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파 필터 시장에서 국산화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전력품질기술㈜의 박병주 대표.

전력품질기술㈜의 제품을 소개하는 문구를 보다보면 유독 눈에 띄는 말이 있다. 바로 '국내 최초'란 수식어이다. 외국계 기업이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고조파 필터 시장에서 전력품질기술㈜는 독자적인 기술력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산화를 실현,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업체이다. 최근 한전의 '배전계통 고조파 관리기준'마련에 따라 고조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박병주 전력품질기술㈜의 대표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고조파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서 사용하고 있는 교류 주파수는 60㎐가 대부분이나 국가와 지역별로 50㎐를 사용하는 곳도 많다. 이렇듯 기본이 되는 50㎐나 60㎐의 주파수를 기본파 혹은 기본주파수라고 한다. 고조파는 안정된 정현파가 일그러진 것으로, 기본주파수에 대해 2배, 3배, 4배와 같이 정수의 배에 해당하는 물리적 전기량을 뜻한다. 한전과 같은 전력회사에서는 고조파를 보내지 않지만 교류 전력을 직류로 변환하거나 정현파의 일부만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고조파는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고조파는 각종 가전제품이나 기계의 오동작을 유발하고, 과열현상 및 소손, 통신 장해, 기기의 수명 단축 등의 원인이 된다.
한전은 국제 표준 IEC 규격을 바탕으로 1,000㎾ 신·증설 수용가에 한해 배전계통의 고조파 왜형률을 5% 이하로 하는 관리기준을 올 7월부터 내년 6월까지 1년간 시범 적용하기로 했다. 박병주 대표는 그러한 한전의 결정에 반색을 표하면서도 "고조파 전류는 수용가 쪽에서 계통으로 유입되는 것이기 때문에 고조파 전류를 제한하는 것이 좀 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즉, 수용가 측은 고조파 전류를 제한하고, 전력회사 측은 전압의 왜형을 관리해 양자의 책임 관계 하에서 고조파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 지능형 능동 필터(IPF)' 제품 생산 현장

박 대표는 외국과 비교해 구체적인 고조파 관리기준마련이 늦은 것에 대해 고조파에 대한 인식 부족을 가장 큰 원인으로 들었다. 그는 "각종 사고나 재해를 대비해 사람들이 보험에 가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기설비에도 보험이 필요하다"며, "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기기에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서야 해결 솔루션을 찾고 있어 민감하고 중요한 기계일수록 고조파에 대한 뒤늦은 대책은 엄청난 피해만을 불러일으킬 뿐이다"고 설명했다.

지능형 능동 필터

2000년 10월 창립한 전력품질기술㈜는 다양한 제품군의 고조파 필터와 무효전력 보상장치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올 3월 지식경제부로부터 신기술인증(NEP-MKE-2009-016)을 획득한 '지능형 능동필터(IPF)'가 전력품질기술㈜의 새로운 주력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제품은 지난 5월의 2009 국제 전력 IT 및 전기설비전에 이어 10월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국제종합전기기기전(SIEF) 참가도 준비하고 있다. 흔히 액티브 필터라 불리는 이 디지털 방식의 3상 4선식 능동 전력 필터 '지능형 능동 필터(IPF)'는 불특정 다수의 부하로부터 불규칙적인 고조파 전류를 발생시키는 계통에서 전력품질을 개선시킬 목적으로 개발됐다. 타사 능동형 필터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고조파를 보상하는 방식에 있다. 기존의 FFT(Fast Fourier Transformation) 방식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전력품질기술㈜는 dq변환 방식을 채용해 샘플링에서 해석에 이르는 응답 속도를 높였다. 또한 4legged IGBT의 토폴로지를 사용해 안정성 확보와 함께 제어의 유연성을 높여 계통과의 공진현상이 없고, 역률과 고조파를 순시 제어함으로써 최적의 전력품질을 유지하도록 했다.
이보다 약 6개월 앞서 개발된 단상 지능형 능동 필터(IPFs) 역시 전력품질기술㈜의 자랑이다. 이 제품은 IEEE Std.519 기준치에 부합해 IT 서버, Data Bank, UPS, 사무기기, 가전제품 등 단상 비선형 부하의 운전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시 제어한다. 고조파 및 서지에 의한 전압 왜곡과 리부팅, Data 손실, UPS와 같은 중요 기기의 오동작을 제거함으로써 망의 전력품질을 최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 2009 국제 전력IT 및 전기설비전'에서의 전력품질기술㈜ 부스 전경

박 대표는 올바른 고조파 필터 관리 팁도 알려줬다. 필터 설치 이전에 필터의 정격 및 용량 등을 꼼꼼히 검토하며, 대상 부하의 특성을 파악해 거기에 부합한 필터를 설치하도록 한다. 설치 후에는 설치 전과의 비교를 통해 필터의 성능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수동형 필터의 경우에는 온도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운전하고 최초, 24시간, 48시간, 일주일 후의 온도 변화를 확인한다. 능동형의 경우 제일 취약한 부분이 DC 콘덴서이므로, 수명이 있는 DC 콘덴서를 주기적으로 교체해 주는 것이 좋다. 한편 접촉부분의 발열
여부도 항시 점검해야 하는 사항이다.

새로운 시장, 그리고 신제품

전력품질기술㈜는 올 7월 중국통신회사에 지능형 능동 필터 2대를 납품하는 쾌거를 올렸다. 전력 상황이 상당히 열악한 것도 사실이지만, IEC 규격을 자국어로 번역해 국가적 차원의 규격으로 이용하고 있는 중국은 오히려 우리보다 규정을 만들어 실행하는 것이 빠르다. 전력품질기술㈜는 기존 고조파 필터가 가지고 있던 소음과 발열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열악한 외부환경 속에서도 견딜 수 있는 보호 기능과 자동 복귀기능 등을 새롭게 보완해 단계적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또한 2년여에 걸친 말레이시아 전력청의 278㎸ 변전소에서 보여준 성공적인 전력품질 엔지니어링 수행을 계기로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장 확대도 꾀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 개척과 더불어 전력품질기술㈜는 신제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저압 다기능 전력품질 보상장치'와 '다이나믹 정지형 무효전력 보상장치(d-SVC)'가 바로 그것이다. 이미 개발을 끝내고 내년 상반기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저압 다기능 전력품질 보상장치'를 박병주 대표는 "전력품질 문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전압 딥과 고조파를 함께 보상해주는 장치"라고 소개했다. '다이나믹 정지형 무효전력 보상장치(d-SVC)'는 기존 SVC의 약점이었던 40~50% 수준의 플리커(Flicker) 보상도를 IGBT 전력소자와 함께 PWM 기법을 이용하여 70~80%로 끌어올렸다. 게다가 리액터와 콘덴서를 최소화 하여 설치 공간을 줄였다. 현재로서는 개발 단계에 있으며 개발 완료까지는 앞으로 1년 정도 소요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이 제품이 상용화 되면 막대한 전력손실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철강업계의 생산성이 25% 정도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산화를 위한 열정과 노력

전력품질기술㈜를 설립하기 이전 박병주 대표는 15년 동안 삼화콘덴서공업㈜에서 근무했다. 철강 산업에서의 변화무쌍한 고조파에 접근하기 위한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그는 무려 6개월이란 시간을 고군분투했다. 그리고 마침내 1992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22.9㎸ 90[ton] EAF Harmonic Filter 엔지니어링 기술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후 철강 산업의 특수화된 플랜트뿐만 아니라 다양한 비선형 부하에도 눈길을 돌린 그는 "충분히 우리네 힘으로 국산화할 수 있는 기술을 국내 대부분의 기업이 외국 제품을 수입해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전력품질 분야의 국산화를 실현해 보자고 마음먹은 것이 회사 설립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어려운 점도 많았다. 고조파를 비롯해 전력품질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이 부족하던 때 제대로 된 시장이 형성될 리 만무했다. 일정 고조파 상쇄를 위해 이미 설계까지 마친 기기에서 전혀 새로운 고조파가 감지되기도 해 사람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같은 고조파를 잡기 위해 현장에서의 밤샘 작업은 물론이고 시행착오도 참 많았다고 박 대표는 회상했다. 하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 곳에서 가능성을 발견했고 그러한 믿음과 열정은 그를 20년이 넘도록 고조파 필터 연구에 몰두하게 했다. 그리고 그렇게 이루어낸 전력품질기술㈜의 제품들은 삼성전자와 포스코를 비롯해 공항, 병원, 관공서, 상용빌딩 등에서 현재 호평을 얻고 있다.

2009년 2월 18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30주년 기념행사에서 박병주 대표는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온화한 미소로 인터뷰에 응한 박병주 대표의 부드러움 속에는 고조파 필터 시장의 국산화를 위한 강인한 의지와 열정이 함께 살아있다.

전력품질 분야에서 중요한 것은 경험이라고 박 대표는 말한다. 솔루션을 위한 합리적인 이론과 함께 풍부한 현장 경험이 바로 전력품질기술㈜만의 강점이다. 여기에 국내 기업의 장점을 살린 소비자와의 원활한 의사소통도 한 몫을 한다. 올 3월 핵융합연구소의 KSTAR RPC & HF System 제작 및 설치 프로젝트를 수주한 데 이어 공장의 추가 매입도 구상 중인 전력품질기술㈜는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매출 확대에 기여한다는 포부이다.
고조파 제거는 전력품질을 향상시키고 에너지 절감 및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가치 있는 분야이다. 이를 위해 박병주 대표는 산·학·연이 하나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고조파 문제를 활성화시키고 여기에 정부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부적으로 전기설비기준을 보완하고, 사람들의 인식 변화와 함께 모든 건축전기설비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전압등급별 고조파 관리의 핵심 설계 포인트가 필수 검토 사항으로 제도화 된다면 고조파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끊임없는 기술 개발로 기술이 탄탄한 회사를 꿈꾼다는 박병주 대표. 고조파에 대한 그의 연구와 도전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글 _ 전화영 기자, 사진 _ 홍정기 기자 <전력품질기술㈜ (031)303-5530 / www.pqte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