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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 1 】 그래핀 ‘더 많이, 더 빠르게’… 상용화 코앞
2021년 8월 1일 (일) 00:00:00 |   지면 발행 ( 2021년 8월호 - 전체 보기 )

그래핀 ‘더 많이, 더 빠르게’… 상용화 코앞
고유한 특성, 산업 전반에서 높은 잠재력 갖춰

꿈의 소재 ‘그래핀(Graphene)’의 대량생산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흑연에서 떼어낸 가장 얇은 층인 그래핀은 그물 구조 덕분에 강철보다 약 200배 강하고 구리보다 전기가 훨씬 더 잘 통한다. 또한, 유연성까지 갖춰 광범위한 산업 영역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아왔다. 하지만, 대량생산의 한계가 상용화에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번 편에서는 그래핀 대량생산 기술과 함께, 상용화를 위한 연구와 성과 등을 살펴보았다. (메인 이미지: 촉매를 이용한 산화 그래핀 환원법 모식도. 자료: UNIST)

정리 김수진 자료 울산과학기술원(UINST)

그래핀(Graphene)은 탄소 원자로만 이루어진 2차원 평면의 구조체다. 그래핀은 얇고 투명하며, 단단할 뿐만 아니라, 금속보다 높은 전기적 특성이 있어 미래 산업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될 잠재력을 가진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이런 그래핀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방법에는 휴머스 방법(Hummer’s method)이 있다. 이 방식은 흑연을 고농도의 황산(H2SO4) 용액에 담가 교반시킨 뒤, 과망간산 칼륨(KMnO4)을 투입해 흑연의 산화반응을 끌어낸다. 그다음,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증류수와 에탄올로 수차례 세척해 산화 그래핀을 얻는다.

산화 그래핀을 산소가 제거돼 환원된 산화 그래핀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산소만을 제거하고 산소에 의해 흐트러진 구조를 완벽하게 복원하는 것이다. 산소를 제거하는 것은 화학적 또는 열적 처리를 통해 이뤄지지만, 그 과정에서 산소는 탄소와 결합해 일산화 또는 이산화탄소 가스로 배출된다. 이때 그래핀의 탄소(C)가 뜯겨나간 빈자리(또는 구멍)가 생기고, 이로 인해 그래핀은 뛰어난 전기 전도도 등과 같은 본연의 특성을 가질 수 없다. 산화 과정에서 무너진 구조를 복원하려면 2,000 ℃ 이상의 열처리가 필요하다.

이런 문제는 대량으로 생산된 산화 그래핀을 고품질의 환원된 산화 그래핀으로 바꾸는데 해결해야 할 핵심적인 문제로 지목돼 왔다. 그래핀을 생산하는 또 다른 방식으로, 증기 상태 그래핀 원료를 금속 기판 위에 하나씩 이어 붙여 얻는 화학기상증착법(CVD, Chemical Vapor Disposition)이 있지만, 이 기술로는 대량생산은 어렵다. 이처럼 전자 재료로 쓸 정도로 전기전도도가 우수한 고품질 그래핀을 대량으로 합성하기는 쉽지 않았다.

촉매 환원법에 기반한 산화 그래핀 환원
그런데 탄소가스 배출 없이 고품질 그래핀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촉매 환원법 기반의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부의 장지현 교수팀이 개발한 이 기술은 합성하기 쉬운 산화 그래핀을 대량으로 만든 뒤, 산화 그래핀의 산소를 제거해(환원) 고품질 그래핀을 얻는 방식이다. 이때 산소만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산화구리철(CuFeO2) 촉매를 써서, 탄소가스 배출 없이 산화 그래핀 표면의 산소만 선택적으로 제거할 수 있었다.1)

장 교수팀이 개발한 합성법으로 만든 그래핀은 CVD 공법으로 생산한 그래핀보다 전기전도도가 8배 이상 높았으며, 기존의 산화 그래핀 환원 방식과 비교하면 전기전도도가 246배나 향상됐다. 또, 이 기술은 300 ℃의 비교적 낮은 온도 조건에서 값싼 철과 구리로 이뤄진 촉매를 이용한다는 장점도 있다. 따라서 훼손된 그래핀 구조를 복원하기 위해 2,000 ℃ 이상에서 이루어졌던 열처리도 필요하지 않다. 이외에도, 환원 과정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가스 발생량을 0.48%까지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번 연구에서 핵심적인 기술은 일산화 및 이산화탄소와 수소 혼합물을 액체 탄화수소로 전환시키는 화학 반응인 피셔 트롭스치 반응(Fischer-Tropsch reaction)이다. 이 반응은 일반적으로, 150~300 ℃의 온도와 1에서 수십 기압(bar), 금속 촉매 조건에서 발생한다. 연구팀은 산화 그래핀과 촉매 복합체에 적절한 압력과 온도를 추가함으로써 피셔 트롭스치 반응을 유도했다. 이른 바, ‘피셔 트롭치 반응을 적용한 촉매 그래핀 옥사이드 환원법’을 새롭게 제시한 셈이다.

단결정 구리-니켈 포일을 이용한 CVD 공법
한편, 2018년 5월 UNIST 자연과학부 로드니 루오프(Rodney S. Ruoff) 특훈교수 연구팀은 ‘단결정 구리-니켈 합금 포일’을 이용해 단결정 그래핀의 성장속도를 10배 이상 높인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2)

그래핀 제작에 많이 쓰이는 화학기상증착법(CVD)은 주로 다결정 구리 기판을 촉매로 사용했다. 촉매인 구리 위에 메탄과 수소, 혼합가스를 흘리면 탄소만으로 이뤄진 그래핀이 형성된다. 이때 바탕이 되는 구리 결정 방향이 다양해 그래핀 역시 결정방향이 여럿인 다결정 그래핀으로 자라났다. 하지만 다결정 그래핀은 그래핀만의 우수한 전기전자도와 전하이동도 특성이 저하될 수 있다.
 
연구팀은 단결정 그래핀 생산을 위해 구리와 니켈을 활용했다. 구리 단결정 포일에 니켈을 더하고 이를 기판으로 사용했다. 덕분에 그래핀의 연료인 메탄분해 에너지가 크게 감소했고 단결정 그래핀 생산 속도가 기존보다 1/10 줄어드는 성과를 거뒀다.
구리-니켈(111) 단결정 합금 포일과 이를 이용해 정렬된 단일층 그래핀의 성장 공정 개념도(위). 단결정 그래핀 섬과 단결정 그래핀 필름의 주사전자현미경(scanning electron microscopy) 사진들(아래). 구리(111) 단결정 포일위에 니켈을 증착한 후, 열처리를 통해 구리-니켈(111) 단결정 합금을 제조한다. 이 포일을 기판으로 삼고, 화학기상증착법으로 그래핀을 만들면, 한 방향으로 정렬된 그래핀 섬을 성장시킬 수 있다. 이러한 그래핀 섬들이 서로 결합해, 궁극적으로는 연속적인 그래핀 단일층을 형성하게 된다.

그래핀 합성 단계 규명…공정 개선 단초
‘피셔 트롭치 반응을 적용한 촉매 그래핀 옥사이드 환원법’연구에 참여한 IBS 다차원탄소재료연구단의 그룹리더인 UNIST 신소재공학과 펑 딩(Feng Ding) 교수는 전자소자 재료인 실리콘 산화물 같은 절연체 위에서 그래핀 합성 속도가 금속기판 보다 10,000배 이상 느려지는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3)

그래핀을 합성하는 방식 중 하나인 CVD는 원료(CH4 등) 가스로부터 나온 탄소원자가 그래핀 가장자리에 하나둘씩 붙어 그래핀이 성장하도록 한다. 연구진이 첨단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법을 통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절연체 기판을 쓸 때는 원료(전구체)가 그래핀 가장자리(edge)에 바로 달라붙는 방식으로 성장한다. 이 경우 수소가 같이 붙게 되는데 수소 제거에 많은 에너지가 소모돼 절연체 위에서 그래핀 성장이 느려진다. 반면, 금속 기판을 쓰면 원료가 금속 기판을 타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 그래핀 성장이 빠르다.

연구팀은 또, 메틸 래디컬(CH3)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원료라는 사실도 밝혔다. CH3은 그래핀에 탄소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그래핀 가장자리의 수소를 제거하는 역할도 한다. 메탄가스가 분해돼 생기는 증기 상태 원료 중 CH3 비율이 낮은 것도 그래핀 성장 지연의 원인으로 볼 수 있다. 한편, CVD 공정 중 메탄가스(CH4)는 CH3을 포함하는 다양한 활성 물질(래디컬, Radical) 상태로 존재한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로 참여한 팅 청(Ting Cheng) 연구원은 “이번 연구로 절연체 기판위에 그래핀을 합성할 때는 금속 기판에 합성할 때와 달리, 기판 물질의 종류보다는 원료의 종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연구에 의의를 부여했다. 딩 교수는 “에너지 소모가 가장 많은 반응 단계를 활성화시키면 절연체 기판 위에서도 그래핀 성장을 촉진 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는 그 단서를 찾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체와 금속 기판위에서 그래핀이 합성(성장)되는 모습. 
일반적으로 절연체 기판(insulating substrate)위에서 그래핀 합성속도는 금속 기판 대비 10,000배 이상 느리다.

단결정 2차원 물질 대면적 ‘합성공식’
한편, 펑 딩 교수의 연구팀은 지난해 12월 21일 2차원 신소재를 단결정 형태로 성장시키는 소재 합성공식을 발견해 발표하기도 했다.

에피택시 합성법(Epitaxy growth)은 금속기판(substrate) 위에 듬성듬성 생긴 작은 결정 조각인 결정섬(Island)들을 이어 붙여 하나의 큰 단결정을 얻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차세대 반도체나 전자재료로 주목받는 단결정 그래핀, 육방정계 질화붕소, 이황화몰리브덴(MoS2) 등의 2차원 물질이 대면적으로 합성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2차원 물질의 대면적 합성이 가능한 특정 조건이 제시된 적은 없었다.

펑 딩 교수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연구를 통해 ‘기판 표면 모양의 대칭군(symmetry group)이 결정섬 모양 대칭군의 부분군(subgroup)이어야 2차원 물질이 단결정 형태로 합성된다’는 특별한 조건을 밝혔다. 대칭군의 원소는 특정 모양을 회전하거나 수평·수직 평면에 반사했을 때 원래 모양과 같은 형태가 나타나는 행위(조작)이다. 연구팀이 제안한 이론은 과거의 2차원 나노물질을 대면적 단결정으로 합성한 여러 사례와 모두 일치한 것으로 전해진다.
에피택시 합성법 모식도 및 대칭성에 따른 결정섬의 방향성. ⒜ 에피택시 합성법 모식도. 하나의 방향으로 배열된 결정섬(Island)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병합되어 웨이퍼(Wafer) 크기의 2차원 단결정이 형성되는 것을 보여준다. ⒝ 단결정 합성과 기판-결정섬의 대칭성 간의 상관관계: 대칭성이 각각 다른 (C6v, C4v, C2v) 금속 기판 위에서의 생성된 C2v 대칭성을 갖는 결정섬의 배열을 나타낸다. 각 배향은 각기 다른 색으로 구분했다. 대칭성이 높은 C6v 기판의 경우 결정섬이 3개의 방향으로 배향돼 결정섬들을 이었을 때 다결정 물질이 합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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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 연구는 신소재공학과 펑딩(Feng Ding) 교수(IBS 다차원탄소재료 연구단 그룹리더)팀과 공동으로 진행됐다. 연구 수행은 한국연구재단(NRF)의 중견연구자 지원 사업과 온사이트 수소충전소를 위한 광전기화학 수소생산기술 및 시스템 개발 사업,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연구 성과는 〈에이씨에스 나노〉(ASC Nano)에 7월 2일자로 공개됐다. 논문명은 “Graphitization with Suppressed Carbon Loss for High-Quality Reduced Graphene Oxide”이다.
2) 이 연구는 〈에이씨에스 나노〉(ACS Nano)2018년 5월 23일자에 게재됐다. 논문의 제목은 “Highly-Oriented Monolayer Graphene Grown on a Cu/Ni(111) Alloy Foil”이다.
3) 중국 베이징대학교 분자화학과 쫑판 류(Zhongfan Liu), 쯔롱 류(Zhirong Liu) 교수팀이 참여한 이번 연구이 결과는 〈에이씨에스 나노〉(ACS Nano) 3월 22일자에 실렸다.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논문의 제목은 “The Mechanism of Graphene Vapor-Solid Growth on Insulating Substrate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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