방식이다.
 
사실, 캡슐에 특정 물질을 넣어 자가치유를 유도하는 기술은 가장 오래된 방법 중 하나라고 한다. 2001년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 항공우주공학과 스콧 화이트(Scott Whyte) 교수팀이 처음으로 이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액체 화합물을 머리카락 굵기의 다량의 캡슐에 넣고 이를 플라스틱과 섞어 굳히는 방식이다. 플라스틱에 균열이 생기면 캡슐이 깨져 화학물이 나와 빈틈을 메운다. 하지만 해당 기술은 단 한 번만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단점 때문에 물체에 자가치유 물질을 공급하는 통로를 만들어 계속해서 자가치유가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왼쪽) 실리콘 절연체에 균열이 생긴 모습, (오른쪽) 마이크로 캡슐에서 나온 용액이 균열을 메우고 있는 모습 (사진: KIST)
KIST 전북분원 구조용 복합소재연구센터의 주요 연구 분야 (출처: KIST)

3차원 나노 다공성 금 소재
값비싼 금 대신 ‘공기’를 채워 넣어 가볍고, 내부 표면적이 넓은 소재가 나왔다. 금 내부의 공기구멍(pore)을 아주 작게 만들어 강도는 높고 자가 치유 능력까지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신소재공학부 김주영 교수 연구팀은 부러진 후에도 쉽게 다시 붙는 자가 치유능력을 가진 3차원 나노 다공성(nano porous) 금 소재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다공성 금 소재 내부의 기공을 작게 만드는 방법을 이용해 쉽게 부서지는 다공성 소재의 단점을 해결했다.1)
 
물질 내부에 미세한 구멍을 많이 만들면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표면적이 넓어진다. 나노 다공성 금 소재도 내부에 수십 나노미터(㎚, 1 ㎚=1억분의 1 m) 크기의 작은 구멍이 촘촘히 있는 구조를 갖는다. 이 소재는 넓은 표면적 때문에 반응성이 좋아 센서, 전극재료, 촉매 등으로 사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기로 채워져 있어 무게가 가볍고 금의 인체 친화성 때문에 생체 재료용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소재 자체가 갖는 다공성 구조 때문에 작은 변형에도 쉽게 균열이 일어나 활용에 제약이 있었다.
 
연구팀은 기공을 25 ㎚ 크기로 줄여 오히려 더 튼튼하고 잘 부서지지 않는 다공성 금 소재를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기공 숫자가 많아지면 강도가 떨어지지만, 이번에 개발된 소재는 크기가 작은 기공이 조밀하게 있음에도 강도가 높다. 특히 부러진 이후에도 스스로 달라붙는 능력이 있어 파손된 이후에도 처음 강도의 약 50% 수준까지 회복된다.
 
연구진은 추가적 실험을 통해 강도가 높은 원인과 자가 치유 과정을 밝혀냈다. 기공이 작아지면 표면에 노출되는 금 원자 비율이 높아져 원자가 잘 확산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메워지는 단면의 형태가 매우 뾰족해서 자가 치유 현상이 촉진된다. 결과적으로 열이나 전자빔은 같은 외부 에너지 없이 ‘절단면이 살짝 접촉했을 때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힘’(압축 응력)만으로 균열이 치유된다.
 
이번 연구에 제1 저자로 참여한 곽은지 신소재공학부 박사는 “기공이 작을수록 표면에 노출되는 원자가 많아 상온에서 원자의 확산(diffusion)이 잘 일어난다는 점과 금 뼈대가 엿가락처럼 끊어 질 때(necking)2) 그 단면이 기공 크기(25nm)보다 더 작다는 점 때문에 자가 치유 현상이 잘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김주영 교수는 “나노다공성 금은 화학적으로 안정적이며 인체에 무해한 소재”라며 “이번 연구로 쉽게 부서진다는 약점을 극복한 만큼 다양한 분야로 활용될 것이며 파손된 금 소재를 재활용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연구”라고 밝혔다.
UNIST가 개발한 자가 치유된 나노다공성 금의 강도 변화 및 금 뼈대의 변형에 대한 SEM이미지. 끊어졌던 나노스케일 금 뼈대가 자가 치유 후 강화되어 다른 부위에서 파단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UNIST)
UNIST가 개발한 나노다공성 금의 표면 전자현미경(SEM) 이미지(a)와 이를 3차원 재건(b)한 이미지. 매우 작은 기공이 형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UNIST)

신축성과 안정성 갖춘 자가치유 소재
전자피부 분야에서도 자가치유 기술 접목이 활발하다. 얇고 늘어나며 피부에 견고하게 부착되고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소재 개발이 이뤄진다면 실용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부 자극에 강하고 빠르게 회복해야 하는 전자피부 소재 개발이 활발하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 제난 바오(Zhenan Bao)교수 연구팀은 내구성이 강하고 상온에서 자가치유가 가능한 고분자를 개발했다. 이 물질로 개발한 필름은 상온에서 48시간 동안 자가치유 후 1,700% 늘릴 수 있었으며 -20℃에서 72시간 자가치유 후에도 125%까지 늘어났다. 특히 완전 절단 후 즉시 자가치유한 필름과, 절단 후 24시간 동안 공기 중에 노출시켜 분리하고 48시간 동안 자가치유한 필름은 거의 유사한 회복정도를 보였다.
 
한편, 기존 자가치유 고분자의 경우, 습도에 약하고 물속에서는 회복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도 활발하다.
 
캘리포니아 대학 화학과의 유에 카오(Yue Cao) 연구팀은 이러한 단점을 보완해 수중 환경에서도 안정적이며 반복적으로 자가치유가 가능한 소수성 탄소-불소 결합의 쌍극자-쌍극자 상호작용을 이용해 고분자를 제작했다. 해당 고분자 소재는 상온에서 1,000% 늘어나며 수중에서 한 달 보관 후에도 820%까지 늘어난다.
 
성균관대 손동희 교수 그룹이 연구한 PDMS(polydimethylsiloane) 기반 자가치유 고분자도 강한 수소결합과 약한 수소결합을 동시에 존재케 해 내구성과 자가치유 특성을 모두 갖췄다. 1,200%의 높은 신축성과 수중환경 영향을 받지 않는다. 특히 사용자 목적에 맞게 단단하거나 부드럽게 원하는 대로 소재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을 갖췄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폴리머 필름의 자가 치유 특성. (왼쪽) 검체 손상 및 치유 사진 및 (오른쪽) 스트레칭 전후의 치유 필름 사진 (출처: 스탠포드 대학)

전도성 갖춘 자가치유 소재
신축성을 갖춘 전도성 소재 연구 성과도 눈에 띈다. 미국 UCLA대학교의 치빙 페이(Qibing Pei)교수 연구팀이 ‘디엘스-알더’(Diels-Alder, DA)고분자와 은 나노와이어로 신축성 자가치유 전극을 제작했다. 기존보다 잘 구부러지고 투명하고 열을 이용해 치유가 가능하다. 전기저항도 310 Ω/sq에서 18 Ω/sq까지 감소시켰으며, 550 ㎚에서 80%의 투과율의 보인다. 실제 절단 후 100℃로 6분 가열했을 때 온도가 높아질 수 록 저항이 떨어지고 회복이 빨라지는 것을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투명하고 구부러지는 자가치유 가능 터치센서를 개발했다. 하지만 늘어나지 않으며 치유 횟수는 4회로 제한된다는 단점이 있다.
 
손동희 교수 연구팀도 기존 개발한 PDMS 기반의 신축성 자가치유 고분자에 갈륨 액체금속을 넣고 캡슐화해 강한 신축성을 갖춘 전극을 개발했다. 신축성 시험을 1,000회 반복해도 특성변화가 거의 없는 데다 낮은 저항을 가지며 상온에서 자동 치유되고 인공 땀 속에서도 회복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췄다. 하지만 액체 금속으로 만든 전극이다 보니 인체에 사용하기 어려움이 있어, 탄소나노튜브를 넣은 전극을 만들었다. 그 결과 절단 및 회복 12시간 후 200% 늘렸을 때 성능이 초기 상태로 거의 회복했다. 이 밖에도 손 교수 연구팀은 이를 활용해 반복적인 스트레칭에 탁월한 내구성을 갖춘 ‘은 플레이크 혼합 복합체 전극’도 개발한 바 있다.
 
배터리 수명을 연장하는 자가치유 기술
자가치유 시스템을 활용해 스마트기기의 배터리 고장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고안됐다. 싱가포르 첸 샤오동(Chen Xiaodong) 연구팀은 단일벽 탄소나노튜브(SWNT)를 이용해 자가치유가 가능한 초고량 축전지(supercapacitor)를 개발했다. 자가치유층에 올리고머와 이산화타이타늄(TiO₂) 나노입자를 사용하고 그 위에 탄소나노튜브를 뿌려 안정하면서 유연하게 휘어지는 초고량 축전지를 개발했다. 외부 자극에 손상을 받더라도 자가치유층이 원래 구조로 다시 되돌려 소재의 수명을 연장시킨다. 특히 이산화타이타늄 나노입자량에 따라 안정성이 향상되며, 반복적으로 자르고 접합해도 그 특성이 유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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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 연구는 《나노레터》(Nano Letters)에 8월 14일자 온라인 판에 공개됐다. 연구수행은 한국연구재단의 ERC 후속지원사업,소재융합혁신기술개발사업과 포스코 청암재단 ‘포스코 사이언스 펠로십’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논문명: Self-Healing of Nanoporous Gold Under Ambient Conditions)
 
2) 연성(延性)을 가진 금속이나 고분자재료 등을 위 아래로 잡아 당겨 늘리면 변형하는 부분과 변형하지 않는 부분으로 나뉘고, 그 경계에 잘록함이 생기는데 이를 네킹이라고 한다. 말랑말랑한 엿가락을 잡아 당겨 끊을 때 절단 부분이 가늘어지는 현상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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