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그리드의 핵심인 분산형 발전 능력은 앞으로 꾸준히 성장해 6년 후면 지금보다 5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마이크로그리드가 구축, 보편화 되면 개인 발전소도 가능해지며 수백㎾의 소규모 발전소 및 분산 전원도 전력 계통에 연계해 전력 수급의 안정화 및 유연성을 갖게 될 것이다. 한 블록 지나면 또 나타나는 편의점처럼 곳곳에 크고 작은, 그리고 다양한 에너지원의 발전소를 만나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정리 박지혜 기자
마이크로그리드 Microgrid
기존의 광역 전력 시스템으로부터 독립된 분산 전원을 중심으로 한 국소의 전력 공급 시스템. 기존 전력 시스템과 상호 보완적인 운용도 가능하다. 기존의 전력 시스템은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Top down 방식의 일방적 구성이라면 마이크로그리드는 쌍방향 송배전을 바탕으로 다수의 프로슈머가 전력 생산에 참여한다. 안정적인 전기 공급 및 신재생에너지의 효율적인 이용도 기대된다.
전세계 마이크로그리드의 분산형 발전 능력은 2012년 764㎿에서 2018년에는 4000㎿으로 증가해 향후 6년간 5배 이상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청정 에너지 및 스마트 전력 관련조사 · 연구 기관인 미국 파이크 리서치의 조사 결과다. 파이크 리서치의 분석가 Peter Asmus 씨는 "마이크로그리드를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분산전원으로 다양한 종류의 분산형 발전 즉, 열병합발전, 태양열전지, 풍력발전, 연료전지가 전 세계에 구축되고 있으며 태양열전지는 지난 3년간 75% 성장했다"고 언급했다. Asmus 씨는 "특히 신재생에너지원의 활발한 보급이 마이크로그리드 발전을 가속화하는 데 큰 몫을 담당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분산형 발전의 대다수는 주로 화석연료를 이용한 시스템 형태를 취하지만 최근 글로벌 시장의 천연가스 및 태양광발전 패널의 대폭적인 가격 하락으로 열병합발전과 태양광발전 시스템이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분산형 발전 다음으로 마이크로그리드를 실현하는 중요 기술 요소는 스마트 단독 운전 인버터(Smart Islanding Inverters), 에너지 저장 기술, 스마트 미터와 스마트 스위치, 자동 수요반응, 전기 자동차 충전 등이다. 인버터의 단독 운전 기술이 없다면 마이크로그리드라는 신 시장의 성장 또한 기대할 수 없다. 단독 운전 인버터는 현재 전체 인버터시장의 5% 이하에 불과하지만 향후 6년간 분산형 재생에너지 발전과 열병합발전, 연료전지, 에너지저장 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단독 운전 기능은 머지않아 인버터의 표준 옵션으로 채택될 것이라고 파이크 리서치측은 분석했다.
마이크로그리드 당위성과 적용 추세 과거 '클수록 좋다'는 규모 지향의 패러다임이 차츰 변화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정전 발생 횟수가 증가하면서 대용량의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기 하나가 멈춤으로써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을 국민들은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런 배경에서 시설투자가 적고 유연한 전력 공급을 가능케 하는 마이크로그리드에 관심을 갖는 것도 당연하다. Asmus씨의 말을 들어보자. "수용가에 1㎿를 공급하기 위해 2.2㎿ 발전 용량이 필요한 Top down 방식의 일방적인 전력 시스템은 더 이상 우리에게 도전 과제를 던져주지 못한다. 현재의 전력망과 마찬가지로 마이크로그리드 또한 발전 설비와 배전선, 전압 조정 장치가 있다. 그러나 소규모이고 전력 부하가 발생하는 곳 근처에서 발전이 이뤄져 송전선 손실이 적으며 송전 인프라의 필요성도 적다."
파이크 리서치Pike Research는 스마트 에너지 · 설비 · 교통 · 산업 · 건물 등 전 세계 청정 에너지 및 관련 기술 시장 조사와 분석, 보고서 발표를 하며 컨설팅과 고객 리서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연구 조사 기관이다. 최근에는 마이크로그리드, 풍력발전 분석, 가상발전소, 청정 에너지 트렌드 등 주제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소비자들은 분산형 발전, 수요반응, 에너지 저장 및 전기 자동차 등에 긍정적인 관심을 보이며 이러한 기술과 시장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됐다는 것이 파이크 리서치 측의 분석이다. 마이크로그리드가 요구하는 전력망 문제는 새로운 스마트 기술로 해결 가능하며 이렇게 되면 언제나 어느 지역에서나 '플러그 인'만 하면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은 올해 마이크로그리드 관련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해 앞으로 관련 기술 개발 및 적용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번 법 제정 준비는 지난해 미국에 정전이 많이 발생한 것에 따른 것이다. 'Bright Island'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덴마크 본홀름Bornholm섬은 아주 적극적으로 마이크로그리드와 가상발전소(VPP)를 실현해 가고 있다. 전 세계 진보된 스마트 그리드를 구축한 사례로 손꼽힌다. 본홀름섬 마이크로그리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DONG에너지는 섬의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25년까지 76%로 높일 계획이다. 기존 풍력발전은 30㎿이며 여기에 신규 풍력발전 90㎿를 더 추가할 예정이며 태양광발전 5㎿, 바이오 가스 2㎿를 추가할 방침이다.
이처럼 신재생에너지 규모를 키움과 동시에 발전량이 일정치 않은 안정성 문제를 해결하고자 DONG에너지는 가상발전소를 운영한다. 가상발전기를 이용하면 신재생에너지 설비와 10㎿ 이하 소규모 발전소, 에너지 저장 장치 등 다수 분산 전원을 하나로 묶어 대형 중앙발전소처럼 전력 계통에 연동하며 중앙발전기처럼 계획 발전량과 예비력 등을 가시화, 일괄 제어할 수 있다. 발전소를 건설하는 거액의 투자 없이 추가 전력 공급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가 환경 요인으로 발전하지 못하면 에너지 저장 장치와 수요시장에서 해당 전력량을 확보하는 식의 대체 운영도 가능하다. 바로 쌍방향 전력 그리드다. 그러나 현재는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지 않으면 전력 계통 불안 요인으로 탈바꿈하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전력 계통에 연동하지 않으며 전력 예비력으로 두지 않는다.
전 세계 마이크로그리드 선구자 중 하나인 도시바는 마이크로그리드 컨트롤러(MEMS), 단독 운전인버터, 그리고 에너지 저장 기술을 공급하고 있다. 이 세 가지는 마이크로그리드 실현을 위한 핵심 기술이기도 하다. 일본 미야코 섬에 마이크로그리드 실증 사이트를 구축했으며 총 용량은 4㎿로, 태양광발전, 소형 풍력발전, 천연가스 터빈 설비를 구축, 총 전력 부하는 50㎿이다.
표준화 및 통합 정보처리 솔루션 필요 "마이크로그리드가 적용되면 정전이 일어난 줄도 모르고 지나칠 것이다. 정전 발생 시 마이크로그리드를 통해 바로 단독 운전이 가능한 때문이다. 마이크로그리드는 전력망의 합리적인 혁명이다. 복잡한 DG/DR을 관리하는 플랫폼이며 규정되지 않은 전력공급원에 따른 차별화된 전력 품질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기술 변화에 앞서 나가는 기회다." Asmus 씨는 마이크로그리드가 관련 시장에 많은 기회를 부여한다고 역설한다. 마이크로그리드 시스템이 주 그리드에 연결된 것인지 또는 단독인지, 교류(AC)를 이용하는지 또는 직류(DC)인지 등의 마이크로그리드 요소 기술 특징에 따라 시장의 성장도 각기 다를 것이다. 가상발전소가 사업모델로 정착하면 소규모 발전사업자는 물론이고 일반 소비자도 전력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시장구조가 갖춰질 뿐만 아니라 전력 예비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
그런데 마이크로그리드 시장 확장을 위해서는 몇가지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국제전기위원회에서 표준 마련에 5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이 소요될 정도로 전력 장치 산업의 보수성에 맞서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마이크로그리드의 비즈니스 모델의 부족, 제어 기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리드 운영 관리측면에서 가상발전기 제어 권한과 범위는 민감한 문제다. 여러 전원이 통합한 만큼 분산 전원끼리의 형평성을 고려해 전원별 공정한 경제적 보상이 주어지도록 계약 관계 · 규제 · 인센티브 제도를 검토해야 한다. 배전망에 연결된 분산 전원 특성상 전압 제어 · 상태추정 · 고도화된 모니터링 툴은 필수다. 앞으로 셀 수 없이 많아질 분산 전원 현황 정보를 실시간 수집하고 분석하는 기술이 가능할 때 이뤄질 수 있는 이야기다.
마이크로그리드의 봄은 오는가 글로벌 전문가의 일문일답
송일근…대안은 신재생에너지, 마이크로그리드 더 빨리 확장될 수도 Jeff Lee…세계는 지금 새로운 방식의 효율적인 에너지사용을 원한다 Peter Asmus…대상지역에 교육과 홍보활동도 중요
Q. 마이크로그리드, 실제 구현 가능한가? 송일근(한전 전력연구원 송배전연구소 처장): 시장이 생각보다 더 빨리 올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첫째, 전 세계의 화두이기 때문이다. 둘째, 에너지 믹싱이 현재 흐름이고, 원전 사업 논란 및 취소가 일어나는 현 시점에서 그 대안으로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밖에 없다. 그러니 마이크로그리드 시장은 우리 생각보다 더 앞당겨질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마이크로그리드 관련 기술이 실증 진행 중이다. 단일안 나오면 보급은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Jeff Lee(IBM): 소비자 수요가 중요해지고 있다. 아랍의 봄은 대중의 희망이 있었기에 가능했듯, 소비자는 국제 핵 위기 이슈도 있고 해서 에너지 자립을 원하고 있다. 지금보다 에너지 비용이 더 증가하면 마이크로그리드에 대한 욕구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지금 전 세계는 탄소세 시행 등 문화가 변화하고 있으며 새로운 방식의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을 원한다. Peter Asmus(Pike Research 분석가): 샌프란시스코 북부 스마트그리드 실증 프로젝트를 준비할 때 지역민들이 트럭으로 막을 정도로 거부감이 강했다. 기존 지역이나 건물에 마이크로그리드를 적용하려면 지역민들 대상으로 교육과 홍보가 절실하다. 그리고 지역 차도 있을 것이다. 마이크로그리드가 스마트그리드보다 더 선호되며 마이크로그리드와 스마트그리드를 연결하기 위해선 기술자들이 잘 소통해야 할 것이다.
Q. 마이크로그리드 기술, 실현할 준비됐나? 송일근, Jeff Lee, Peter Asmus: 준비 완료됐다.
Q. 준비됐으면서 왜 적용 안 하나? 송일근: 제도와 시장에서 준비가 안 됐다. Jeff Lee: 현재까지의 기술은 바로 사용 가능할 정도로 준비돼 있다. 그러나 기술 적용의 초기 단계이며 신개척이라는 점에서 급속하게 움직여지지 않는 것 같다. 시장을 처음 구축하는 단계라 시간이 좀 걸린다. Peter Asmus: 어떤 분야건 기술은 정책보다 빠르게 진행한다. 현실화를 위한 인센티브나 파이낸싱이 없기에 진행되지 않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 지멘스의 경우 해양 풍력발전 터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이 없고 투자가 없으니 규제에 신중하고 느리게 움직인다.
Q. 장애는 무엇일까? Jeff Lee: 대체로 에너지 원가가 소비자에게 적절하지 않다. 무상 지원이나 정부 보조금 지원이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일본과 한국에는 차이가 있다. Peter Asmus: 풍력발전 도입 초기에는 블레이드 고장으로 사상자도 있었다. 여전히 회의론자도 많다. 신규 기술과 시장에 대한 두려움은 많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고장 날 것 같아서'다. 그런데 사용해 보고 좋으면 그때부터 확대되는 것이다. 텍사스 풍력발전 도입 초기에는 터빈 문제가 있었으나 지금은 해결됐으며 에너지 비용이 낮아져서 좋아한다. 분명 이 새로운 인프라에 대한 니즈가 있다는 게 중요하다. 마이크로그리드는 에너지 빈곤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에너지 후진국이나 경제 성장을 원하는 개도국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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