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전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하 ‘에너지연’) CCS 연구단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낮은 온도에서도 매우 안정적으로 분해할 수 있는 촉매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촉매는 기존 촉매의 작동 온도보다 낮은 온도에서도 고농도의 사불화탄소(CF4)를 98% 이상 안정적으로 분해했다. 테스트 결과 5,000ppm 기준 4,000시간 연속운전에도 촉매 성능이 저하되지 않으며, 상용 기준치보다 두 배 이상의 성능을 달성했다.

대한민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은 최근 AI 및 가상현실 분야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지속적인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2) 대비 온실효과가 5,000배 이상 높은 사불화탄소(CF4), 헥사플루오로에탄(C2F6) 등이 배출되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온실가스를 제거하기 위해 POU(Point of Use)라는 스크러버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데, 주로 연소, 플라즈마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POU는 처리용량이 분당 200~300리터 수준으로 적고, 연소방식은 온실가스를 제거하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플라즈마 방식은 전력 사용량이 많아 대용량으로 확장이 불가능하다.

최근 디스플레이 산업에서는 패널 크기가 커짐으로 인하여 용량이 적은 기존 POU 방식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해 분당 1,000~10,000리터 수준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해졌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효율이 우수하고 처리용량 대응이 가능한 ‘촉매분해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1990년대부터 촉매분해 방식을 활발히 연구해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개발된 분해 촉매는 750℃ 이상의 고온 조건에서 작동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데다, 수명도 1,000시간 이내로 짧아 경제성 및 내구성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CF4와 같은 불화가스는 물과 작용하는 가수분해반응을 통해 분해된다. 불화가스가 낮은 온도에서도 물과 빠르게, 많이 반응하기 위해서는 촉매 내에 불화가스가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많아져야 한다. 이 개념을 ‘루이스산점’이라 하는데, 루이스산점이 많아지려면 촉매 내의 아연 함량을 최적으로 맞추는 기술이 필요하다.

에너지연 CCS 연구단 이신근 박사 연구진은 촉매 내에 포함된 아연, 알루미나, 인 등의 함량을 최적의 양으로 조정해 루이스산점을 최대화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촉매는 기존 촉매의 작동 온도보다 50℃ 낮은 700℃에서도 5,000ppm 이상의 고농도 CF4를 98% 이상 안정적으로 분해했다. 작동 온도가 낮아짐으로써 에너지 효율은 기존 대비 10% 이상 상승했다.

개발된 촉매를 테스트한 결과, 5,000ppm 기준 4,000시간 연속운전에도 촉매 성능이 저하되지 않아 장기 내구성을 확보했다. 상용 기준인 2,000ppm 기준 1,000시간 연속운전보다 두 배 이상의 성능을 달성한 것이다. 또 CF4 외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육플루오르화황(SF6)과 삼플루오르화질소(NF3)도 동시 분해가 가능하며, 펜타플루오르에탄(C2F5)과 같은 냉매 가스도 분해하는 것으로 확인되어 활용처도 넓어졌다.

연구진은 개발한 촉매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했다. 촉매 생산에 압출 공정을 적용함으로써 활용처에 따라 촉매의 형태와 크기를 다양하게 조절할 수 있게 했다. 특히 반응 면적이 크고 경량화에 유리한 허니컴(벌집구조) 형태로도 생산할 수 있어 상용화 가능성을 높였다.

에너지연 CCS 연구그룹은 ’17년에 처음 PFCs 분해촉매 개발에 착수하여, 그해 7월에 AlPO4 기반 촉매에 아연을 추가하여 성능을 향상할 수 있는 특허를 출원했다. 이처럼 단기간에 촉매 개발과 특허 출원이 가능했던 것은, ’15년~’17년 사이 《Non-CO2 온실가스 사업단》의 지원으로 ‘반응/분리 동시 공정에 의한 PFCs 촉매분해 향상 연구’를 수행하면서 특허청 산하 한국지식재산전략원의 정부 R&D 특허전략지원사업을 통해 촉매 및 공정 관련 특허를 면밀히 분석했고, 이를 적극 활용하여 개발 전략을 수립한 덕분이다.

이후 에너지연 기본사업과 3년 9개월간 수행한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의 「월드 클래스 플러스」 사업을 통해 촉매 생산기술을 개발하여 주관기관이 개발 중인 2000LPM급 촉매 스크러버에 촉매를 공급했다. ’24년부터는 저온고활성 촉매 개발 요청으로 조성을 최적화하여, 기존 촉매 대비 운전 온도를 50℃ 낮출 수 있는 촉매 개발을 완성했다. 성능을 비약적으로 향상할 수 있었던 건, 낮은 온도에서도 높은 성능이 가능하도록 촉매 조성을 최적화했기 때문이다.

개발한 촉매의 경쟁력은 분해성능이 우수한 것뿐만 아니라, 맞춤형으로 형태와 크기 등을 다양화하여 특주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특히 ‘차세대 촉매’ 형태라고 일컬어지는 허니컴 형태로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이번 2세대 촉매 개발로 향후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고성능 촉매분해 스크러버 상용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스크러버 장치 업체와의 협업을 통한 국내 시장 선점 및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한 수출 증대도 기대해볼 만하며, PFCs 분해 촉매기술 종주국인 일본과 미국을 능가한 제품 생산을 통한 기술 경쟁력 강화 및 국위선양도 기대된다.

연구책임자인 이신근 박사는 “개발한 촉매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배출되는 다양한 불소계 화합물을 비롯해 폐냉매 처리까지 가능한 다재다능한 촉매”라며, “반도체,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폐차장, 폐가전 등에도 적용할 수 있어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