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소중립, 세계의 경제 구도를 새로 짠다 시급한 문제로 떠오른 에너지 산업의 탈탄소화
탄소중립은 세계의 산업 흐름을 바꾸는 뚜렷한 기조를 보이고 있다. 이미 70여 나라가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앞 다투어 계획과 전략을 내놓고 있다. 한국 역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이 대열해 합류했다. 이제 탄소중립은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을 넘어 한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발등의 불이 되었다. 이에 각계에서도 탄소중립을 놓고 새로운 과제를 발굴하거나 실현 방안을 모색하는 활동이 활발해졌다. 이번 편에서는 에너지경제연구원과 한국자원경제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정책세미나와 우드맥킨지의 연구보고, 대한전기협회의 제5차 정책포럼 등에서 제시된 내용을 소개한다. (메인 이미지: 단국대학교 조홍종 교수)
정리 강창대 기자 자료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 우드맥킨지, 대한전기협회  에경연 이상준 기후변화연구팀장
2050 탄소중립과 에너지 부문 대응전략
에너지경제연구원(에경연)과 한국자원경제학회는 지난 5월 20일 놂탄소중립과 에너지 부문의 대응전략’에 관한 공동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단국대학교 조홍종 교수와 에경연 이상준 기후변화연구팀장이 주제발표를 맡았다. 조홍종 교수는 탄소중립 이행에서 정부의 역할로 △ 친환경 신기술 투자 확대와 장기적 지속가능한 성장 유도, △ 에너지 부문 탈탄소화, 시장제도 개선과 안정적 에너지 공급, △ 제조업 국제경쟁력 유지를 위한 투자와 환경 친화적 산업구조 개선, △ 탄소중립 이행에서 소외될 산업·지역을 위한 방안(공정한 전환) 마련, △ 세대간·계층간 공평한 비용 분담과 합리적 재원 조달 방식 마련을 들었다.
이상준 팀장은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에너지시스템 구축의 기본방향으로 ‘에너지 공급의 전력화(electrification)와 공급 전력의 재생에너지 중심 탈탄소화’와 함께, 소비측면에서의 ‘에너지 효율 극대화와 에너지 소비 절감’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미래 에너지시스템으로서 재생에너지의 단주기 변동성을 중·장기적으로 저장 가능한 에너지(수소 등)로 전환하여 활용하는 ‘그린에너지 통합 시스템’(sector coupling)을 제안했다.
주제발표 이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강승진 교수가 좌장을 맡고 유승훈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배정환 교수(전남대학교), 이상엽 선임연구위원(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김수이 교수(홍익대학교), 임재규 선임연구위원(에경연)이 토론자로 참여해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부문 전략에 대해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자들은 탄소중립이 장기간에 걸쳐 사회에 큰 변화를 야기하는 만큼 공정한 전환을 통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 과정에서 정부는 계획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을 조성함과 동시에 산업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아울러, 제도적으로는 탄소중립 이행과 새로운 전력수급에 맞는 전력시장 규제 완화와 탄소가격의 정상적 기능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고, 기술적으로는 전력공급 안정성 확보, 그린수소 등 청정에너지 조달 방안 등도 중요하다는 점도 언급되었다.
탄소중립에 전력산업의 탈탄소화 필요 한국 정부는 작년 12월 28일 2020년부터 2034년까지 15년간의 전력수급전망, 수요관리, 전력설비 계획, 전력시장제도 개선 및 온실가스 감축 방안 등을 담은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를 통해 발표된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의 전망치에 대한 비판이 있다. 전망치가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의 평균을 밑돌아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계통 수용성 등의 문제가 없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미래 환경변화 가능성을 고려해 대폭 상향 쪽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그런데 최근, 우드 맥킨지(Wood Mackenzie)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강화된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드맥킨지의 전력 및 재생에너지 부문 아태지역 책임자인 알렉스 휘트워스(Alex Whitworth)는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2030년까지 전체 전력량의 38%에 해당하는 72 GW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에 대한 투자가 2020년 58억 달러(추정치)에서 2030년까지 연간 89억 달러로 5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새로 조정된 수급계획에서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 목표는 2030년까지 각각 34 GW와 18 GW이다. 하지만 우드 맥킨지는 2030년까지 태양광 52 GW, 풍력 17 GW가 가능 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 현재 태양광 및 풍력 발전 16 GW가 프로젝트를 완료하거나 진행하고 있으며, 이중 풍력 발전은 11GW, 약 40% 해상 풍력이다.  기술 및 시나리오별 에너지 비중
한편, 우드 맥킨지는 재생에너지가 기존의 화석연료 시장을 대체할 것이나, 2030년까지 새로운 가스 발전소를 비롯해, 석탄에서 가스 플랜트로의 전환 목표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며 이 부분이 탄소배출량을 증가시키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9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가스 전력용량은 2030년에 57 GW, 2034년에는 59 GW로 기존 대비 4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기존 가스 발전소의 평균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가스 발전 비용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외에도, 신규 설비로 인해 석탄 발전의 전력량은 단기적으로 현재 36 GW에서 2024년까지 40.6 GW로 7% 증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석탄 발전소 폐지 등으로 인해 석탄 발전량은 2030년에 33 GW, 2034년에는 29 GW로 감소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휘트워스는 “한국은 2050년까지 넷제로(Net-Zero)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특히 전력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된 새로운 계획에도 불구하고, 전력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20년부터 2030년까지 2억 5,100만 톤으로 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장기적으로 수소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의 연료전지 생산기지를 기반으로 2050년까지 15 GW를 수급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50 ㎿의 수소 기반 연료전지 발전소는 작년에 이미 발전을 시작했으며, 연료전지 전기자동차 및 대규모 고정형 연료전지 수출 부문에서 선도국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한국 기업들은 전해질 제조에 대한 투자와 연료 보급망 및 운송 인프라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우드 맥킨지의 아태지역 시장 및 이행전략 부문 책임자인 프라카쉬 샤르마(Prakash Sharma)는 “한국은 저탄소 수소로 전환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으며 적극적인 투자 및 혁신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석유화학 시설에 생산되는 수소를 즉각적으로 활용해 수요를 충족하고 있다. 또한, 그는 “한국은 수소 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육상교통, 제철 및 발전 분야 등에서 수요 개발하기 위한 전략적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한국의 저탄소 수소에 대한 수요는 2030년까지 1.2 Mt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 수치 보다 10배 증가한 12 Mt에 이르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프라카쉬 샤르마는 “그러나 한국의 수소 생산량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2050년까지 한국 전체 수요의 80%는 수입을 통해 충족될 것”이라면서, 수입 가능 국가로 “호주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지목했다.  우드 맥킨지의 알렉스 휘트워스(Alex Whitworth) 와 프라카시 샤르마(Prakash Sharma)
기후 경쟁력 강화로 ‘녹색 무역 장벽’ 넘어야
대한전기협회가 한국자원경제학회와 공동으로 6월 21일 전기회관에서 개최한 2021년 제5차 전력정책포럼에서 탄소세와 탄소국경세 등에 대비하고, 산업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는 세부적인 정책방향이 논의됐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중추산업들은 탄소집약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높은 석탄발전 비중의 전력생산,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 저하 등의 문제로 급진적인 탄소중립이나 에너지전환에는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날 포럼에서 ‘기후변화대응 정책이 산업계에 주는 시사점’이라는 주제로 대표발제를 진행한 이동규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EU와 미국을 중심으로 한 탄소의 무역장벽화는 이미 진행 중”이라며, “탄소집약도가 높은 시멘트, 철강, 석유화학 등 수출업종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 교수는 “탄소가격 책정방법에 따라 한국에 위협이 아닌 기회로 작용할 여지도 존재한다”며, “현재 한국이 세계 최대 규모(연 시가총액 기준 15조 원)의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운영 중인 만큼 탄소가격의 범위에 탄소배출권거래제의 배출권 가격이 포함되는 정도에 따라 이른바 ‘탄소장벽’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에너지시장 왜곡으로 인해 한국 탄소배출권 시장의 거래회전률이 낮은 점을 극복해야 한다”면서, “산업계 또한 단순히 정부 정책만 바라보고 있기보다는 RE100 캠페인이나 ESG 경영 등으로 자발적이며 주도적인 탄소중립 참여를 통해 소비자, 주주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허은녕 서울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고, 안윤기 포스코경영연구원 상무,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 김진수 한양대학교 교수, 한신 ㈜H2 대표, 김태한 CDP 한국위원회 책임연구원이 열띤 토론을 진행했다.
안윤기 포스코경영연구원 상무는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관련해 파리협정 제6조에 규정된 국제시장메커니즘, 즉 다른 국가와 협력해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상무는 “한국의 기존 에너지 시설의 에너지효율이 높아 추가 온실가스 감축이 쉽지 않고 저탄소 기술의 개발과 신규 시설의 도입, 에너지전환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일본이나 스위스, 싱가폴 등과 같이 주변국과 협력을 통한 해외 감축 실적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내비쳤다.
이 밖에 이날 포럼에서는 △수소 에너지 활용 △CCUS 기술 활용 △재생에너지 간헐성 및 변동성 해소를 위한 ESS 적극 활용 △기후 기술의 산업화 △저탄소·무탄소 신산업 활성화 등에 대한 활발하고 풍성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동규 서울시립대 교수 6월 21일 전기회관에서 개최한‘2021년 제5차 전력정책포럼’의 토론 참가자들<Energ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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