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부터 연일 초여름 날씨가 이어져 냉방용 전력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올여름 전력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지난해에 비해 올여름 전력 수요가 480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전력 공급 능력은 일부 원전의 가동 중단과 보령화력발전소 화재 피해로 말미암아 지난해에 비해 90만㎾ 정도 늘어나는 것에 불과하다.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400만㎾의 예비전력이 필요한데, 5월 초부터 예비전력은 422만㎾까지 하락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본격적인 여름철 예비전력 400만㎾ 확보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가 예년보다 이른 5월 16일 '하계전력 수급상황과 대책'을 설명하며 국민에게 여름철 전기 절약에 적극 참여해 줄 것을 호소한 이유다.
올여름 빨간불이 켜진 전력 수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공급 능력을 키워야 하지만, 발전 설비 등을 건설하려면 최소 5년 이상 걸리기에 불가능한 일이다. 정부가 5월 중순부터 국민에게 여름철 절전을 호소한 것은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게 흐르기 때문이다. 통상 예비전력을 400만㎾ 확보해야 만일의 사태, 즉 원전이 갑자기 멈추는 유사시에 대비할 수 있다. 그런데 현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면 예비전력은 150만㎾로 하락한다. 정부는 올여름 전력 부족 사태에 대비해 비상한 관심으로 약간 여유를 두어 예비전력 500만㎾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예비전력 500만㎾를 사수하기 위한 정부 전략은 무엇일까.
하계휴가 분산 등 400만㎾ 확보 | 정부는 8월 첫째주에 집중하는 산업계 하계휴가를 2∼4주로 분산해 7월 말, 8월 초 피크기에 200만㎾를 확보하기로 했 다. 그리고 민간 자가 발전기를 동원해 100만㎾ 공급을 늘리기로 했다. 예를 들어, 포스코 같은 곳에 설치한 30만㎾ 자체 발전기를 유사시 전체 공급 능력에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하루 중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오후 2시부터 5시를 피해 조업하도록 해서 피크 시간대 100만㎾를 확보하기로 했다. 즉, 하계휴가 분산 200만㎾, 민간 자가 발전기동원 100만㎾, 조업 조정 100만㎾ 이렇게 확보한 400㎾에다 이미 확보한 150만㎾를 합해 500만㎾ 정도 예비전력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현재 휴가 분산이나 조업 조정은 대부분의 해당 기업과 협조를 마쳤기에 100% 실행률을 자신했다. 여기에 덤으로 전 국민 에너지 절약 운동을 통해 100만㎾를 더 확보하기로 했는데, 이것은 예비전력확보 숫자에 포함하지 않았다. 예비전력 400만㎾ 이하, 전압 조정 | 정부는 하계휴가 분산 등을 통한 예비전력 확보 전략에도 400만㎾ 이하로 내려가면 '전압 조정'으로 100만㎾를 확보하기로 했다. 전압 조정이란 보통 전기를 220V로 가정이나 공장에 보내는데, 그 품질을 2.5%만큼 낮추는 것이다. 다만, 전기 품질이 낮아지면 문제가 발생하는 반도체 업계 등에 보내는 전기는 예외로 했다. 이러한 조치에도 300만㎾ 이하로 내려가면, 추가로 2.5% 전압을 조정해 40만㎾를 확보하기로 했다. 예비전력 100만㎾ 이하, 계획 단전 | 예비전력이 300만㎾ 이하일 때, 한전과 사전에 계약한 200개 기업체 공장을 대상으로 한전 본사에서 사전 통보한 후 전력 공급을 차단해 100만㎾를 확보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200만㎾ 이하로 내려가면 약정한 20개 대규모 업체의 전력 공급을 차단해 100만㎾를 확보하기로 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100만㎾ 이하로 예비전력이 내려가면, 지난해 9 · 15 순환 정전 때와 마찬가지로 '계획단전'에 들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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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 예비전력을 확보한 상태에서 계획 단전에 이르기까지 약 900만㎾ 정도 차이가 있다. 900만㎾는 원전 6기가 가동을 멈췄을 때에 해당한다. 즉, 정부가 발표한 하계 전력 수급 전략대로라면 계획 단전은 발생하기 어려울 듯하다. 문제는 매년 여름철과 겨울철마다 반복하는 전력난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액은 무려 137조 원에 이르며, 지난 20년간 1인당 전력 소비는 4배 늘어났다. 1차 에너지보다 2차 에너지인 전기에너지가 훨씬 저렴한 기형적 구조에서 정부와 정치권은 전기요금 인상 문제만 나오면, 에너지 빈곤층 얘기를 꺼낸다. 한전에서 발표한 통계자료를 보면, 전체 전기 소비 중 가정용이 20% 정도를 차지하며, 한 달 7,000원 이하의 전기요금을 내는 가구가 약 300만이다. 이들 가구를 에너지 빈곤층으로 추정한다면, 에너지 빈곤층 때문에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못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더욱이 핵가족 사회에서 가정에 남은 한두 명의 노약자나 가정주부가 펑펑 냉난방하며 지내는 일은 드물다. 이제는 전기에너지 소비의 약 80%를 차지하는 산업체와 일반 건물을 대상으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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