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전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국가기후기술정책센터가 공동주관한 『제6회 수소경제와 한국의 수소기술 심포지엄』이 11월 18일(화)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개최되었다. 수소 분야 산·학·연 전문가들이 발표자로 나선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위한 수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이행에 필요한 핵심 요소인 수소기술의 역할과 기술혁신 방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11월 1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2035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2018년 대비 53~61%로 설정하는 내용이 의결되었다. 이는 「2030 NDC」에서의 감축률인 40%보다 강화된 수치로,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력, 산업, 수송 등 다양한 부문에서 화석연료 중심의 기존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수소는 재생에너지와 수전해 기술을 이용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 없이 생산할 수 있고, 연소(소비) 과정에서도 수증기만 배출하는 대표적인 친환경 연료다. 수소 연료전지(전력), 수소 환원제철(산업), 수소차·수소선박(수송)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돼 무탄소·친환경 에너지 전환의 중심축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이번 심포지엄에는 과기정통부와 국내 수소 관련 산·학·연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해 「2035 NDC」의 원활한 이행 측면에서 수소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생산-저장-활용의 수소 전(全)주기 기술개발 방향 도출을 위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과기정통부 김성수 연구개발정책실장은 개회사를 통해 “2035 NDC 이행은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고, 기후테크 분야 기술혁신을 촉진하여 신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과기정통부는 수소기술이 그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수소 관련 핵심기술의 국산화를 위해 <국가 수소 중점연구실>을 5개소1) 지정하고, 올해부터 2029년까지 약 1190억원을 투입해 대용량 수전해 시스템 개발과 수소 생산효율 개선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 9월에는 기업·연구기관·대학교 등 93개 기관이 참여하여 수소기술 연구개발 협력을 논의하는 민·관 협의체 <청정수소 R&D혁신연합>을 출범해 운영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김성수 연구개발정책실장은 개회사에서“2035 NDC 이행은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심포지엄의 1부에는 학계·연구계 전문가들이 「2035 NDC」 관점에서 수소의 역할과 수소 분야 대내외 환경에 대해 기조 강연을 진행하고, 수소 활용 사례 및 수소 교역 확대에 따른 국제통상질서 변화를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수소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전략 자원임을 확인했다.

▶ 한국의 에너지 지형과 2035 NDC 관점에서 청정수소의 역할과 기술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강경수 수소에너지연구소장은 먼저, 80%에 육박하는 화석연료의 해외 수입 의존도, 상대적으로 낮은 재생에너지 잠재량, 전력 그리드 상황 등 국내 에너지 지형을 짚었다. 이어 ‘기후 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독일 등에서 에너지 생산의 불안정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둥켈플라우테(Dunkelflaute)’ 현상도 언급했다. ‘어두운 침체’라는 의미의 이 용어는 햇빛과 바람이 거의 없는 기후 현상을 가리킨다.

강 소장은 “수소가 탈탄소화 및 에너지자립률 향상의 마지막 퍼즐이 될 거”라며, 한국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수소에너지 비중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는 효율적인 수전해 플랜트 운영을 위해서는 비용 저감을 위한 대형화, EPC 비용 저감을 위한 모듈화, 디자인 표준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부분부하 속도 개선, 효율 향상을 위한 전력변환기, 정제기, BOP 기술개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소장은 “국내 수소산업 생태계 확보를 위해서는 국산 수전해 장치를 위한 시장 형성이 최우선 과제”이며, “지원제도는 수전해 업체 간 장치 성능 경쟁을 유도하고 운영사의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최근 세계 청정수소 생산량 (출처: IEA)

국내외 수소 시장 현황
에너지경제연구원 이호무 기후에너지정책연구본부장은 “탄소중립 에너지의 중심은 무탄소 전력”이라며, “청정수소가 무탄소 전력의 보완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자료에 따르면, ’24년 글로벌 청정수소 생산량은 80만 톤이었는데, 그 중 블루수소는 총생산량의 1% 수준이었다. 중국산 수전해 설비의 급격한 보급으로 그린수소 생산량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30년에 실현 가능한 청정수소 공급량은 1천만 톤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정수소 생산 단가가 낮은 지역은 중국, 중동, 남미 등지다. 중국산 수전해 기기의 저렴한 가격이 단가의 하락을 견인하고 있으며, 이 외에 단가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로 전력 단가, 천연가스·CCS(탄소 포집 및 저장) 비용, 전력망 사정 등이 있다.

이 본부장은 “청정수소 생산과 함께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정책 또한 필수적으로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장기공급으로 이어져야 투자가 결정되고 사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OPEN 모델과 수소 연계 분석 모델을 통한 수소설비 필요규모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김승완 교수

전력-수소 통합계획으로 살펴본 지속가능한 수소경제로의 경로
한국에너지공대 김승완 교수는 「2035 NDC」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실현된다면, 우리나라 전력 부분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화석연료 수입 비용이 대폭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재생에너지 중심의 계통운영을 위해서는 상당한 용량의 저장장치 투자가 핵심이라고 봤는데, 저장장치 투자에서도 다변화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비용-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자체개발한 OPEN(Optimal Pathway to Energy Transition for a Net-zero System) 모델과 수소 연계 분석 모델을 통한 수소설비 필요규모 분석 결과도 발표했다. 김 교수는 “배터리 저장과 수소 저장의 적절한 믹스(Storage Mix)는 총비용 절감에 기여할 것”이라며 “수전해 사이클 외에 수소 혼소/전소 터빈 활용 등까지 구축하면 장기적으로 통합계획 시 비용이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2035 NDC 이행과 에너지 통상 안보 차원에서 수소의 역할’ 패널토론

패널토론
기조강연 후 열린 패널토론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홍성준 연구전략본부장이 좌장을 맡아 《2035 NDC 이행과 에너지 통상 안보 차원에서 수소의 역할》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지속적인 국내 수소시장 성장을 위한 핵심 요소는?”이라는 질문에 이호무 본부장은 “배관 인프라 구축”을 꼽았다. 김승완 교수도 “수소 분야의 당면 과제”라는 질문에 “인프라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전략 혹은 대응 방안”으로 세 발표자 모두 “수소 역할에 대한 비전을 갖고 일관된 정책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원전 전력 연계 10MW급 저온 수전해 청정수소 플랜트』실증연구 추진일정(출처 : 한수원)

‘2035 NDC 달성을 위한 수소 전주기 기술혁신 전략’패널토론

2부에는 중점연구실 운영 출연연과 혁신 연합 참여 기업에서 수전해, 수소 연료전지, 수소저장합금 등 다양한 분야의 수소기술 R&D 성과를 소개하고 산·학·연 수소기술 전문가들이 「2035 NDC」 달성에 기여하기 위한 ‘수소 생산-저장-활용’ 분야 간 기술연계 방안과 기후테크 산업육성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먼저, 한국수력원자력 한상진 센터장은 <원자력 청정수소 기술개발 추진 현황> 발표를 통해, 원자력 청정수소(핑크수소)의 생산기술과 장점을 소개하고 그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한 센터장은 “전력 환경 변화(전력공급 분산화)에 따라 송배전망의 경쟁적·효율적 사용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전해기 부하 대응운전을 통해 전력계통 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 청정수소 공급원 확보로 탄소중립 및 에너지 안보에 기여할 수 있음을 피력했다. 이어서 ’28년 구축 예정인 『원전 전력 연계 10MW급 저온 수전해 청정수소 플랜트』 실증연구의 추진현황도 상세히 소개했다.

이어, ㈜엔포러스 안진수 대표는 <고온수전해 기술개발 현황 및 사업성 검토> 발표를 통해 자사의 SOEC(고체산화물 전기수전해) 연구개발 현황을 공유했다. 고온수전해는 높은 구동 온도의 촉매활성기포 생성에너지가 없기 때문에 생산효율이 높은 장점이 있는데, ㈜엔포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소효율성을 보유하고 있다. 안 대표는 “해당 기술은 향후 수소/산소 생산, 전력공급, 지속가능항공유(SAF)/e-Fuel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두산퓨얼셀 문상진 상무는 <수소도시에서 발전용 연료전지의 적용> 발표를 통해, 그간 국내외에서 진행해온 발전용 연료전지 설치사례를 상세히 소개했다.

수소저장/생산시스템및LNG, 원자력발전설비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원일티엔아이 이승준 전무는 <산업현장에서의 수소저장합금 기술 개발과 실증을 통한 적용 가능성> 발표를 통해 자사의 수소저장합금(Metal Hydride)의 생산과정 및 성능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와 함께 삼척 수소시범도시 인프라 기술개발 사업(H-ESS), 수소연료전지 지게차, 수소선박 등 실증 사례를 통한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끝으로, 출연연 R&D 성과 발표에서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김선동 고온수전해연구실장이 <고체산화물 수전해 청정수소 생산기술 현황>을 ▶한국재료연구원 최승목 에너지환경재료연구본부장이 <청정수소 생산을 위한 차세대 음이온교환막 수전해 기술>을 각각 공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