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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경부는 1월 14일부터 평균 4.0%의 전기요금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원가 이하의 낮은 전기요금으로 전력 소비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전기요금의 가격 기능 강화를 통해 수요 관리가 절실하다는 게 인상 이유다. 이에 경제 단체들과 화훼업계, 학교 등 전기가 생산과 직결되거나 운영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분야 종사자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어났다. 지난해 말 지경부가 '내달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한 후 갑작스럽게 이뤄진 데다 2011년 8월부터 1년간 이미 세 차례 전기요금을 인상한 뒤라 더욱 원성이 높다.
정리 박지혜 기자
지식경제부는 한국전력공사가 1월 8일 제출한 전기 공급 약관 변경안을 인가해 1월 14일부터 전기요금을 평균 4.0% 인상한다고 밝혔다.
인상된 전기요금은 서민 · 자영업자 · 중소기업을 배려한 종별 차등 조정이라고 밝혔다. 주택용은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해 평균 이하인 2% 올렸으며, 전력 소비가 많은 산업용과 일반용 고압 요금은 각각 4.4%, 6.3%로 평균 이상 인상하되 중소기업과 중소상인 보호를 위해 저압 요금은 각각 3.5%, 2.7%로 평균 이하로 인상했다. 교육용과 농사용 요금은 각각 3.5%, 3%로 평균 이하로 올렸다. 공공 부문에서 부담하는 가로등 및 원가 보상률이 낮은 심야는 평균 이상 인상했다.
그동안 한시적으로 운영하던 '지식서비스산업'특례요금표는 현재 요금 수준을 고려해, 일반용의 3% 할인규정으로 변경했다. 또한 합리적인 전력 사용 패턴을 유도하기 위해, 현재 일반용 · 산업용 계약 전력 300㎾이상에 적용 중인 수요 관리형 요금제(계절별 · 시간대별 차등 요금제) 적용 대상을 일반용 · 산업용 고압 사용자 전체를 대상으로 확대 적용키로 했다.
한편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장애인 등 사회적 배려 계층의 전기요금 할인은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220만 호, 연간 2720억 원). 아울러 지난해 12월 종료된 전통시장 전기요금 할인 제도(5.9%)를 올해 12월까지 1년 연장 조치해 중소상인 부담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전통시장 전기요금 할인은 2만 3000호 대상 할인액 25억 원이다.
지경부는 향후 제조업, 서비스업 간 융합화 등 산업환경의 변화와 용도별 소비자 간 형평성 등을 고려해 원가에 기반한 '전압별 요금 체계'로 개선해 나갈 예정이며 향후 요금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전에 강도 높은 경영 합리화 노력을 요구하기로 했다.
지경부는 전기요금 조정과 제도 개선을 통해 향후 전력 피크 감축 효과가 약 75만㎾(요금 조정: 60만㎾감축, 시간대별 차등 요금 확대: 약 15만㎾ 감축)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부담 증가는 도시 가구는 월평균 930원(4만 6600원→4만 7500원), 산업체는 월평균 27만 원(611만 원→638만 원)으로 전망했다. 향후 연간 전력 소비량 1.0%(연간 48억㎾h) 감소를 예상하며 소비자 물가 +0.042%p, 생산자 물가 +0.105%p, 제조 원가는 대기업 +0.054%, 중소기업 +0.050%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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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단체들, 화훼업계 등 반발 거세
이번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은 갑작스러운 데다 2011년 8월 4.9％, 12월 4.5％, 지난해 8월 4.9％ 인상으로 이미 1년간 세 차례 전기요금을 인상한 뒤라 반발이 거세다. 지난해 말 지경부가 '내달 전기요금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한 바 있기에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전기요금이 운영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학교, IT업계, 제조업 등에서는 불어나는 전기요금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대한상공회의소 등 14개 경제 단체는 전기요금 인상 소식이 들리자 거센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한전 측의 '산업용 요금 인상으로 전기사용량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은 실효성이 불분명하다는 입장을 제기했다. 대한상의가 기업들에게 '산업용 요금을 인상할 경우 에너지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기업의 58.0%가 '생산 · 판매 등에 꼭 필요한 만큼 쓰고 있어 더 줄일 수 없다'고 답했고 39.0%는 '어쩔 수 없이 줄이겠지만 인상폭만큼 줄일 수는 없다'고 답했다. '전기료를 올리는 만큼 에너지사용을 줄이게 될 것'이라는 응답은 3.0%에 불과했다.
경제 단체는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건의문을 전기요금 인상 공식 발표 전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등에 제출했다. 경제 단체는 "전기요금 인상이 불황으로 고통 받는 기업들에게 이중고가 될 수 있다"며 "원가 부담 상승과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며 산업계 전기요금의 대폭 인상을 지양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 건의문에 따르면, 철강산업은 제조 원가(원재료 제외)의 25.0%가 전기요금이고 시멘트는 22%, 제지는 16.2%, 섬유는 15.5%에 이르는 등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대한상의 측은 "전기는 철강 · 중공업 · 반도체 등 기간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생산 요소"라며 "전기요금 상승으로 생산 원가가 오르면 일반 생활용품 등 소비재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1년 반 사이 산업용 요금을 20.1%나 올려 추가적인 인상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도 지적했다. " 지난 1년 반 사이 주택용 요금 인상을 최소화(4.8% 인상)하면서 산업용만 20.1%나 올렸다"며 "2000년대 들어 한전의 적자를 이유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린 폭이 70.7%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전기요금 인상으로 산업용은 흑자 구조에 진입했다고도 지적했다. 산업계 분석에 따르면, 주택용은 100원짜리 전기를 89원에 팔고 있지만 산업용은 100.1원에 팔고 있다. 산업용 요금의 상대 가격을 따져 보면 미국에 비해 30%가량 높아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을 100이라 할 때 일본은 98.6, 프랑스 91.0, 영국 84.0 미국 77.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 단체들은 산업용 요금을 계속 인상하기보다 연료비 연동제를 보완해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밝혔다. 범경제계에너지절약운동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는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대한상의가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기업의 감내 수준으로 3%를 제시하기도 했다.
대한상의 외에 공동 건의문에 참여한 단체는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조선협회, 한국철강협회, 한국석유화학협회,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한국비철금속협회,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한국시멘트협회, 한국제지공업연합회, 대한방직협회, 한국화섬협회, 한국클로로알카리공업협회 등이다.
화훼업계도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화훼협회 · 한국절화협회 · 한국화훼생산자협의회 등 7개 생산자 단체는 농업인 서명 운동과 함께 정부 · 국회 등에 탄원서를 제출할 계획이며, 범농업계 단체와 연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들의 주장은, 기존 '을'요금을 적용받던 농가는 전체의 0.2%(3100여 농가) 수준으로 미미함에도 이들을 비싼 '병'으로 적용한 것에 납득이 안 된다는 것. 기존 '을'요금 적용 농가들에 기존 요금 체계를 인정 또는 더 저렴한 '갑'요금에 편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전 측은 이에 대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이유로, 농사용 전기요금은 원가에 못 미치는 수준이기에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산업계는 국내외 경기침체에 따른 어려운 여건 속에서 지난해 8월에 이어 올해 추가로 전기요금이 인상돼 우리 기업의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는 바 유감을 표명한다. 다만, 현재 극심한 전력난 해소를 위한 국가 차원의 에너지 절약에 부응하고자, 산업계는 마른 수건도 짜내는 심정으로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하여 전기 절약에 노력할 것이다"라는 내용의 입장을 밝혔다.
요금 재인상 없이도 흑자 전환 예상
이러한 여론을 예상했음에도, 한전 측은 "원가 이하의 낮은 전기요금으로 유류, 가스에서 전력으로 대체소비가 증가하고, 국가적 에너지 비효율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며 "동계 예비 전력이 127만㎾(예비율 1.6%)까지 하락해 전력 수급 비상 '경계'단계가 발효될 전망으로, 전기요금의 가격 기능 강화를 통해 수요 관리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기요금 인상 관련 입장을 밝혔다.
한전과 발전 자회사는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평균 1조 4000억 원의 원가 절감 경영을 시행, 3∼4%의 인상 요인을 자체 흡수해 왔으나 유류, LNG 등 높은 수준의 발전 연료 가격 및 원전 사후 처리 충당금 증가 등 원가 상승 요인을 상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에너지 비효율 완화, 동계 수급 위기 대처, 전력사업 재무 건전성 제고 등을 위해 최소한의 인상을 시행했다는 설명이다.
금융 분석가들은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한전은 신용도 평가에 긍정적 효과를 얻고, 적자 기업에서 흑자기업으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 김승철 분석가는 "한전은 만성적인 적자 기업에서 적정 투자보수액 달성이 가능한 기업으로 체질개선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중요한 재평가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금번 4%의 전기요금인상으로 2013년 영업이익은 3조 5000억 원 수준으로 전망"하며 "이자비용을 감안해도 6년 만에 순이익 기준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또한 전기요금 인상으로 전력판매 단가가 전력 생산 및 구입 단가보다 높아져 역마진 구조를 탈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역마진 구조에서 2013년부터는 ㎾h당 7.5원의 이익이 발생할 전망"이라며 "그간 높은 구입 전력비 부담으로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실이 발생했으나 이제부터는 전기를 판매할수록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로 변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기를 판매해 이익이 나는 구조가 된다면 추가적인 요금 인상이 없어도 판매량 증가에 따른 이익 증가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는 것. 2014년 3% 수준의 판매량 증가에 힘입어 4조 8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다봤다.
<Energy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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