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전기

재생에너지 및 분산자원 확대에 따라 에너지저장장치(ESS)의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V2G 시스템에서는 향후 전기차를 분산형 유연자원 중 하나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전력망 투자를 지연 또는 대체하기 위한 NWA(Non-Wires Alternative) 중 하나로 V2G를 활용할 수도 있고, 가상발전소(VPP)의 핵심 자원 중 하나로도 활용 가능하다. 국내외 V2G 시장 동향과 함께 V2G 자원거래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살펴본다.

참조 한전경영연구원 외

V2G는 전기차의 에너지저장장치를 활용하여 전력망과 전기차 사이에 양방향 에너지 전송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이미지 : 현대자동차그룹)
V2G(Vehicle-to-Grid)는 전기차의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하여 전력망과 전기차 사이에 양방향 에너지 전송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V2G 시스템은 계통과 전기차의 조건을 모두 고려해 여러 단계를 거쳐 운영되며, 크게 배전계통운영자(DSO), 중개자, 양방향 충전장치, 전기차(EV)로 구성된다.

해외 주요국들은 V2G 사업의 활성화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시간대별 전력소비 이동(Time shifting), 주파수 조정, 전압유지 등의 배전망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다양한 V2G 실증·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며, 일부 국가에서는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세계에너지기구(IEA)의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태양광, 풍력 등을 중심으로 ’22년 8,599TWh에서 ’50년 37,973TWh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간헐성·변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예상됨에 따라, 전력망 안정성 확보를 위해 유연성 전원인 V2G의 중요성 및 필요성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에서 ’30년 ‘태양광 + 풍력’ 설비 목표를 72.0GW로 제시했는데, 이는 ’22년 실적(23.0GW)의 3.1배 규모이며, 「제10차 전기본」의 목표(69.8GW)보다 3.2% 증가한 수치다. 또한 「제11차 전기본」에서는 ’38년까지 ‘태양광 + 풍력’ 설비를 매년 6.6GW씩 증설하여 ’22년 대비 약 5배 규모인 115.5GW의 설비를 설치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IEA의 국가별 현 정책 유지 시나리오(STEPS)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 보급 대수는 ’23년 4,500만 대에서 ’35년 5억2,500만대로 약 11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23년 4월 발표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제1차 국가 기본계획」에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에 따라, 전기차 보급 목표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내연차의 친환경차 전환·대체를 촉진하기 위해, 전기차에 대한 구매보조금 지원 및 세제 감면을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현재 전기차 보급은 개별 보조금 감소 등으로 일시 둔화하였으나, 수송부문의 탈탄소화 및 충전 인프라 개선 등으로 장기적으로는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충전 인프라(EVC)의 규모는 ’22년 1,400만 개에서 ’40년 최대 4.92억 개로 약 35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V2G 자원 활용을 위한 인프라 여건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40년까지 신규 충전기 설치는 현재와 같이 완속 충전기(7~22kW)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겠지만, 충전 수요에서 급속 충전기(50kW 이상)의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V2G 자원 활용 방식도 ‘다수 완속 방전’에서 ‘소수 급속 방전’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향후 기술 발전으로 V2G 충전기의 크기 및 비용이 감소하고 기술이 표준화되면 상용화 가능성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양한 제조업체의 전기차와 V2G 충전기 간의 호환성 확보를 위한 국제 표준화 작업을 통해 설비 간의 상호작용, 전력시스템과의 원활한 통신을 지원할 수 있다.

V2G 수익 흐름 (출처 : IRENA)
V2G 자원거래 해외사례

전기차 소유주는 직접 거래 또는 중개사업자를 통한 간접 거래가 가능하며, 경부하 시 충전한 뒤 요금이 높은 최대부하 시 방전하는 방식의 차익거래로 수익을 낼 수 있다. 충전사업자는 전기차 충전용 전력을 판매하고, V2G 플랫폼 기반의 충·방전 스케줄링 서비스 제공을 통해 에너지 관리 및 방전 전력을 모집할 수 있다.

▶미국(PG&E) : ‘전기차 소유주 - PG&E’ 간의 직접 거래, ‘전기차 소유주 - VPP 서비스 제공자 - PG&E’ 간의 간접 거래 등 2가지 형태의 거래가 가능하다. 직접 거래 시 요금이 저렴할 때 충전하여 비용을 절감하고, 피크 수요 시 방전하여 kWh당 최대 2달러(DR 보상에 해당)의 인센티브를 받는다. 간접 거래 시 전기차 소유주는 ①PG&E의 고객이어야 하며 ②다른 DR 혹은 VPP 프로그램에 등록되어 있지 않아야 한다.

▶영국(Octopus Energy) : 전기차 소유주는 Octopus Energy의 V2G 요금제 가입을 통해 에너지 관리 플랫폼(Kraken)에 연결되고, NESO(계통운영자)의 전력 수급균형 신호에 따라 전기차를 충·방전한다. Kraken은 전력 소비와 발전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시장 가격 변동을 분석해 BM 입찰 참여를 최적화하며, 낙찰 결과에 따라 충·방전을 시행한다. 전기차 소유주는 방전 대가로 전기차 무료 충전이 가능하며, NESO는 밸런싱 비용 절감 등 전체적인 전력시스템 운영 비용 절감이 가능해지는 구조다.

Octopus Energy의 ‘Kraken’을 통한 V2G 자원거래 (출처 : KEMRI)
주요국의 V2G 활성화 정책

미국
미 연방정부는 V2G 기술을 탑재한 전기 스쿨버스를 장려하는 한편, V2G 자원을 활용해 「전력망 안정성 개선을 위한 법안(Bidirectional Act, S.1548)」을 발의(’23.5)했다. ’30년 이후 주(州) 내에 판매되는 전기차 및 충전 인프라에 「V2G 기술 사용을 의무화하는 법안(SB 233)」도 통과(’24.8)되어 ’30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한편, 메릴랜드주에서는 ’25년 5월까지 PUC에 양방향 충전기의 신속한 계통연계 기준을 마련하도록 규정한 미국 최초의 「V2G 활성화 법안(HB 1256)」이 통과(’24.4)되었다.

-실증사업 지원 : V2G 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실증사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운행 스케줄이 일정한 전기버스 등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시장참여 허용 : 연방정부는 「FERC Order 2222」 개정(’20년)을 통해, 중개사업자가 모집한 분산자원의 미국 전력 도매시장 참여를 허용했다.

-충전 요금제 : 안정적인 전력망 운영을 위해 전기차의 효율적인 충전 및 방전을 유도할 수 있는 TOU 요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전기차를 활용한 VGI 사업모델 개념도 (출처 : 산업부 ‘2024년도 지능형전력망 시행계획’)
영국
수송부문의 탈탄소화와 에너지·전력망의 효율적 운영, 전기차 충전의 경제성·편의성 제고 등을 위해 「Taking charge: the electric vehicle infrastructure strategy」(’22년), 「Electric vehicle smart charging plan」(’23년) 등 정부 계획을 발표했다.

-실증사업 지원 : V2G 기술 개발 및 상업화 가능성 파악을 위해 대규모 정부 자금을 투입했으며, 전력 거래 활성화를 위해 유틸리티 주도로 V2G 파일럿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시장참여 허용 : 정부는 「GB Implementation Plan」(’19년)을 통해 기존 유틸리티로 제한되던 전력 도매시장 참여 자격을 DER 중개사업자로 확대했다.

-충전 요금제 : ’19년 FiT 폐지 후 SEG가 도입되어 소규모 저탄소 전력 생산자는 전력망에 공급하는 전력에 대해 선택한 요금제(TOU)에 기반한 보상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18년 12월 「전기사업법」 개정을 통해 V2G 등 소규모 전력자원을 활용한 ‘소규모전력중개사업’을 ‘전기신사업’으로 정의하여 최초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3차 지능형전력망 기본계획」(’23~’27년)에서 전력공급의 유연성 강화를 위해 ‘전기차의 스마트 충·방전 사업모델 개발’ 및 ‘V2G 제도 도입 기반 마련’을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2024년 지능형전력망 시행계획」에서는 ‘전기차를 활용한 유연성 자원 개발’ 추진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계획에 따르면, ’26년 12월까지 VPP 참여시장 운영시스템을 구축하고, 제도의 신속한 도입을 위한 실제 계통 기반의 기술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26년 3월까지 전력거래 참여를 위해 국제 표준에 기반한 전기차-충전시스템 VGI의 적합성·상호 운용성 평가시스템 개발 및 시험인증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23년 11월, 전기차 플랫폼을 이용한 개인 간 전력거래 실증을 위해 규제샌드박스를 승인했다. 현재 제주에너지공사에서는 소규모 분산에너지자원과 ICT 기술을 융합한 VPP를 운영하고, 동시에 전력거래도 가능한 한국형 VPP 모델을 개발하는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국중부발전에서도 전기차의 배터리를 에너지저장 시스템 및 VPP로 활용하는 에너지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현대건설은 ’24년 5월부터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연계 V2G 기술을 활용한 대규모 EV 수요자원화 기술 및 서비스 생태계 구축’ 실증연구를 추진 중이다. ’28년까지 1,500기 이상의 충·방전기를 설치해 V2G 실증을 수행하고, SDV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여 전기차 소유주가 자율적으로 충·방전 플랫폼을 이용하도록 유도할 예정이다.

한편, 21대 국회에서 ’25년부터 일부 전기차 충전설비에 대해 V2G 기술 적용을 의무화하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23.6)되었지만, 회기종료로 자동 폐기된 사례가 있다. 22대 국회에서 「재생에너지 3법」을 통해 관련 법안이 재발의(’24.7)되었다. 향후 V2G의 중요성 및 필요성이 점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관련 법안이 빨리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