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전기

9월 20일부터 태양광 모듈의 KS인증이 「양면형 명판 방사조도 조건(BNPI)」을 기준으로 삼으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단순 제품인증을 넘어 발전소 가동에 필요한 사용전검사에까지 이 기준이 적용되면서 발전업·제조업·개발업 모두에 경제적 손실과 행정적 혼선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BNPI 제도’가 무엇인지, 향후 태양광 모듈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그리고 발전사업자가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알아본다.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늘어나면서 최근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 ‘계통 안정화’와 ‘발전량 예측’이다. 태양광발전소 운영의 핵심 또한 마찬가지로 예측 가능한 발전량과 안정적인 계통 운영에 있다. 그러나 기존의 STC(Standard Test Condition) 기준은 단면 모듈을 전제로 만들어진 탓에, 최근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양면형 모듈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기존 단면형(Mono-facial) 태양광 패널은 모듈 전면의 셀에 태양빛이 닿을 때만 발전이 이루어지고, 후면은 막혀 있어 빛을 활용하지 못하는 구조이다. 반면, 양면형(Bi-facial) 태양광 패널은 앞면은 직접적인 햇빛을 활용하고, 후면은 지면이나 건물에서 반사된 빛을 이용해 추가로 전력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라 단면형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 설치 효율 극대화 : 같은 부지에서 더 높은 발전량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도심 건물 옥상이나 부지 제약이 있는 장소에서는 공간 활용 효율성이 뛰어나다.

▶ 장기적 수익성 개선 : 양면형 패널을 통해 얻는 추가 발전량은 곧바로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REC1)와 SMP2) 판매 수익이 증가하면 투자 회수 기간이 단축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경제성도 향상될 수 있다.

양면형 태양광 패널은 양면에서 태양광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하는 몇 가지 핵심 부품으로 구성된다. 패널의 앞면은 일반적으로 투명도가 높은 유리로 만들어져, 태양광이 통과하여 태양 전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한다. 패널 뒷면에도 지면이나 주변 표면에서 반사되는 태양광을 흡수하도록 설계된 태양 전지가 장착되어 있다. 이러한 양면형 태양광 패널은 견고한 프레임과 장착 시스템으로 지지되며, 다양한 방향으로 설치하여 태양광 흡수를 극대화할 수 있다.

양면형 패널의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은 직사광선과 반사광 모두에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기존 단면형 패널보다 더 높은 에너지 생산량을 달성할 수 있으며, 특히 눈 덮인 땅이나 밝은 색상의 표면과 같이 반사율이 높은 환경에서 더욱 효과적이다. 또한 온도 계수가 낮아 더운 기후에서도 단면 패널보다 더 높은 효율을 유지할 수 있으며, 내구성과 내후성이 뛰어나 다양한 환경 조건에 적합하다.

양면형 패널의 주요 장점 중 하나는 높은 에너지 생산량으로, 발전량을 늘리고 태양광 발전시스템의 투자수익률(ROI)을 향상시킬 수 있다. 양면 패널은 수직 또는 수평 방향으로 설치하거나 추적 시스템에 설치하여 하루종일 햇빛 노출을 최적화할 수 있어 설계 유연성도 뛰어나다. 게다가 양면 패널의 낮은 온도 계수는 특히 주변 온도가 높은 지역에서 더욱 안정적이고 일관된 에너지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양면형 태양전지의 후면이 발전량에 가져오는 효과는 독일 프랑호퍼연구소의 감수 하에 일반적인 지붕 구조를 가진 건물의 옥상에서 장기간 실험 관측된 바 있다. ‘후면효과’란 발전량을 태양전지 패널 표면의 정격치로 나눈 값(kWh/kWp)의 일반적인 단면형 패널의 발전량과 양면형 패널의 발전량의 차이를 나타낸 것이다. 독일 가이렌키르헨(Geilenkirchen)에서 계측한 양면형 패널의 후면효과는 연간 평균 +23%를 기록했다.

기술적 장점 외에 환경적 이점도 있다. 양면 패널은 동일한 면적에서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추가 공간 없이도 태양광 발전 용량을 확장할 수 있다. 이는 특히 도시 지역이나 이용 가능한 토지가 제한된 지역에서 유용하다. 또 양면 패널을 사용하면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의 전체 균등화발전비용(LCOE)을 낮춰, 재생에너지가 기존 화석 연료 에너지원보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KS 제·개정 전담기관인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24년 9월, 결정질 실리콘 태양광 모듈의 KS표준(KS C 8561)을 양면형의 경우 기존 STC뿐 아니라 BNPI(Bifacial Name Plate Irradiance) 조건에서 설비를 시험하고 값을 표시하도록 개정했다.

기존 검사에는 단면형 모듈의 표준시험조건(STC)만 사용됐지만, 현재 시중에 유통 중인 모듈 다수가 양면형인 데다 설치 범위도 일반 토지에서 수상 등으로 확대되었기에, 더욱 높은 내구성을 기준에 반영하기 위해 개정을 추진한 것이다. 이후 1년간의 유예기간을 지나 ’25년 9월 20일부터 해당 법안이 본격 적용되었다.

STC는 태양광 모듈의 기본 성능을 특정하는 기준으로, 지금까지 국내외 모듈 인증, 발전소 허가, REC 발급 기본 지표로 사용되어왔다. 전면 일사량 1000W/㎡, 모듈 온도 25℃, 태양광 스펙트럼 1.5AM이라는 조건에서 시험을 진행한다. 그러나 패널 전면에서만 빛을 받는 조건에서 시험하며, 후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BNPI는 국제표준(IEC)에서 정한 양면형 모듈 성능 측정 조건으로, 전면 1000W/㎡ + 후면 135W/㎡ 조건에서 양면 모듈의 정격출력을 측정한다. 해당 기준을 따르게 되면, 양면형 패널이 실제 설치 환경에서 낼 수 있는 발전량을 더 현실적으로 반영하여 STC 방식보다 5~10% 더 높은 출력값이 산출될 수 있다.

즉, 기존 STC 기준으로 100kW 발전소 허가를 받았다면, 동일한 패널이라도 BNPI 기준으로는 110~115kW로 계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허가받은 용량을 초과한 것으로 간주되어 발전소를 재설계하거나 일부를 철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용량 감소는 발전소 수익성 저하, 투자 회수 기간 증가, 금융기관 대출 한도 축소, REC 가중치 및 RPS 의무공급량 산정 과정에서의 혼선 등 여러 경제적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리하자면, 기존의 제도는 패널 앞면 기준 조건만 반영하기 때문에, 실제 현장에서 양면형 패널이 추가로 발전하는 효과를 잡아내는데 한계가 있다. 그 결과, 서류상 발전소 용량(허가 용량)과 실제 발전량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 발전량이 허가 용량을 초과할 경우, 전력계통에 과잉 공급이 발생하거나 계통 설비가 감당할 수 있는 용량을 넘어서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계통(전력망) 여유가 부족한 상황에서 발전소가 예상보다 많은 전력을 생산하게 되면 출력제어가 빈번해지고, 이는 전력망 전체의 안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가 BNPI 제도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이러한 문제를 줄이기 위해, 허가 단계부터 실제 발전량에 가까운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의미이다.

해당 제도가 실행되기 전, 기존의 발전사업자들은 새로운 기준으로 인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손실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 허가 용량을 맞추려면 모듈 수를 줄이거나 설계를 재조정해야 하며, 발전량 증가로 인해 전류량과 최대전력점이 변동될 수 있어 인버터와 케이블, 차단기 등 전기적 보호장치도 재설계해야 하고, 결국 공사 일정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와 달리, 양면형 태양광 모듈이 ’25년 9월 20일 이전에 생산된 경우에는 기존의 계약전력 결정 기준이 적용된다. 즉, 소급 적용 문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현재 양면형 모듈의 평균 50%가 계약전력 초과 발전 중인 점을 감안하여, 계통 운영 안정성을 위해 초과 발전 시 제재 기준이 신설되었다. 이에 따라, 계약전력보다 초과 발전하여 한전에서 시정을 요구했을 때 정당한 사유 없이 1개월 이내에 시정하지 않는 경우에는 ‘이용중지’ 또는 ‘이용제한’이 시행된다.

신규 사업자의 경우는 다르다. 앞서 언급했듯, BNPI 기준 적용 시 STC 기준보다 발전량 출력이 평균 5~10% 높게 잡힌다. 선로 용량이 충분하다면 기존 대비 계약 전략이 5~10% 높아지는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지는 점이 없다. 그러나 선로 용량이 부족한 경우에는 부지 면적이나 모듈 종류 등이 동일하다는 조건에서도 모듈 설치 수가 줄어들게 될 수도 있다. 이로 인해 REC 가중치 감소, 발전량 감소, 대출 한도 축소 등을 야기하여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

개정 전의 계약전력 결정 기준은 (단면형 태양광 패널 출력 x 패널 수)였다. 그러나 신규 발전사업자는 앞으로 (양면형 태양광 패널 정격출력(BNPI) x 패널 수)로 계약이 정해진다. 그러나 실제 발전량만큼 전력을 판매하면 되는 데다 REC 가중치도 동일하기 때문에 수익 면에서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거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다만, 선로 용량이 부족한 경우 설치 가능한 모듈 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신규 발전사업자들은 기존 대비 선로 용량 확보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양면형 태양광 패널은 높은 에너지 수율, 설계 유연성, 그리고 환경적 이점을 제공하는 태양광 분야의 유망한 혁신이다. 국제적으로도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을 중심으로 BNPI와 유사한 개념이 확산되고 있어, 국내 업계도 후면 투광성 개선, 셀 구조 혁신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BNPI는 양면형 모듈 시대의 필수 업그레이드이며, 결국에는 태양광 산업의 투명성과 효율성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