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전기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력 사용, 고밀도 장비 배치, 냉각설비와 같은 복합적 요소로 인해 화재 발생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데, 한 번 화재가 발생하면 장비 손상과 데이터 손실, 서비스 중단이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큰 데다 복구 또한 오래 걸린다. 본고에서는 국내외 데이터센터 화재 사례를 통해 사고 발생 요인을 다양한 측면에서 고찰하고, 건축적·설비적·운영 관리적 측면에서 실질적인 대책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지난 9월 26일 오후 8시 20분경,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본원 전산실에서 무정전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가 발생했다. 조사 결과, 사고의 원인은 부주의한 이설 공사와 허술한 배터리 관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화재는 국정자원이 5층 전산실에 있는 384개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지하실로 옮기는 작업을 하던 중 전날 저녁 8시경 전기 전원을 내리고 배터리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최초 발화됐다.

이 사고는 이설공사 중에 UPS 전원을 반드시 차단하고 작업을 진행해야 했으나, 전원을 차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케이블을 해체하다 쇼트와 단락이 발생하여 일어난 것이다. 전산실에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전산시스템 서버들이 함께 있었는데, 중요 전산 정보가 담긴 서버와 화재 우려가 있는 배터리의 간격은 60cm, 서버와 서버 사이 간격도 1.2ｍ에 불과해 피해를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서버 보호를 위해 물을 사용한 진화에 어려움을 겪어 진화 시간이 길어졌다.

이 화재로 대전 본원에 입주한 모바일 신분증·국민신문고 등 1등급 12개, 2등급 58개의 정부 서비스가 중단됐으며, 정부24 등 온라인 민원서비스와 일부 중앙부처 홈페이지에서도 장애가 발생해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데이터센터는 고밀도의 전산장비, 복잡한 전력 및 냉각설비, 다양한 배관과 케이블이 집적된 특수 구조로 인해 화재 발생 위험에 상시 노출되어 있다. 화재 발생 빈도 자체는 일반 건축물보다 낮지만, 일단 화재가 발생하면 물리적 화재피해 외에 서비스 중단, 사회적 혼란, 재정적 손실 등 그 파급력이 매우 크다. 게다가 복구 또한 장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불편을 야기한다.

최근 10년간(2014년~2023년)의 대형 데이터센터 화재 원인을 살펴보면 전기적 원인, 배터리 고장, 원인 미상, 부적절한 관리 등이다. 이는 데이터센터의 화재 안전성 확보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임을 말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화재 사례는 [표 1]과 같다.

▶전기적 고장 : 데이터센터 화재의 주원인으로 과부하된 회로, 오작동하는 장비, 결함 있는 배선 등에서 발생한다. 갑작스러운 전압 상승으로 인한 전기 서지(surge)나 전기 시스템 내 낮은 임피던스 연결로 발생하는 아크 플래시는 주변 가연성 물질을 발화시켜 화재가 발생한다.

▶리튬이온 배터리 고장 : UPS 및 분산전원시스템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기적 원인, 물리적 충격 등으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 열폭주(Thermal runaway)로 인해 화재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과열 : 고밀도 서버 랙이 냉각 용량을 초과하여 작동할 때 발생하는 과열은 주요 발화 요인이다. 특히 AI/머신러닝 워크로드로 인해 전력 밀도가 높아지면서 서버 랙 내부 온도가 26.7℃(80℉)를 초과하는 경우 발화 위험이 증가한다.

▶부적절한 유지보수 : 서버, 전원공급장치, 냉각시스템 등 주요 구성 요소에 대한 정기적인 청소 및 유지보수 부족 또한 과열 및 화재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전도성 먼지가 쌓이면 단락이나 과열에 따른 화재 위험이 있으며, 노후화된 소방 시스템의 관리 미흡도 화재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인적 오류 : 리튬이온 배터리 설치, 냉난방공조(HAVC) 시스템 유지보수, 일상적인 운영 절차 중 발생하는 실수도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9월 발생한 국정자원 전산실의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원인도 부주의한 이설 공사와 허술한 배터리 관리로 인한 인재였다.

데이터센터의 화재 안전은 예방, 조기 감지, 효과적인 진압이라는 다층적인 접근방식을 통해 달성된다. 화재 예방을 위해서는 설계 및 운영 전략의 조합을 통해 화재 발생 위험을 최소화하고, 발생 시 확산을 제한하는 것이 중요하다. 데이터센터 화재 예방을 위한 건축·설비적, 운영·관리적 대책은 다음과 같다.

1) 건축적 대책 : 데이터센터는 화재 확산을 방지하고 피난 통로의 안전성 확보 및 소화 활동을 용이하게 하는 건축적 구조를 갖춰야 한다. 건물 내부에 면적별 방화 구획을 위해 방화벽, 방화문 등을 설치함으로써 다른 구역으로의 화재 확대를 방지한다. 특히 전산실과 사무실, 전기실 등은 별도의 방화 구획으로 분리해야 한다. 또 건물의 주요 구조부(기둥, 보, 벽 등)를 일정 시간 이상 화재에 견딜 수 있는 내화 구조로 시공하여, 화재 시 건물의 붕괴를 지연시켜 소화 활동 및 인명 대피 시간을 확보한다. 케이블이 방화벽을 통과하는 부분은 내화 채움 구조로 시공하여 화재 시 연기나 불꽃이 확대되는 것을 방지한다. 공조배관 및 덕트의 단열재는 불연재료인 유리섬유, 미네랄 등을 사용하여 시공한다.

2) 소방시설 방안 : 화재 발생 시 신속하게 이를 감지하고 진압할 수 있는 소방시설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데이터센터에는 자동화재탐지기 중 민감도가 높은‘조기경보 화재감지장치(Very Early Warning Fire Detection)’를 설치하여 초기 화재를 빠르게 감지해야 한다. 미국의 재보험사인 FM Global에서는‘공기흡입형 감지기’와‘아날로그 광전식 스포트형 감지기’의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고가의 전산 장비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물을 사용하지 않는 가스계 소화설비(CO₂, 할로겐화합물, 불활성기체 등)를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소화약제는 장비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산소 농도를 낮춰 화재를 제어 또는 소화한다. 하지만 가스계 소화설비는 방호구역의 밀폐도가 검증되지 않을 경우 소화약제 누출에 따른 소화 실패 위험이 따른다. 때문에 주기적으로 방호구역에 대한 건전성 시험(Enclosure Integrity Test)을 해야 한다. 이밖에, 정전 시에도 소방시설이 정상 작동하도록 비상전원을 갖추고, 대피 경로를 밝히는 비상조명등을 설치해야 한다.

1) 전산실 공간 : 전산실 및 HVAC 공기순환 시스템 내부에는 공기흡입형 감지기 또는 고감도 광전식 스포트형 연기감지기를 설치해야 한다. 강화된 감지 수준이 요구되는 경우, 장비 랙이나 장비 케비넷 내부에 감지기의 설치가 요구된다. 또 전산실 공간을 방호하기 위해 전산실을 포함한 데이터센터 전체에 습식 또는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 설비(더블 인터락 방식 제외) 등 자동식 소화설비를 설치한다.

2) 컨테인먼트 시스템 : 컨테인먼트 시스템은 불연재료로 설치해야 하며, 밀폐형 반자가 설치된 경우에는 가스계 소화설비 분사 헤드 또는 조기반응형 스프링클러 헤드를 설치해야 한다.

3) 높임 바닥 및 반자 상부 : 케이블이 설치된 높임 바닥과 반자 상부 공간에는 공기흡입형 감지기 또는 고감도 광전식 스포트형 연기감지기를 설치해야 하며, 케이블이 가연성인 경우 스프링클러 설비 등 자동소화설비를 설치해야 한다.

4) 서버 캐비닛 및 서버랙 : 서버 캐비닛 및 서버 랙은 불연재료로 설치되어야 하며, 서버 랙 또는 컨테인먼트 시스템에 사용되는 블랭킹 패널(blanking plates)은 금속 또는 불연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1) 온도 제어 : 서버 장비는 과도한 열에 노출되면 부품의 노화가 빨라지고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항온항습기를 이용하여 서버실 내부 온도(20~24℃)와 습도(40~60%)를 일정 범위로 유지하고, 정기적인 점검을 통해 냉각 기능이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2) 비상대응 : 화재 감지 시 초기 진압(소화기 사용), 비상 연락망 가동(소방서 및 관계자 통보), 전원 차단 등 단계별 대응 절차를 명확히 수립해야 한다. 화재 경보 시에는 안전한 대피 경로를 숙지하고, 실제 상황처럼 정기적인 소방 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또 정전 상황에 대비하여 무정전전원장치(UPS)와 비상 발전기를 유지관리해야 한다.

3) 유지관리 : 데이터센터 화재의 주원인인 전기적 결함(전선 피복 손상, 과부하, 누전 등) 확인을 위해 전기설비에 대한 정기적인 점검을 해야 한다. 또 열화상 카메라 등을 활용하여 발열이 예상되는 부위의 측정을 통해 화재 원인을 사전에 차단한다. 서버실 내부의 먼지는 정전기를 유발하거나 장비의 냉각을 방해하여 화재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주기적인 청소를 통해 먼지를 제거하고, 종이나 박스 등 가연성 물질을 서버실에 보관하지 않도록 관리한다. 그리고 인가된 인원만 서버실에 출입하도록 철저히 통제하고, 출입 기록을 남겨 비인가자의 접근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