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전기

에너지연 SCI 융합연구단이 고전류 환경에서도 장기간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하는 탄소섬유 기반 고성능 전극을 개발했다. 개발된 전극은 탄소섬유 지지체를 적용한 해수 수전해용 전극 중 세계 최초로 고전류 조건에서 800시간 이상의 장기 연속운전에 성공해 상용화 가능성을 나타냈다.

수전해란 물을 분해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친환경 기술이다. 주로 담수를 사용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인 담수 부족 문제로 인해 바닷물을 직접 활용하는 해수 수전해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해수 수전해 장치의 성능과 수명은 전극을 구성하는 촉매와 촉매를 고르게 분산하는 전극 지지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백금, 루테늄과 같은 귀금속 기반 촉매가 활용되고 있지만, 비용 문제로 인해 최근에는 비귀금속계 촉매나 최소한의 귀금속을 사용하는 방식이 연구되고 있다.

지지체에도 문제가 있다. 금속 재질의 지지체는 염소이온이 일으키는 부식에 취약해 수명의 한계가 명확했다. 대체재로 전기전도성과 내식성, 유연성, 가격 경쟁력이 우수한 탄소섬유가 대두됐다. 하지만 기존 탄소섬유 기반 촉매는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고전류(500mA/cm²이상)와 100시간 이상 장기운전 시 성능 저하 및 구조 손상 문제가 발생해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한지형 박사 연구진은 최적의 산 처리 공정을 통해 수소 생산 효율을 높인 탄소섬유 기반 전극을 개발하고 기존 전극의 단점을 극복했다. 개발된 전극은 전극에 가해지는 과전압을 25% 낮춰 기존 전극 대비 1.3배 더 효율적인 수소 생성 반응을 나타냈다.

연구진은 전극의 반응성을 올리기 위해 탄소섬유의 산 처리에 집중했다. 산 처리는 100°C의 고농도 질산 용액에 담가 한 시간 동안 진행되는데, 과정 중 수분 증발로 인해 질산의 농도가 변화되는 것이 문제였다. 이에 연구진은 산 처리 전용 용기를 새로이 설계해 농도 변화를 방지하고 최적의 탄소섬유 지지체 표면 처리에 성공했다.

산 처리된 탄소섬유 지지체는 높은 친수성을 가져 코발트, 몰리브덴, 루테늄 이온이 지지체 표면에 고르게 분산되도록 유도한다. 특히 귀금속인 루테늄은 지지체 전역에 고르게 분산돼 소량으로도 우수한 전기화학적 성능을 낼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완성된 코발트-몰리브덴(CoMo) 촉매는 촉매 무게 중 단 1% 수준의 루테늄을 사용했음에도 기존 코발트-몰리브덴 촉매 대비 과전압을 약 25% 낮추는 데 성공했다. 과도하게 투입되는 전압을 줄임으로써 동일한 전류 밀도에서 약 1.3배 더 효율적인 수소 생성 반응을 이끈 것이다.

연구진은 전기가 잘 통하는 탄소섬유(Carbon cloth, CC) 위에 루테늄(Ru), 코발트(Co), 몰리브덴(Mo)을 조합한 고성능 촉매를 얹어 수소 생산용 전극(Ru/CoMoOx@CC)을 제작했다. 탄소섬유는 머리카락처럼 얇은 탄소 실이 천처럼 짜여 있는 구조로, 전기 촉매를 지지하는 뼈대 역할을 하고, 전기 흐름을 도와 전극 성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 전극은 비교적 간단한 합성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며, 바닷물처럼 염분이 많은 환경에서도 수소를 잘 뽑아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연구진은 아주 적은 양의 루테늄을 추가해 수소 생산 성능을 크게 높이고, 오랫동안 성능이 떨어지지 않도록 안정성을 강화했다.

개발된 전극은 일반적인 알칼리성 물(1M NaOH)은 물론, 바닷물과 섞은 알칼리성 용액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산업적으로 의미 있는 높은 전류밀도(500mA/㎠)에서도 30일 넘게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실험을 통해 확인되었다. 이는 바닷물을 이용한 수소 생산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성과이다.

운전 후 촉매의 금속 성분을 분석한 결과, 루테늄과 코발트 등의 금속 이온이 전해액으로 유출되지 않고 촉매 내에 유지되어 높은 내식성과 구조적 안정성을 나타냈다. 아울러 25㎠ 규모의 대면적 전극 합성에도 성공해 실용화를 위한 확장 가능성을 보였다.

이 전극은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고가의 백금 촉매보다 더 낮은 전압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으며, 특히 전류가 많이 흐를 때 성능이 더욱 우수하다. 이는 루테늄 기반 전극이 백금을 대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고효율이면서도 경제적인 수소 생산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연구진은 5×5cm 크기의 탄소섬유 천을 이용해 새로운 수소 발생 전극을 만들었다. 먼저 이 섬유의 표면을 산으로 처리해 친수성을 높였다. 이후 루테늄(Ru), 코발트(Co), 몰리브덴(Mo)의 금속 원소와 추가 화합물(요소, 불화암모늄)을 깨끗한 물에 녹여 만든 용액에 탄소섬유를 담가 약 180℃에서 6시간 동안 가열했다. 이 과정을 통해 금속 성분이 섬유 표면에 고르게 자라나도록(수열합성) 유도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극은 충분히 씻고 말린 뒤, 수소와 아르곤 가스를 섞은 환경에서 350℃에서 2시간 동안 열처리를 거쳤다. 이 최종 공정을 통해 전기화학적 반응성이 뛰어나고, 오랜 시간 사용해도 성능이 유지되는 수소 생산용 전극이 완성된다.

개발된 전극은 전기를 통해 수소를 생산하는 효율이 매우 높다는 것이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전기 흐름의 방해 요소인 전하 전달 저항이 매우 낮았고, ECSA(전기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면적)도 루테늄이 없는 CoMoOx@CC보다 약 2배 넓어졌다. 덕분에 수소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전압이 줄어들었다.

다양한 분석 장비를 통해 전극 표면을 조사한 결과, 루테늄이 코발트와 몰리브덴의 전자 구조를 조절해 전기 흐름을 더 잘 유도하고, 오랫동안 사용해도 구조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표면 구조는 나노 플레이크(나뭇잎처럼 얇고 규칙적인 판 모양)로 형성되어 전기가 잘 통하고, 전해질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형태를 갖춰 효율적인 수소 생산에 적합한 구조로 나타났다.

책임연구자인 한지형 박사는 “이번 기술은 탄소섬유 지지체 기반 전극을 적용한 해수 수전해 중 산업화 수준의 고전류 조건으로 한 달 이상 장기운전에 성공한 세계 최초 사례”라며, “향후 1,000시간 이상 장기운전 평가와 대면적 셀 기반의 모듈화·스택화 연구를 통해 실증 수준으로 기술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성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 『Applied Surface Science(Elsevier)』 2025년 5월호 온라인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