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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 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재활용 길 열릴까?
2021-05-01

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재활용 길 열릴까?
원자력연, 원전 폐기물을 이용해 중성자흡수체 개발

방사성폐기물은 원자력발전소뿐만 아니라 병원, 산업체, 연구기관에서 방사성물질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일반폐기물처럼 함부로 버릴 수 없기 때문에 200 L 드럼 안에 안전하게 포장해 경주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으로 이송한다. 이때 한 드럼 당 1,500만 원 정도의 처분 비용이 든다. 이 때문에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원자력사업자 입장에서는 폐기물 부피를 줄여 처분 비용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주요 관심사다. 마침, 한국 연구진이 원전운영으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을 처분하지 않고 물질의 특성을 활용해 재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이 원자력발전소에 보관 중인 수만 드럼 분량의 방사성폐기물 처리·처분에 새로운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편에서는 방사성폐기물 재활용 기술과 더불어 2020년에 발표됐던 주요 제염 기술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메인 사진: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해체공정 통합평가 시스템)
 
정리 강창대 기자 | 자료 한국원자력연구원

4월 13일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연구원)은 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물리화학적으로 안정적인 탄화붕소(B4C)로 전환해 중성자흡수체로 업사이클링하는 기술1)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방사성폐기물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여 처분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고가의 중성자흡수체 구입비까지 절감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기술이다.

이 연구를 수행한 연구원 고방사성폐기물처리연구실의 박환서 박사 연구팀은 원자력발전소 내 보관중인 폐활성탄 약 5천 드럼과 붕산을 함유한 건조분말 약 2만 드럼을 이용했다. 1드럼의 부피는 통상 200 L다. 이들은 사용후핵연료를 건식저장할 때 핵분열을 방지하는 중성자흡수체의 합성에 필요한 물질이다.

합성하고 재구성해 활용가치 부여
중성자흡수체 합성에는 폐활성탄의 구성성분인 탄소(C)와 붕산건조분말 중 붕소(B)를 합성한 탄화붕소(B4C)가 사용된다. 탄화붕소는 중성자 흡수력이 뛰어난 대표적인 물질이다. 탄화붕소의 합성에는 산업용으로 흔히 쓰이는 고출력 마이크로웨이브 장치를 사용한다. 활성탄은 마이크로웨이브(microwave)를 흡수하면 발열하는 특성이 있다. 마이크로웨이브를 주사(走査)해 폐활성탄과 붕산폐액 건조분말을 1,500℃ 이상으로 빠르게 가온하면 탄소와 붕소를 제외한 대부분의 물질은 휘발해 분리되고 탄화붕소가 형성된다.

연구팀은 여기에 원전의 운영과 해체과정에서 상당량 발생하는 금속류 폐기물 중 극저준위 금속폐기물을 이용해 중성자흡수체를 담는 지지체까지 제조함으로써 폐기물 양을 더욱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극저준위 이하 방사성폐기물 재활용은 단순히 물리적 형태의 전환을 통해 방사성폐기물 처분동굴의 채움재, 관리시설 내 차폐재, 보조 인공구조물 등으로 활용하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서로 다른 세 가지 방사성폐기물을 합성하고 재구성해 활용가치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단순히 탄화붕소로 전환만 해 처분할 경우에도, 현재 폐활성탄과 붕산폐액 건조분말보다 물리화학적 안정성이 뛰어나 특수용기(HIC, High Integrity Can)를 활용하지 않고 경주처분장의 처분인수기준을 만족할 수 있다. 또한 처분부피를 약 30% 이하로 경감할 수 있어, 3천억 원 이상(현재 처분비용 약 1,519만 원/200L 기준)의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 단계에서 임계제어용 중성자흡수체로 제조해 활용할 경우, 중성자흡수체(저장용기 1개당 수천만 원)의 구입비용을 절감하고, 사용한 중성자흡수체를 처분하는데 드는 부담도 없앨 수 있다.

연구팀은 현재 대상 방사성폐기물의 방사화학적 특성평가, 물질의 취급이 용이한 원료화 공정, 공정의 단순화를 위한 재료합성 공정, 중성자흡수체를 다양한 형태(금속-세라믹, 금속, 복합체 등)로 제조하는 개념을 도출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방사성폐기물을 원료화, 재료화하고 제품을 제조하는 전체 공정을 실험실 규모로 시뮬레이션하는 데 성공했으며 핵심 기술에 대한 4건의 특허까지 출원했다고 한다. 다음 단계로, 연구팀은 부피감용을 위한 탄화붕소 전환 처분 기술과, 탄화붕소를 중성자흡수체로 활용하는 기술을 실용화할 계획이다. 이후 원전의 해체폐기물 처리와 사용후핵연료 저장에 이 기술을 상용화하도록 기술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원자력발전소에서는 폐기물로 매년 공기정화계통에서 폐활성탄 약 100드럼, 원자로 감속재로 쓰이는 붕산이 약 수백 드럼 발생한다. 또한, 원자력발전소 해체 과정에서는 배관과 부품 등 금속류 폐기물이 호기 당 수천 드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원전 폐기물을 활용하거나 처분 부담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대를 모으고 있다.
탄화붕소 중성자흡수체 시제품. 박환서 고방사성폐기물처리연구실장(좌)과 이기락 선임연구원(우)

겹꽃 모양 나노입자로 세슘 제거
주로 해안에 자리 잡은 원전으로 인해 바닷물에 방출된 세슘 제거는 중요한 과제 중 하나지만 효율적인 제거가 쉽지 않다. 특히, 방사성폐수에는 세슘과 화학적 거동이 비슷한 나트륨, 칼륨 등과 같은 경쟁이온이 다수 섞여있어 세슘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이를 위해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흡착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대부분 제조과정이 복잡하고 경쟁이온이 많은 바닷물이나 제염 후 만들어진 폐수처럼 강산성인 환경에서는 효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그런데 지난 2020년 4월, 연구원의 양희만 박사팀이 속은 비어있으면서 표면적이 큰 ‘티타늄-페로시아나이드 나노흡착제’(Hf-TiFC, Hollow flower-like Titanium FerroCyanide structure, 이하 나노흡착제)를 개발해 높은 수준의 속도와 효율로 세슘을 제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2) 

연구팀은 세슘 흡착 효율을 높이기 위해 세슘 흡착에 활용되지 않는 입자 내부는 비워 무게를 줄이고, 표면은 큰 겹꽃 모양으로 만들어 표면적을 넓혔다. 그러자 속이 비어 있지 않은 기존의 ‘금속-페로시아나이드’에 비해 세슘 흡착 속도가 1만 배 빨랐고, 후쿠시마 사고 수습에 사용된 ‘타이타노 실리케이트’보다 32배 빠른 속도를 보였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경쟁 이온인 칼륨이 5,000 ? 이상 들어있는 폐수에서도 세슘을 선택하는 분배계수가 타이타노 실리케이트보다 261배 높았다. pH1 이하의 강산성 폐수에서도 99.8% 이상의 세슘을 제거했다. 산성에 강한 티타늄과 겹꽃 모양의 형태 덕분이었다.
겹꽃 모양의 티타늄-페로시아나이드 흡착제의 주사전자현미경 사진. 나노흡착제는 1g 당 최대 454 ㎎의 세슘을 제거할 정도로 흡착 용량도 뛰어나다.


물처럼 뿌리고 씻어 제염
연구원의 양희만 박사는 또, 방사성으로 오염된 표면에 액체 분사 방법으로 세슘을 쉽고 빠르게 제거할 수 있는 ‘하이드로겔(hydrogel) 기반의 표면제염 코팅제’를 개발하기도 했다.

종전까지 건물 제염은 코팅제를 도포한 후 직접 벗겨 내거나 표면을 깎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작업이 더딜 뿐만 아니라, 대량의 방사성폐기물을 발생시킨다. 그러나 양 박사가 개발한 기술은 표면제염 코팅제를 액체 형태로 뿌려 도포한 다음, 세슘을 흡수하고 굳은 코팅제를 물로 쉽게 제거하는 방식이다. ‘하이드로겔 기반 표면제염코팅제’는 친환경 고분자 화합물과 가교제를 첨가한 특수용액에 기존 세슘 흡착제를 혼합해 만들었다.

구체적인 제염 과정은 우선, 오염표면에 특수용액과 세슘 흡착제를 분사하면 하이드로겔 형태의 코팅제가 만들어진다. 이때 세슘은 특수용액 속의 암모늄, 나트륨과 이온 교환되어 표면에서 제거되고 세슘 흡착제에 달라붙는다. 이때 특수 장비 없이 일반적인 액체 분사장치로 분사할 수 있어 분당 약 1.2 ㎡의 속도로 도포가 가능하다. 그 결과, 시멘트와 같은 다공성 표면에서도 57% 이상의 세슘을 제거하는 등 기존의 박리형 표면제염코팅제보다 2배 이상 우수한 제염 성능을 보였다고 한다.

특히, 물 세척만으로 표면제염 코팅제의 특수 용액과 세슘 흡착제를 분리하기도 했다. 이는 세계에서 첫 사례로 꼽힌다. 이후, 세슘 흡착제는 여과나 자석으로 선별 분리해 방사성 폐기물로 처분하고, 나머지 용액은 일반 폐수로 처리할 수 있다. 따라서 방사성폐기물의 발생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이점이 있다. 또한, 세슘 흡착제 대신 다른 핵종별 흡착제를 사용하면 세슘 외 다양한 방사성 핵종을 제거할 수도 있다고 한다.
하이드로겔 기반 표면제염코팅제
특수용액과 세슘 흡착제 분사 후 세척 장면. (왼쪽) 상용분사 장비를 이용하여 시멘트 표면에 프러시안블루 흡착제를 포함한 하이드로겔 제염코팅제를 분사하고 있는 사진, (오른쪽) 세척수로 하이드로겔 제염 코팅제를 제거하고 있는 사진
표면오염의 제염 과정 모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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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2)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기술개발사업으로 수행됐으며, 결과는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 2020년 4월 9일자에 게재됐다. 논문의 제목은 “Hollow flower-like titanium ferrocyanide structure for the highly efficient removal of radioactive cesium from wate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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