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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 1】 충·방전 성능 넘어 배터리의 통념을 깨는 기술
2021-06-01

 
충·방전 성능 넘어 배터리의 통념을 깨는 기술
무질서-암염 전극, 유·무기 및 리튬-유기 하이브리드 전지 등

전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소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효율뿐만 아니라, 모바일과 웨어러블 등 다양한 기기의 전원으로 적합한 안전하고 유연한 특성을 가진 소재 개발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가의 희귀금속을 대체할 전극소재의 설계 기술 개발이 발표돼 리튬이온 배터리의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은다. 이외에도 이온전도와 충·방전 성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는 신개념 하이브리드 전해질을 비롯해, 무기 산화물 기반의 가볍고 유연한 전기를 만들 수 있는 소재도 개발되고 있다.
(메인 이미지: 원자 배열의 규칙적인 무질서-암염 양극재의 결정 구조(좌)와 합성된 망간 기반의 무질서-암염 양극재 입자 사진(우))

정리 강창대 기자 자료 울산과학기술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

양극재로 사용되는 코발트와 니켈 등은 고가의 희귀금속이다. 전기차에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 셀 가격의 20% 이상이 이들 금속이 차지할 정도다. 이 때문에 값싸고 매장량이 풍부한 망간, 철 등이 많이 포함된 ‘무질서-암염’(Disordered rock-salt) 소재가 새로운 양극재로 주목받고 있다. 더구나 이들 소재는 상용 소재보다 용량이 30~50% 이상 크다. 따라서 전기차를 비롯해 재생에너지 발전 시스템에서 전력을 저장하는 대용량 배터리의 소재로도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무질서-암염 양극재는 수명이 짧다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이 물질들은 충·방전 용량과 속도를 높이기 위해 리튬의 비율이 전이금속보다 높은 ‘리튬-과잉-조성’으로 설계돼야 하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리튬 비율을 고가의 전이금속 대비 35%이상 높게 설계하는 리튬-과잉-조성은 전극 성능은 높이지만 전지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문제가 있다. 높은 리튬 함량으로 인해 불안정한 산소가 전극 밖으로 잘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기존 이론 뒤집는 소재 설계 원리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서동화 교수 국제공동연구팀은 고성능 무질서-암염 전극 설계 원칙으로 여겨지던 리튬-과잉-조성 원리가 특정 무질서-암염 소재엔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혀냈다. 즉, 이 원칙을 뒤집는 물질을 찾아낸 것이다.1) 이 연구에는 캐나다 맥길(McGill) 대학교 재료공학부 이진혁 교수, 미국 MIT 쥐 리(Ju Li) 교수 등이 참여했다. 

공동연구팀에 따르면, 망간이나 바나듐과 같은 특정 금속에 기반을 둔 무질서-암염 소재는 리튬 함량을 줄여도 고용량 전극의 성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으며, 수명도 기존 보다 2배 이상 좋아졌다. 반면, 니켈이나 코발트 금속 기반의 무질서-암염 소재는 기존 이론대로 리튬 함량을 높일수록 전극 성능이 좋았다.

연구진은 리튬 함유량이 다른 두 종류의 망간 기반의 무질서-암염 소재를 이용해 실험했고, 그 결과, 특정 무질서-암염 양극재의 경우 리튬-과잉-조성의 유무와 상관없이 높은 충방전 용량(>250 ㎃h/g)을 보일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는 기존의 패러다임과 크게 배치되는 결과라고 한다. 실험에서 리튬-과잉-조성의 유무와 상관없이 높은 성능을 보인 소재는 망간(Mn), 바나디윰(V), 몰리브데늄(Mo)에 기반을 둔 무질서-암염이다. 연구진은 ‘밀도범함수 이론’기반의 ‘양자역학 모델링 기법’을 이용해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 니켈, 코발트와 같은 전이금속 기반 무질서-암염의 경우 리튬-과잉-조성이 이들의 작동전압을 적당한 범위로 조절해 주어 성능 향상에 기여하는 반면, 망간, 바나디윰, 몰리데늄은 리튬-과잉-조성이 작동 전압 조절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망간은 철과 함께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전이금속으로 기존의 양극재를 구성하는 코발트 (Co)에 비해 30배 이상 저렴하다. 이러한 이점 때문에 망간기반 고용량 양극재는 차세대 리튬이온전지 연구에 큰 축이 되고 있다. 
기존 하이브리드 전해질(왼쪽 위)과 이온 저항층이 제거된 하이브리드 전해질(오른쪽 아래) 기반으로 제조된 전지의 충·방전 특성 비교

이온 저항층 제거, 충·방전 성능 3배로
이차전지를 더욱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 하이브리드 전해질 소재를 개발한 사례도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 새로운 개념의 전해질 설계를 적용함으로써 전해질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하이브리드 전해질은 유기-무기 전해질 간 계면 ‘이온 저항층’을 제거함으로써 이온전도도와 충·방전 성능을 향상시켰다.2) 기존 이차전지는 불에 잘 타는 액체 전해질을 사용해 폭발 위험성이 높았다.
 
최근, 모바일이나 웨어러블 장치, 전기자동차 등에 이차전지 활용이 많아지면서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소재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꾸면 온도 변화나 외부 충격에 의한 위험성을 낮추면서도 자유로운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소재에 따라 계면 저항이 높거나 공정이 어려운 등의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진은 유기물과 무기물 소재를 섞어 안전하면서도 높은 전도도를 지니는 하이브리드 전해질을 개발했다. 개별 소재만으로 만들었을 때 나타나는 단점을 극복하면서도 우수한 전지 성능을 확보한 것이다.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제조 공정에서 무기 고체 전해질 소재 표면에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이온 저항층이 전도 성능을 낮추는 원인임을 밝혔다. 하지만 무기 고체 전해질 소재는 분말 형태를 띠기 때문에 손상 없이 표면에 있는 이온 저항층만 제거하기에는 기술적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연구진은 반도체 공정에 활용되는‘건식 식각법’을 활용했다. 이 공정은 일반적인 이방성 식각 공정과 달리 등방성 건식 식각법을 이용해 고체 전해질 측면이나 하단 부분까지 이온 저항층을 빠르게 제거할 수 있다.

이후, 연구진은 이온 저항층이 제거된 계면을 가지는 고체 전해질 입자로 하이브리드 전해질을 제조했고, 이온전도도가 기존 전해질(2.1×10-4 S/㎝)에 비해 2배 이상(4.05×10-4 S/㎝)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 기존의 전해질로 만든 전지의 효율 26 ㎃h/g보다 3배나 높은 79 ㎃h/g을 보였다.
 
연구진이 고안한 제조 공정은 간단하고 기존의 이차전지 설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대량 생산에 유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단일 전해질 소재 위주로 개발이 이뤄진 기존 개념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하이브리드 전해질 연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조 레독스 코어를 가지는 벤조싸이아졸 링크의 다공성 유기골격체구조 및 리튬-하이브리드 전지. ⒜ 2차원 유기골격체. 중앙은 반복되는 구조 유닛 (unit). ⒝ 3차원 골격체 구조(기공크기는 2.8 ㎚이며 층간 간격은 약 0.35 ㎚). ⒞ 1 C에서 정전류의 100번 사이클 그래프. ⒟ 0.5 C에서 40 C까지 율속특성. ⒠ 20C에서 1000번 사이클 평가(nC는 전지가 완전히 충전 혹은 방전되는데 걸리는 시간으로 1시간/n을 의미. Q는 단위 무게당 용량, CE는 쿨롱 효율을 나타냄).

유연하고 가벼운 리튬-유기 하이브리드 전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은 유기 분자로 이루어진 다공성 골격구조체를 이용해 높은 사이클 성능을 가지는 리튬-유기 하이브리드 전지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유기체 전극이 현재 무기 산화물 기반의 전극을 대체해 유연하고 가벼운 전지의 개발에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KAIST 화학과 변혜령, 김우연 교수 공동연구팀은 두 개의 질소 원소가 이중 결합을 가지는 아조(azo, N=N) 그룹을 레독스(산화·환원) 코어로 가지면서 벤조싸이아졸 링커로 분자들을 엮어 거대한 다공성 구조체를 설계했다.3) 이를 통해 연구팀은 거대 골격체로 만들 때 조절되는 분자 간의 상호작용 및 전자구조를 이용해 화학적 안정성, 불용성, 그리고 전기/이온 전도성을 향상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그리고 6분에 한 번씩 충전·방전하는 빠른 속도에서도 약 1,000 사이클 이상 구동이 가능한 유기계 전극을 개발할 수 있었다.

유기 골격구조는 유기 단분자들의 공유 결합을 통해 2차원 필름을 형성하고 이들이 파이-파이 결합으로 3차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다공성 결정체다. 골격구조의 디자인은 분자 간의 상호작용 및 안정성을 극대화하고 수 나노미터 크기의 기공 채널을 규칙적으로 형성해 이온들의 이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어 유망한 유기 전극체로 디자인할 수 있다. 

리튬-이온 전지의 전극으로 활용할 유기 골격구조체는 리튬 이온과 전기화학 반응을 할 수 있는 레독스 코어와 다공성 골격체를 형성하는 링커로 구성돼 있다. 공동연구팀은 레독스 코어로 낮은 전위에서 2개의 전자전달(2e-)이 가능한 아조(azo)그룹을 사용했다. 기존의 리튬이온 전지는 일반적으로 전자전달 수가 1보다 작다. 최근 차세대 전지 연구에서는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해 다중 전자전달이 가능한 물질을 찾고 있으며, 아조 그룹이 그중 하나다.

벤조싸이아졸 링커를 포함하는 유기 골격구조는 다른 물질과는 달리 2전자 전달이 동시에 빠르게 발생해 우수한 충·방전 율속 특성 및 긴 사이클 성능이 평가됐다. 이는 벤조싸이아졸이 가지는 비 편재화 전자의 결합구조가 유기 전극의 안정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실시간 라만 분광 관찰을 통해 전극에서 아조 그룹의 가역적인 전기화학 반응을 증명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와 함께 공동연구팀은 밀도범 함수 계산을 통해 두 개의 리튬(Li) 이온이 아조 그룹과 빠르게 회합(association)함을 증명했다. 아울러 벤조싸이아졸 기반의 아조 유기 골격구조체가 가지는 약 3 ㎚ 이하의 다공성 채널로 리튬(Li)이온이 골격체 내부까지 쉽게 통과할 수 있어 이온 전도성도 실험적으로 규명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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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과 해외우수연구기관유치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의 슈퍼컴퓨터를 지원받아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에너지재료분야 국제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 5월 6일자에 공개됐다. 논문의 제목은 “Determining the criticality of Li-excess for disordered-rocksalt Li-ion battery cathodes”이다. 
2)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은 이 연구는 ETRI 주관으로 KAIST 김상욱 교수팀과 공동으로 진행됐으며, ETRI 신동옥 박사와 이명주 UST 박사과정이 공동 1저자로 참여했다. 〈에너지 스토리지 머티리얼즈〉(Energy Storage Material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3)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와 한국연구재단, KISTI 국가슈퍼컴퓨팅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이번 연구에는 KAIST 화학과 비크람 싱아(Vikram Singh) 박사와 김재욱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했으며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 5월 11권 17호(5월 6일자)에 게재됐다. 논문의 제목은 “Thiazole-linked covalent organic framework promoting fast two-electron transfer for lithium-organic batterie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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