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전기

수소, 태양광, 풍력, ESS, EMS 등 에너지의 ‘발전-저장-활용’ 전(全) 과정을 유기적으로 잇는 국내 유일의 에너지 밸류체인 특화 전시회 『Smart Energy Plus(SEP) 2025』가 10월 15일(수)부터 17일(금)까지 사흘간 코엑스에서 국회수소경제포럼 주최로 개최되었다. 분산된 기술과 솔루션이 산업을 넘어 하나의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SEP는 그 흐름의 중심에서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10월 15일 진행된 『스마트 에너지 플러스 2025』 개막총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한 대통령비서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에너지 전환은 미래 경쟁력의 핵심 중 하나이며,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며 “정부는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에너지 전환을 적극 모색하고 있으며, AI와 에너지 전력망을 결합해 새로운 경제 성장의 동력을 만들겠다”고 전했다.

이어진 축사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이호현 제2차관은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5년까지 에너지 전체 수요보다 전기의 수요가 6배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며 “바야흐로 ‘전기의 시대’로, 오늘처럼 에너지 산업의 주요 기업이 모여 혁신 기술과 비전을 공유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mart Energy for a Smarter Future(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스마트 에너지)》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전시회에서는 분산된 기술과 산업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내는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장이 펼쳐졌다. LG, 포스코, SK, HD현대, 두산 등 주요 민간 기업부터 정부출연연구기관까지 참여하여 탄소중립 시대를 주도할 기술과 정책 비전을 공개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전력·배전기기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효율적 에너지 사용을 위한 친환경 미래전력 기술을 선보였다. 《The Green Energy Journey Connecting Nature and the City(자연과 도시를 잇는 그린에너지 여정)》을 주제로, 신재생에너지의 ▷생산 ▷저장 ▷송·변전 ▷분전·활용 등 각 단계별로 적용 가능한 기술을 소개했다.

기술 부문에서는, 친환경 절연유를 적용한 전력변압기와 온실가스 배출을 99%까지 줄일 수 있는 SF6-Free 가스절연개폐장치(GIS) 등 차세대 친환경 전력기기와 함께, 전력 계통 안정화의 핵심 솔루션으로 주목받는 배터리 에너지저장시스템(BESS), 국내 최초로 대량 양산에 돌입한 전기차 충전기용 누전 차단기를 공개했다.

이와 함께 HD현대일렉트릭은 준공을 앞두고 있는 청주 배전 신공장의 모습도 영상을 통해 공개했다. 12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갈 공장에서는 송전 전력을 배분·공급하고 전력 부하 발생 시 추가 유입을 차단하는 중저압 차단기를 주력 생산할 예정이다. AI 기반 최신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성을 극대화하여, ’30년까지 기존 대비 2배 수준인 1300만대의 전기 장비 생산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현대차가 선보인 신형 넥소(NEXO) 수소전기차는 폐차 재활용 플라스틱을 비롯해 지속 가능한 공법으로 제작한 소재를 차량 안팎에 사용했다. 주행 성능도 이전 모델에 비해 크게 개선되었다. 평소에는 1개의 인버터만 구동하다가 고속 주행 시에는 2개의 인버터를 활용하는 ‘2-스테이지’ 모터 시스템으로 효율·성능을 극대화했으며, 모터 최고출력은 150kW까지 끌어올렸다. 수소 저장 탱크는 저장 용량을 6.69kg까지 늘려, 제로백 7.8초, 완충 시 주행 가능 거리는 72km를 확보했다.

게다가 올해 7월 기준 전국 226기에 달하는 수소 충전 인프라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루트 플래너’ 기능을 탑재해 충전 편의성도 업그레이드했다. 또 수소 에너지 흐름도, 주행환경 맞춤 주행 가능 거리 안내, V2L 사용 정보 등을 표시해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편의성을 제공한다.

소형모듈원전(SMR), 풍력, 수소 등 인공지능(AI) 시대 전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에너지 솔루션을 두루 선보였다. ’19년 가스터빈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세계에서 5번째로 가스터빈 기술을 확보한 두산에너빌은 380MW급 한국형 표준 가스복합 모델 가스터빈 모형을 전시장 입구에 전시하여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두산에너빌에서는 ’27년 400MW급 수소 전소 터빈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LNG(액화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가스터빈을 개조하면, 수소 연소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수소터빈으로 바꿀 수 있다. 이 수소터빈에 수소를 50% 혼합해 연소하면 기존 LNG 발전용 가스터빈 대비 최대 23% 탄소배출 저감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3MW, 5.5MW, 10MW 해상풍력 모델도 선보였다. 두산에너빌은 국내 최초 육·해상 풍력발전시스템 ‘WinDS3000’ 개발에 성공한 후 ‘WinDS3300’, ‘WinDS 5500’을 연이어 개발했다. 지난 7월에는 국내 최초로 10MW급 해상풍력 터빈의 국제인증도 취득한 바 있다.

국내 최대 재생에너지 사업자인 SK이노베이션 E&S는 5GW 규모의 재생에너지 파이프라인을 전시하고, 올해 말 가동예정인 『호주 바로사 가스전 프로젝트』와 연계한 CCS 및 저탄소 LNG 생산계획을 공개했다. 이와 함께, 액화수소 기반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확장, 청정수소 발전 밸류체인 구축계획 등 탈탄소 에너지 확보전략을 제시했다. 에너지 저장과 공급 안정성을 높이는 ESS 및 ESS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도 선보였다.

한편, SK가 이번 전시에서 핵심으로 내세운 것은 ‘에너지 통합 솔루션 패키지’다. 재생에너지 생산에서 저장, 전력 공급까지 이어지는 통합 시스템으로 각 기업의 에너지 소비 패턴에 맞춘 맞춤형 패키지를 제공하겠다는 포석이다. SK이노베이션 및 E&S·SK온·SK에코플랜트 등 그룹 내 주요 에너지 계열사가 각 부문에서의 역량을 기울여 완성한 것으로, 향후 산업 전반에 지속적으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포스코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운영한 통합 전시관은 《에너지 전환 시너지》를 주제로, 고내식 합금 도금강판 포스맥(PosMAC)이 적용된 ESS용 배터리케이스, 고망간강 액화수소 저장탱크 등 다양한 에너지 강재를 선보였다.

고압과 수소취성에 견디도록 제작된 ‘포스맥’은 기체 수소 이송용으로 주로 사용되던 수입산 무계목강관을 대체하는 데 성공했다. 고망간강 액화수소 저장탱크는 기존 스테인리스강 대비 강도가 높고 가격경쟁력이 우수하다.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으로, 영하 253°환경에서도 깨지지 않고 수소를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도록 만든 초저온용 저장탱크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차세대 기술인 수소혼소발전도 선보였다. 포스코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설비용량 3,412MW의 인천 LNG 복합발전소를 대상으로 900MW 규모의 상용 청정수소 혼소 발전을 추진 중이다. 노후·저효율 설비를 고효율로 전환하는 동시에, 청정수소 혼소 기술을 적용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프로젝트다.

제품 전반에 AI 기반의 기술을 확대 적용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LG전자는 ▷휘센 AI 시스템에어컨 ▷멀티 브이아이(Multi Vi) ▷프리미엄 환기 등을 전시했다.

주거용 시스템에어컨은 물체의 위치와 움직임을 감지하는 레이더 센서와 강화된 AI 기능을 탑재한 제품이다. 소비자와 공간을 스스로 분석하고 학습해 에어컨 사용 패턴에 기반한 AI 절전, 에어컨 내부에 바람이 지나가는 길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AI 청정 등을 구현했다.

상업용 시스템에어컨 ‘멀티 브이아이’는 대형 실외기에 여러 대의 실내기를 연결해 사용하는 제품으로, 중앙처리장치(AP) 기반의 고성능 AI 엔진 소프트웨어를 탑재했다. 기존 모델 대비 에너지 효율은 16마력 동급 기준 최대 7.2% 높아진 반면, 설치 면적과 무게는 24마력 동급 기준 각각 13%와 10% 감소했다.

가정용 환기시스템인 ‘프리미엄 환기’는 실외 공기질에 따라 신선한 외부 공기를 활용하는 ‘자연바람 환기’, 외부 공기가 나쁠 경우 ‘실내순환’ 모드로 내부 공기만 정화해 쾌적함을 유지한다. 고효율 전열교환기를 적용해 계절별 온도 차이로 인한 에너지 손실도 최소화한다. 난방 시 약 75~82%, 냉방 시 약 62~68%의 에너지를 회수한다.

한수원(KHNP)은 소형모듈원전(SMR) 기반의 미래형 에너지 도시(SSNC, 스마트 넷-제로 시티) 모형을 부스 전면에 설치했다. 원자력 에너지를 사용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스마트 도시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한수원의 도시개발 계획이다. SSNC의 핵심은 공급자와 수요자의 전력 흐름을 실시간으로 조율하는 ‘관제센터’다.

전력망이 조율되지 않으면 셧다운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안정적 전력망을 위한 통합 제어 시스템이 필수다. 한수원은 ’24년 8월 전 한수원 중앙연구원에서 『i-SMR SSNC 관제센터 및 시뮬레이터센터 준공식』을 가졌다.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부스에는 ‘소형 일체형 원자로(SMART)’ 홀로그램이 설치됐다. ‘스마트’는 연구원이 개발한 소형원자로로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인가를 획득했다. 원자력 기술은 원자로뿐만 아니라 우주 탐사 분야에도 활용된다. 달 탐사선에 전력을 공급하는 원자력 전지도 개발하고 있다. 우주로 나가는 탐사선은 무게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연구원에서는 방위원소를 이용하는 등 원자력 전지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는 산업부 나노융합산업핵심기술 개발사업으로 개발한 ‘동위원소 기반 외부환경 독립형 반영구적 독립전원시스템’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배타전지와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결합하여 외부 전력 없이도 장기간 안정적으로 전원을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배타전지는 기존 리튬이온 대비 수명이 길고, 반복되는 충·방전에도 성능 저하가 적어 데이터 저장 등 장기 운용에 적합하다. 외부 전력망 단절 시에도 장시간(수 년~수십 년) 전원을 유지할 수 있어, 데이터센터, 원격지 서버, 비상용 전원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배터리 기술의 발전과 재생에너지의 보급이 맞물려, 향후 독립전원 인프라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에서는 부스를 찾은 방문객들에게 ‘탐해3호’ 페이퍼크래프트를 기념품으로 증정했다. 6800톤급인 ‘탐해3호’는 대륙붕, 대양, 극지 등 전 세계 모든 해역에서 해저 자원탐사를 수행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최첨단 3D·4D 지구물리탐사연구선으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탐사선이다.

얕은 땅속을 고해상으로 관찰할 수 있는 P-cable 장비와 15m 깊이까지 해저퇴적물을 직접 채취할 수 있는 피스톤코어가 탑재되어 있으며, 해양에서 직접 획득한 지구물리 자료를 처리하고 해석할 수 있는 장비와 선상 위로 가져온 시료를 간단하게 분석하고 처리할 수 있는 실험실도 갖추고 있어 ‘바다 위의 첨단 연구소’라고 불린다.

‘탐해3호’는 현재 서태평양에서 해저에 자연 상태로 존재하는 고농도 희토류를 탐사하고 있다. 향후 6년간 해저코어를 통한 희토류 3차원 부존량 확인, 다학제 연구기반 부존기작 규명, AI 활용 자원 예측 분석 및 개발가능성 평가 등을 통해 서태평양 해저 희토류 자원확보의 전략적 기초자료를 확보할 계획이다.

한국원자력학회 세션을 주최한 이기복 회장은 “AI와 SMR의 융합을 통한 에너지 혁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혁신형 SMR 기술개발사업단 김한곤 단장이 《SMR 기술의 최신 동향과 미래 시장 전망》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사흘간 다양한 컨퍼런스를 개최해 원자력, 해상풍력, 태양광, 순환경제 등 탄소중립 시대 핵심 산업과 에너지 전환 전략을 다루며, 그린산업 투자와 지속가능한 에너지 생태계 조성을 위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본지에서는 10월 15일 오후 2시부터 《SMR의 심장에 AI의 두뇌를 더하다 : 에너지 걱정 없는 내일을 만든다》는 주제로 열린 한국원자력학회 세션에 참가했다.

한국원자력학회 이기복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SMR은 다양한 하이브리드나 안전성과 경제성 그리고 유연한 전력 공급을 위해 차세대 에너지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기에 인공지능이 결합할 때 우리는 새로운 차원의 원자력 설계와 검증 그리고 운영 기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오늘의 컨퍼런스가 AI와 SMR의 융합을 통한 에너지 혁신의 현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혁신형 SMR 기술개발사업단 김한곤 단장이 《SMR 기술의 최신 미래 시장 전망》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단장은 글로벌 SMR 개발 동향과 함께 ‘한국 원전 기술혁신의 결정체’라고 불리는 ‘i-SMR’의 개발 진행 현황을 설명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SMR 사업은 글로벌 기술력에 비해 5년 정도 뒤처진 상황”이라며, “올해 안에 국가의 설계 승인을 완료하고, 이후 초도기를 설치·운영하며 해외 수출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한곤 단장의 발표에 이어 ▶원자력 발전을 위한 AI 에이전트(한국원자력연구원 유용균 인공지능응용연구실장) ▶스마트 넷-제로 시티 : SMR 기반의 미래형 에너지 도시(한국수력원자력 김용수 SMR사업실장) ▶Floating Nuclear Power Barge : 해양 원자력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솔트포스 코리아 강신영 대표) 발표가 차례로 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