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전기

항공 분야는 탄소중립 진행이 가장 느린 분야 중 하나이다. 바이오 연료인 지속가능항공유(SAF)로 전통 항공연료를 대체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타 분야에 대비하면 여전히 뒤처져 있다. 항공기 전동화, 수소연료 같은 신기술을 통한 탄소저감도 추진 중이나, 무거운 배터리 무게, 충전 시간, 대형 항공기 적용에 어려움 등의 제약이 있다. 여러 사항을 고려할 때 향후 SAF가 항공산업 탄소저감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속가능항공유(Sustainable Aviation Fuel, 이하 SAF)란 기존의 항공유와 화학적 구조가 유사하면서도 화석연료가 아닌 폐식용유, 농업 폐기물(바이오매스) 등 재생 가능한 자원에서 생산된 연료이다. 기존 항공유보다 불순물이 적어 연소 효율이 높고 더 깨끗하게 연소되기 때문에, 적은 연료로 더 많은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을 최대 80% 줄이는 효과가 있어, 향후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할 핵심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에서는 매년 과학기술분석 ‘MIT 테크 리뷰’를 통해 그해 가장 주목해야 할 혁신기술을 선정하는데, SAF는 ‘2025년 주목할 10가지 기술’에 선정되었다.

▶ Co-processing 공정 : 기존 정유공정에 폐식용유(UCO, Used Cooking Oil), 동·식물성 지방 등을 화석연료와 함께 투입해 생산된 연료의 일부를 SAF로 인증한다. 기존 설비를 활용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가 상대적으로 적고, 제조원가도 다른 공정에 비해 저렴하다. 이론상 원료 혼합비율은 5%까지 가능하나, 실제 운전은 1% 수준에 그쳐 대규모 생산에는 한계가 있다.

▶ HEFA(Hydro-treated Esters and Fatty Acids) 공정 : 공급 원료로 폐식용유, 폐 동물 유지, 식물성 기름 등을 사용한다. 생산공정은 석유 정제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안전하면서 입증된 기술로 평가받는다. 원료를 고온·고압에서 수소화 처리하는 방식이며, 성분은 바이오 디젤과 유사하다. SAF 중 생산비용이 가장 낮고 기존 정유 시설을 사용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생산 과정에 다량의 수소가 필요하고 원료인 폐식용유 등을 대량으로 확보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 FT(Fischer Tropsch) 공정 : 농림 부산물이나 생활폐기물 등을 이용하며, 원료를 가열·분해하여 생성된 합성가스를 열화학 공정 등을 통해 탄화수소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HEFA 공정에 비해 원재료 수급이 원활하고 원료 비용이 낮다는 장점이 있으나, 원재료에서 금속을 제거하는 등의 전처리가 필요하고 공정에 정교한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상용화에 근접해 있다.

▶ ATJ(Alcohol-to-Jet) 공정 : FT 공정과 비슷한 농림 부산물이나 생활폐기물 등을 발효하여 알코올을 생성한 후 탈수·수소 처리 과정을 거쳐 탄화수소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바이오매스에서 생성된 에탄올을 항공연료로 가공하려면 낮은 에너지 밀도 때문에 많은 공급 원료가 필요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 PTL(Power-to-Liquid) 공정 : 그린수소와 이산화탄소를 반응시켜 합성가스를 생성한 후, 철이나 코발트 같은 촉매와 반응시켜 항공연료와 같은 탄화수소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탄소 포집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하므로 탄소 배출량 감축에 매우 효과적이다. 다만, 고가의 장비와 복잡한 공정 때문에 화석연료 대비 8배 정도 가격이 높다. PTL은 아직 연구·개발 단계에 있지만, 향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중요한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SAF는 HEFA 공정으로 생산된다. HFEA는 타 공정 대비 높은 접근성을 바탕으로 단기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이나, 원료의 대량 확보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전체 SAF 생산량에서 제한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송부문 탄소 배출량 중 항공산업의 비중은 12%로 도로운송을 제외하면 가장 높다. 또한 최근 항공산업의 급속한 성장에 따라 탄소 배출량도 빠르게 상승 중이다. 그러나 항공산업 탈탄소화는 상대적으로 진행 속도가 매우 느려, 대체 연료 개발 및 인프라 투자 등의 확장을 위한 장기 계획과 지원이 필요하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50년까지 항공산업 탄소배출 넷-제로(net-zero) 목표 달성을 위해 ’21년부터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를 시행하고, 세계 각국에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해당 제도는 자발적 참여 기간을 거쳐 ’27년부터 의무화가 되는데, ’24년 1월 기준 한국을 포함한 126개국이 자발적 참여를 선언했다.

’08년 SAF를 사용한 상업용 항공기의 첫 비행 이후 3년 만인 ’11년에 SAF 사용이 승인되었다. ’24년 5월까지 737,559회의 항공편이 운행되었으며, 69개의 공항이 정기적으로 SAF를 공급받고 있다. ’21년 1억 리터, ’22년 3억 리터, ’23년 6억 리터로 연간 생산량도 꾸준히 증가하였으며, ’24년 생산량은 18억 리터가 넘어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급증에도 ’24년 전체 항공연료 수요의 0.53%에 불과했다.

’50년까지 항공산업 탄소배출 넷-제로 목표 달성을 위한 SAF 생산량은 어느 정도일까? ’50년 기준 4,490억 리터로, 이는 연간성장률(CAGR) 31%를 장기적으로 유지해야 가능한 용량이다. 이러한 이유로,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에서는 SAF 누적 투자 규모가 최대 5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다.

SAF 사용과 항공산업 탈탄소화를 위한 정책을 선도하는 지역은 유럽연합(EU)이다. ’23년 4월 통과된 「REFuelEU Aviation」 법안은 EU 내 항공연료를 공급하는 모든 업체와 항공사에 SAF 의무 혼합비율을 준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5년 1월부터는 항공유에 SAF를 최소 2% 이상 배합해 사용해야 한다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SAF 규정 위반 시 의무량 1톤당 제트유 가격의 2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부과하며, SAF 사용 항공기에 대해서는 「탄소배출권(ETS, Emissions Trading System)」을 부여한다. EU는 징수한 벌금을 기반으로 《SAF 인프라 펀드》를 조성하여 설비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SAF 생산과 사용에 세제 혜택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을 발표해왔다. ’21년 바이든 정부는 SAF 생산 목표를 ’30년까지 30억 갤런, ’50년까지 350억 갤런으로 늘려 미국 항공유 사용을 100% 대체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그해 5월, SAF 인센티브 확대를 위해 「Sustainable Skies Act」를 도입했는데, 해당 법안은 전 과정 50% 이상의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 SAF를 공급하는 업체에 갤런당 1.5~2.0 달러의 크레딧을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22년 발표된 「IRA(Inflation Reduction Act)」는 미국 내에서 생산 및 판매된 SAF에 대해 갤런당 1.25~1.75 달러의 세제 혜택 지원을 통해 공급업체의 설비투자를 지원하는 법안이었다.

한편, 일본은 국제선을 대상으로 ’30년까지 10% 혼합 의무제를 도입했으며, 호주·싱가포르·인도 등도 혼합비율 확대 로드맵을 수립·검토 중이다.

핀란드의 정유회사인 Neste는 ’30년까지 연간 최소 2,000만톤의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핀란드, 네덜란드 및 싱가포르의 정유공장을 바이오디젤 생산 공장으로 전환했다. 미국 기업 Twelve는 PTL 공정으로 SAF를 생산하는 업체로, ’24년 중반부터 국제항공그룹(IAG)에 연간 4만 갤런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메이저 에너지기업 쉘(Shell)은 M&A를 통해 대규모 SAF 생산 설비를 확보하고, 블록체인 기반 SAF 크레딧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SAF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뛰어들고 있다. 기술 난이도가 높은 PTL 같은 기술이 발전되면, 원료 공급이 원활해져 SAF 시장은 더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대형 시장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SAF에 대한 각국 정부의 자국 산업육성 정책이 기업들의 생산 능력 확대에 촉매로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때문에 주요 시장 참여자들의 사업 추진 방향과 신기술 개발 동향을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24년 9월 「SAF 혼합의무화제도 로드맵」을 발표하며 ’27년부터 SAF 사용을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 항공편에 SAF를 1% 섞어서 사용해야 한다. 로드맵은 ’27년 1%를 시작으로 ’30년에는 3~5%, ’35년에는 7~10%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에 따라 항공유 공급자인 석유정제업자와 석유수출입업자는 SAF를 의무적으로 공급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으면 ’29년부터 추징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정유업계 역시 기술 고도화와 전용 생산라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24년 1월 국내 최초로 SAF 생산체계를 갖춘 에쓰오일은 국내외 수요 증가에 대비해 SAF 전용 생산시설 건설을 검토 중이다. ’24년 9월부터 SAF 상업 생산을 시작한 SK에너지는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협업해 SAF 고도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토탈에너지스는 최근 약 두 달간의 핵심설비 정기보수를 완료하고 10월 2일 재가동을 시작했다. 특히 이번 정기보수를 통해 SAF의 원료인 폐식용유 투입을 위한 촉매 교체 및 시설 보완하며 SAF 생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정부는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된 바이오 기반 SAF 연구개발과 시설투자 세액공제를 지속 지원하고, 향후 재생합성 SAF 등 차세대 생산기술에 대한 추가 인센티브 지원도 검토 중이다. 또한 새로운 원료에 대한 기술개발을 강화하고, 《글로벌 바이오원료 지도 제작》 등을 통해 원료 공급망 구축도 지원한다.

항공업계의 경영 부담 경감을 위해, SAF를 혼합급유하여 국내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에 지원 중인 ‘공항시설 사용료 감면’ 혜택을 ’27년부터는 항공사에게 직접 보조금 형태로 전환하여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모든 로드맵을 차질 없이 이행하기 위해 『SAF 얼라이언스』도 출범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SAF의 글로벌 수요가 ’25년 약 80억 리터에서 ’50년 4490억 리터까지 급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어큐멘 리서치 앤드 컨설팅(Acumen Research and Consulting)》 자료에 따르면, SAF 시장 규모는 ’22년 약 4억3060만 달러(5598억원)에서 ’32년 274억890만 달러(35조 6316억원)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정유업체들은 ‘SAF 최초 공급 타이틀’을 획득하고, SAF 상업 판매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24년 6월 일본 무역회사 마루베니를 통해 전일본항공(ANA)에 SAF를 공급하며 국내 최초 SAF 상업 판매에 성공했다. 이는 EU의 「재생에너지지침(RED)」에 따라 저탄소 바이오연료 생산과 수출에 필요한 《ISCC EU 인증》을 준수한 사례로 큰 의미를 갖는다.

에쓰오일도 국내 정유사 최초로 SAF 생산에 필요한 《ISCC 인증》을 획득해 친환경 연료 시장 진출의 문을 열었다. GS칼텍스는 대한항공과 SAF 실증 사업을 진행하며 SAF 상용화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한편, SAF 생산에는 EU의 《ISCC EU 인증》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탄소상쇄 및 감축제도에 기반한 《ISCC CORSIA 인증》의 두 가지 방식이 있다. SAF 국제인증인 《ISCC CORSIA》는 항공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SAF 생산을 인증하는 제도로, 두 인증 방식 모두 품질 차이는 없지만 각 인증이 요구하는 기준에 따라 활용 분야가 달라진다.

SAF 확산으로 기존 석유 중심의 시장 질서는 근본적으로 변화될 전망이다. SAF 밸류체인은 원료 → 생산 → 판매(유통) 단계로 전개된다.

향후 원유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 폐식용유, 초본·목질계 바이오매스, 산업 배기가스(CO, CO2, H2) 등 다원적 원료 경쟁 구도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정유사의 독점 생산 구조에서 ATJ·PTL 기반 신기술을 보유한 기술기업과 스타트업이 부상하고, 정유사와는 오프테이크와 지분투자 방식의 협력 관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EU·미국·일본·한국 등 정유사 강세 지역은 기존 정유사가 블렌딩·유통을 주도하나, 정유 생태계가 취약한 지역은 신규 업체-항공사 직거래와 유통사 중심의 글로벌 거래가 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사 외 신규 사업자의 SAF 시장 진입은 ATJ 기술을 기점으로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초기 시장은 HEFA 중심으로 정유사가 주도했으나, 원료 제약으로 인해 성장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ATJ와 PTL은 신규 원료와 차별화된 생산기술을 기반으로 확대가 가능해, 정유사 외 다양한 기업 참여가 가능한 개방형 시장으로의 전환도 예상된다.

SAF 시장 생태계 형성에는 ▶ATJ·PTL 중심의 새로운 생산기술 확보 ▶원료국 기반의 현지 생산 ▶정유사와 초기 협력 ▶원료 및 SAF 트레이딩 업체와 협력하는 모델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신규 사업자는 생산뿐 아니라 원료 확보·글로벌 유통까지 포괄하는 비즈니스 기회 선점이 가능해진다. 특히, 다양한 원료 조달망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보한 기업은 SAF 수요 확대 국면에서 시장 진입을 선점할 높은 잠재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