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전기

원자력연, 차세대 원자로 SFR 기술적 난제 해결해 특허 출원
SFR 핵연료 피복관 보호하는 펄스-역전류 방식 코팅 기술 개발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원자력연) 선진핵연료기술개발부 연구팀은 지난 3월 차세대 원자로로 꼽히는 소듐냉각고속로(SFR)의 기술적 난제를 해결해 특허를 출원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SFR 핵연료 피복관 내부에 순수한 크롬(Cr)을 균일하게 코팅해 피복관의 열화현상을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기술에 대한 국내 특허 또한 출원했으며, 관련 기업으로 기술 이전을 추진할 예정이다.

소듐냉각고속로(Sodium-cooled Fast Reactor, 이하 SFR)는 액체 상태의 나트륨(소듐, Na)을 원자로 냉각재로 사용하는 고속중성자로(고속로)를 말한다. 고속로란 MeV 단위의 높은 에너지를 가진 고속중성자를 핵분열반응에 이용하는 원자로다.

SFR은 핵분열로 발생한 열을 소듐으로 냉각해 증기를 발생시키고, 증기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차세대 원자로 중 가장 유망한 원자로로 꼽힌다. 다만 SFR의 피복관에 금속 핵연료가 닿을 때 열화현상이 일어나 피복관이 손상되는 게 문제였다. 피복관이 손상되면 핵연료가 외부로 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크롬 수용액을 피복관 내부에 넣어 코팅층을 만드는 방법이 고안됐는데, 수용액을 전기로 분해해 코팅층을 만드는 과정에서 불순물이 발생해 코팅층에 섞인다는 한계가 있었다. 크롬에 불순물이 섞이면 코팅층이 균일하게 생성되지 않아 균열이 생기고, 결국 핵연료와 피복관의 화학반응을 막을 수 없게 된다.

여승환 책임연구원 연구팀은 전류의 방향을 초당 100회 이상의 속도로 매우 빠르게 반복해서 변경하는 ‘펄스-역전류 전해도금 방식’을 도입했다. 전류를 한 방향으로 흘리는 기존 방식이 크롬 코팅층에 불순물이 섞이게 하는 주요 원인이라고 보고, 전류 방향이 한 방향으로만 쏠리지 않도록 바꿨다.

이 방식으로 55℃에서 30분간 피복관 내부를 크롬으로 코팅했더니 불순물이 코팅층에 붙지 않아 순수한 크롬 코팅층을 만들 수 있었다. 연구팀은 20μm 두께의 균일한 코팅층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후 성능 검증을 위해 SFT의 비정상 가동 상황을 가정, 650℃ 고온에서 25시간 동안 모의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기존 방식으로 제작한 피복관은 화학반응에 의해 최대 30μm까지 열화됐지만, 신기술로 제작한 피복관에서는 화학반응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이를 통해 비상 상황에서도 핵연료 누출을 방지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단일 도금 공정을 통해 피복관을 완벽하게 보호할 수 있어 경제적인 기술”이라며 “피복관과 유사한 소구경 튜브에도 적용할 수 있어 다른 산업 설비나 부품 제작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뉴클리어 머터리얼즈(Journal of Nuclear Materials)』에 지난해 12월 게재됐다. 기술에 대한 국내 특허 또한 출원했으며, 관련 기업으로 기술 이전을 추진할 예정이다.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연구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한편, 원자력연은 4월 24일,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아르곤국립연구소(ANL)와 ‘SFR 선진 모델링·시뮬레이션 및 검증 분야 핵심기술 개발’ 공동연구 사업에 착수했다.

원자력연은 SFR 원자로 내부 현상을 정밀하게 분석·검증하는 실험 인프라인 <스텔라(STELLA)>를 통해 상세한 열 유동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SFR 모델링·시뮬레이션 기술이 있지만, SFR의 열 유동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이다. 양국의 기술 강점을 결합해 상호 보완하는 셈이다.

3년간 진행될 해당 연구는 <STELLA>에서 확보한 원자로 내부 데이터를 상호 검증하고 SFR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모델링·시뮬레이션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공동연구를 통해 SFR 기술 완성에 필수적인 기초 해석자료와 핵심 데이터를 확보하고 SFR 개발 지원, 인허가에 사용될 안전 검증자료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